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 돈이 필요하다. 예술가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상업적인 것과 예술을 분리할 수 있나? 라고 하면 나는 없다고 말하는 편이다. 그러나 모든 예술가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상업적인 것과는 조금 거리가 먼 진실에 관해 말하고 싶어 하는 면도 있다. 그리고 나는 예술가가 가슴속에 담아둔 진실과 진리 혹은 역사 등 무언가 가슴속에 담아 있는 것을 토해내는 것이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직업윤리라고 생각한다.
많은 예술가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의 진실, 과거의 슬픈 역사, 현재의 암울한 현실 그리고 미래의 우려를 소설, 에세이, 노래, 연극 등등으로 말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예술가들은 감정과잉으로 독자와 교감을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주인공인 코라가 자유를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소설로 흑인의 비극적인 아픔에 관한 책이다. 민족의 아픔과 역사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숱하게 쓰여 왔고, 이미 유명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때문에 위와 같은 주제로 대중들의 마음을 뺏기는 매우 어렵다. 독자가 쾌락적이고 자극적인 소재만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현재와는 동떨어진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하기 어려워서도 아니다. 많은 예술가들이 진실을 이야기하기 위해 지나친 디테일과 감정 호소에 치우친 나머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이처럼 어려운 주제에 대해 썼음에도 전 세계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그 역사를 잘 모르든 잘 알든.) 왜 유독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만이 전 세계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았을까?
이유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인상적인 캐릭터에 있다. 소설은 디테일한 표현과 묘사에 집중하기보다는 고증을 통해 중요한 것은 정확하고 분명히 표현하고 나머지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기고, 공간과 시간을 과감하게 생략하며 주인공의 탈출기를 극적으로 표현했다. 주인공 코라를 매력적으로 그린 것도 한 몫 했다.
사랑받는 주인공의 조건.
1. 분명한 목표
2. 충분한 고통
3. 적어도 한 번의 기회
-김영하 -
코라에게는 당시 인종차별주의자들에 의해 가축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심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탈출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그 탈출을 위한 몇 번의 기회들이 주어진다. 전개뿐 아니라 코라를 매력적이고 독자로 하여금 사랑받는 주인공으로 만든 점도 독자들의 매력을 끈 것 같다.
[스포주의]
이야기는 19세기 실존했던 흑인 노예 탈출 비밀 조직인 '지하철도'를 실제 ‘지하철도’로 상상하여 시작했다. 당시 가축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생활한 흑인의 비참한 삶과 광기 어린 인종 우월주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양심을 따르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코라라는 노예 소녀의 탈출기를 통해 전체를 조명해준다.
시작은 코라가 어떻게 랜들 농장에 오게 되었는지부터 시작된다. 그 시작으로 코라의 할머니가 나온다. 코라의 할머니는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강제로 끌려왔는데 여러 차례 사고 팔리는 과정에서 랜들 농장에 오게 된다.
랜들 농장에서 코라의 할머니는 메이블이라는 코라의 엄마를 낳고, 메이블은 코라를 낳는다. 코라는 열 살 혹은 열한 살 그 남짓 되는 나이에 혼자가 되는데, 코라의 엄마인 메이블은 농장을 탈출했다고 나온다. 혼자가 된 코라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시저라는 남자아이와 함께 랜들 농장을 탈출해 도망을 가는데(탈출하는 도중 코라는 노예사냥꾼들에게 저항하던 도중 백인 꼬마를 죽게 만든다.), 시저는 우연히 알게 된 백인을 통해 지하철도(비밀조직)로 코라를 인도한다.
코라는 무사히 탈출하여 지하철도를 통해 시저와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가 이름을 바꾸고 생활을 하지만 코라를 쫓는 노예사냥꾼들에 의해 시저와 헤어지고 다시 지하철도를 통해 노스캐롤라이나로 옮겨 숨어 산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코라를 숨겨준 에설과 마틴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의 폭로 인해 몇 달 지나지 않아 코라는 노예사냥꾼인 리지웨이에게 잡히게 된다. 리지웨이에게 끌려 코라는 다시 농장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농장으로 가던 도중 흑인 청년 로열의 도움으로 구출되어 그와 함께 인디애나로 도망가고 그곳에 정착하게 된다.
인디애나에서 행복한 삶을 살 것만 같던 코라는 얄궂은 운명이 그렇듯 위기를 겪게 되고 또다시 노예사냥꾼 리지웨이를 만나 불의의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코라의 운명은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무사히 또다시 탈출을 하게 될까? 아니면 리지웨이의 손에 끌려 농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인가.
책의 구성은 위와 같은 줄거리로 코라의 여정과 코라의 여정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교차로 서술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등장인물 -> 지명 -> 등장인물 -> 지명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 아자리는 코라의 할머니 이야기이고, 두 번째 챕터 조지아는 조지아에서 코라에 대한 이야기. 세 번째 챕터 리지웨이는 노예사냥꾼 리지웨이의 이야기 네 번째 챕터 사우스캐롤라이나는 그곳에서의 코라의 이야기이다. 이러한 형식이 다소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작가는 결국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으며 전체 이야기에 어떻게 연결되는지 매우 치밀하게 그렸다.
작가가 코라의 탈출기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집어넣은 것은 결국 그들이 지금 코라에게 하는 행동(코라를 잡으려 하던, 코라를 돕고 싶어 하던)이 태어날 때부터 그들이 그러했던 것이 아니라 개인이 겪어오는 삶 속에서 변화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개인과 역사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역사가 전체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음을 이야기한다. 주제가 굉장히 무겁고 담고 있는 은유와 떠오르는 생각들이 어두움에도 불구하고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는 재밌다.
최근 동생이 친구들이 하는 연극 공연을 보고 왔다며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서 인지, 그들이 표현을 그렇게 해서인지 어둡고 축축하고 축 처지는 느낌이 들어 불편했어" 라고 했다. 불편함과 재미 사이. 진실을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 것인가. 등 예술가에게 너무 어려운 부분이다. 어디까지 조형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면 계속 탈고해야한다.
소설을 통해 역사의 진실을 찾는 과정,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나누어야 할 이야기
콜슨 화이트헤드 -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
나누어 보고 싶은 것.
1. 코라는 탈출 과정에서 백인 아이를 죽게 만든다. 이에 대해 코라는 계속해서 생각을 한다.
코라가 탈출 과정에서 한 살인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2. 개인의 역사는 전체의 역사와 분리하여 설명할 수 있을까?
3. 인종우월주의에 대해
4. 코라의 탈출을 돕는 백인들은 영웅인가? 아니면 평범한 사람인가?
5. 내가 읽었던 책중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6. 걸리버 여행기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비교해보기
7. 무거운 주제에 SF적은 요소를 넣는 것에 대한 느낌.
2018.10 - 작성
2022.08.04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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