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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9 역사의 역사 - 유시민 서평(후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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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 한강진역에는 스트라디움 이라는 음악문화 복공간이 있었다. 지하 1층에는 큐레이터가 큐레이션하는 장소가 있었고, 1층에는 벽마다 연도별, 장르별 음악이 담긴 저장 장치가 있어 원하는 연도의 음악과 장르를 들을 수 있었다. 2층에서는 공연을 하기도 하고 강연을 열기도 했는데, 어느 날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오케스트라 연습을 자유롭게 감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들이 연습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왠지 궁금해서 들어갔었다. 시작 전 한 오케스트라 단원분이 일어나 간략하게 본인들을 소개하고는 입을 열었다.


"우리는 항상 완성된 음악을 듣습니다. 완성된 작품을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때때로 예술작품들은 만들어 가는 과정 혹은 만들며 어떤 고민을 지켜보는 것에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메이킹필름이 있고 책은 작가와의 만남이 있습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음악은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시간을 통해 한 곡이 완성되기까지 음악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어떻게 완성해 나가는지. 원래는 이런 음이었는데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느끼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끝나고 나서 단원들은 약 3시간 가량 연습을 시작했는데, 정말 연습을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계속해서 그들의 음악이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지 지켜봐도 상관없고, 처음 연습을 보고 나중에 와서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볼 수도 있었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를 읽고  2년 전 스트라디움의 기억이 떠올랐다.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나 작품을 만드는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할까? 

 

 

 


 이 책은 유시민이 직접 이야기한 것처럼 "르포"다. 역사를 쓰는 역사가의 이야기다. 나는 가끔 작품을 만든 사람의 이야기에 많은 호기심을 갖는다.  좋아하는 영화 중에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가 있다. 내용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예술인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다. 헤밍웨이의 작품 색을 잘 보여주는 평소 행동이라던가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달리의 말과 행동을 보면 재밌다.


 유시민의 '역사의 역사'도 동일한 재미를 느꼈다. 나처럼 작품도 좋아하지만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도 끌리는 사람이 보면 좋을 것이다. 작품을 전부 다 읽지 않아도 간략히 작품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이나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만한 책이다. 곱씹어 보니 유시민의 말처럼 "패키지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좋을만한 책인 것 같다.
 
 '역사의 역사' 줄거리는 차례가 곧 줄거리다. 각 차례마다 역사를 쓴 역사가의 생각과 견해, 배경,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유시민이 생각하는 역사의 역사라고 볼 수도 있겠다. 책은 헤로도토스부터 다이아몬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들어본 이름도 있고 생소한 이름도 있다. 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세계 역사가 나오는데 책을 조금 읽는 편인 나도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 어려웠다. 

 

 허나 단어가 중요한 책이 아니기에 생소한 부분이 나온다면 과감하게 생략하고 읽어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물론 책은 전체를 다 읽는 것이 좋다.) 책은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구전 정보에 의지할 수 없었던 역사가부터 운 좋게도 각종 사료들이 잔뜩 있는 장소에 쉽게 드나들 수 있던 역사가까지 다양한 역사가들이 역사를 기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한정된 정보와 한정된 자원 그리고 역사가가 처해 있는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를 생각하게끔 한다. 과거 남아있는 역사서들이 정말 진실만을 이야기하는 역사일지 혹은 역사가의 개인의 생각이 들어간 진실일지 역사의 역사를 통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역사의 역사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 중에 하나가 역사는 기록하는 사람이 선택한 사실만 살아남아 후세에 전해진다는 말이다. 요즘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하루에도 수백수천 개의 사건이 일어난다. 아무리 미디어가 발달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수백수천 개의 사건 중에서도 기자 혹은 사람들이 선택한 가공된 정보를 듣는다. 내가 알고 있던 진실이 사실 왜곡된 진실일 경우도 있고, 전체가 아닌 일부분만을 보도록 우리의 눈에 차안대를 끼운 것도 있었다. 정보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우리가 듣는 뉴스와 역사 책이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 역사가들이 이야기하는 역사에 대해 달달 외웠던 기억이 있다. 랑케나 에드워드 카가 이야기한 '역사'란?에 대한 이야기다. 그때는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고 시험문제에 나온다고 하니 외웠었다. 역사가의 생각이 들어간 역사는 역사가 아닌 것인가? 오직 사실만을 객관적으로 기술(이미 역사가가 선택하여 쓰는 것조차 객관적일 순 없겠지만) 한 역사만이 역사인 것인가? 아니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인가? 유시민은 아주 쉬운 비유를 들어 설명해준다.(랑케 필법이라던지 춘추필법이라던지.)


 책에 나오는 유시민의 의견이 진리는 아니다. 역사가들에 대해 혹은 역사의 역사에 대해 다른 관점과 해석을 가진 사람들은 무궁무진할 것이고 모두가 정답은 아니다. 각자의 의견만 있을 뿐이다. 이 책도 유시민의 의견이다. 

 

 

 

 

 

  '역사의 역사'는 나처럼 비소설을 잘 읽지 않는 사람이나 역사서에 문외한 사람들에게 "이런 게 있어. 한 번 흥미를 가져 볼래?" 라거나 "도대체 뭘까?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넌 어때?" 하는 입문서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보면 서평도 아주 약간은 '역사의 역사' 처럼 르포가 아닐까.

내 서평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나 여타 다른 뛰어난 탐독가들 처럼 의미를 발견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분석하는 서평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능력도 부족하거니와 문장력도 부족하다. 그저 "나는 이렇게 읽었어." 라고 말하는 수준이다. 언젠가 나의 서평도 조금은 깊이가 있어질까.

 

 

유시민 - 역사의 역사 ★★

 

 

 

 

 나누어 보고 싶은 것

 

1. 눈으로 본 사실은 불멸의 진리인가? 아니면 왜곡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

2. 어느 한 개인의 영향력으로 개인의 의견이 진리처럼 느껴진 적은?

3. 어떤 역사에 끌리는지.

4. 역사의 역사를 읽고 역사에 대한 나의 생각

5. 역사덕후들은 유시민이 다루지 못한 부분들이 많아 아쉽다고 한다. 더 넣었으면 하는 내용은? 혹은 역사 책은?

6. 발전이 거듭할수록 최근의 것이 제일 좋다고 말할 수 있는가?(과거의 것은 무조건 최근보다 뒤떨어지는가)

7.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시작은?

8. 그 어느 때보다 정보가 무궁무진한 현대에서 역사를 서술한다면 어느 시점부터 쓰는 게 좋을까?

9. 현대사를 기록하고 있는 근래 역사가들에 대해

10.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책 표지

 

 

 

 

2018. - 작성

2022.08.09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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