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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8 티파니에서 아침을 - 트루먼 커포티. 서평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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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에서 아침을
고독한 소년의 눈을 가직 작가 트루먼 커포티가 그려낸 아름답고 슬픈 세계 『티파니에서 아침을』. 빈틈없는 문장과 유머, 삶의 공허를 감지하는 예리한 통찰력으로 현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여주인공인 홀리 골라이틀리를 탄생시킨 트루먼 커포티의 대표작이다. 이전 작들에 비해 간결하게 통제된 문체와 유머, 성숙해진 이야기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어른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가 지망생이던 ‘나’의 허름한 뉴욕 원룸 아파트의 아래층 세입자였던 홀리. 늘 건물 현관의 열쇠를 잃어버려 한밤중이든 새벽이든 이웃의 초인종을 눌러 깨우는 그녀를 어느 새벽 ‘나’ 또한 그렇게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홀리는 술 취한 손님을 피해 화재 비상구를 통해 ‘나’의 집에 침입하고 ‘나’와 홀리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확실한 수입이라고는 일주일에 한 번 싱싱 교도소를 방문 마약 거래단의 거물에게 기상 예보를 전달받는 역할로 100달러를 받던 그녀는 어느 날 마약 거래단과 연루된 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뒤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데…….
저자
트루먼 커포티
출판
시공사
출판일
2013.06.24

 

 

 대부분의 작가들은 본인이 창조한 캐릭터를 사랑한다. 심지어 본인이 사랑하다 못해 타인에게도 사랑받게 하기 위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여 창조한 캐릭터라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은 몇 안 된다. 연극, 그림, 영화 혹은 드라마처럼 눈에 보이는 캐릭터들조차도 사람들 마음에 각인이 되는 캐릭터는 많지 않은데 하물며 모든 것이 문자로 표현되는 책은 얼마나 어려울까.

 만약 책에서 예쁘다. 키가 167cm에 여리여리하다. 혹은 수트가 잘 어울리는 30대 남성으로 근육질 몸매라고 캐릭터를 설명하면 사람들은 각자가 본 그에 맞는 실제 인물 혹은 눈으로 본 어떠한 캐릭터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그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 원래 알고 있던 매력적인 캐릭터를 투영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아 책에 나오는 캐릭터에 대해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트루먼 커포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이 발표되고 나서 책의 등장인물인 홀리 골라이틀리는 작가가 가장 사랑한 캐릭터이자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되었다.


홀리 골라이틀리에게 어떤 매력이 있길래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가 되었을까?
많은 평에서 이야기하듯 처음으로 등장한 자기 주도적인 신여성(?)의 캐릭터라서? 홀리 골라이틀리만의 독특한 말투때문에? 그것도 아니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환상을 홀리 골라이틀리가 대신 충족시켜주기 때문일까?

 

 홀리 골라이틀리가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오는 이유는 각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여러가지 매력을 독자에게 잘 어필해 사랑 받게 한 건 작가의 세련된 표현 덕분인 것 같다. 작가는 홀리 골라이틀리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대화문과 행동 묘사를 많이 사용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낯선 사람들과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말할 때 [주인공은 밝은 성격 덕분에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라고 하지 않고 낯선 사람과 주인공이 허물없이 대화를 하는 모습이나 어울리는 행동을 보여준다.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친구들이 연락처에 많았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는 홀리 골라이틀리를 보여 주고 '혼자 있을 때 책을 많이 읽는다'라고 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제3의 인물로 하여금 보여준다.


 이런 표현 방법은 시간이 필요할 뿐더러 자칫 억지스럽거나 진부해보일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스토리들을 보면 대게 캐릭터의 매력을 말이나 재력, 수치로 설명한다. 허나 매력을 말로 설명하는 것과 피부로 느끼는 건 다르다고 생각한다. 매력은 학습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다. 홀리의 매력은 학습이 아니다. 가슴으로 매력이 느껴진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작가 지망생인 '나'는 술집 주인과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린 홀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홀리를 회상하며 시작한다. 과거시점에서 홀리와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살았는데 우연한 기회로 홀리와 친구가 된다. '나'는 홀리와 함께 지내며 홀리에게 얽힌 여러 가지 일들을 듣기도 하고 같이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홀리가 어떤 거대한 사건에 휘말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게 된다. 큰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굉장한 갈등이나 특출 난 사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책은 '나'라는 사람을 통해 홀리라는 사람을 떠올리며 홀리의 삶을 따라가는 전형적인 로드무비형식이다.


 홀리는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진 여자로 나온다. 자신의 생활방식이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걱정도 없다. 중간중간 우리가 보기에 윤리적,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들도 홀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홀리에게 중요한 것은 본인의 개인 윤리다. 자기 자신을 믿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의심하지 않고 충실한 것. 바로 그것이 홀리의 개인 윤리다. 그러니 당연히 남들의 눈에 부도덕해 보이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홀리는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기 때문에 본인이 한 행동이나 생각이 개인윤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신경쓰지 않는다.

 

 그만큼 홀리는 굉장히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이다. 우리는 많은 경우에서 자신을 속이고 끌리지 않음에도 행하는 행동이나 말들을 한다. 탐욕적인 마음이 들지만 감추고 남들이 보기에 옳은 행동을 하거나, 마음에도 우러나지 않는 말을 하고 하고 싶지 않아도 하는 일들이다. 혹자는 "안하면 되잖아?" 라고 쉽게 말하는데 대개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할 때는 안하기에 어려운 상황들이 많다.


옳고 그름을 배제하고 나 자신을 속이는 행동과 말이 옳은 것이냐. 옳지 않은 것이냐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많은 남자 문제와 매일 같이 하는 파티 때문에 홀리에게는 콜걸, 사교계의 명사, 신인 여배우와 같은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얼굴이 있듯이 홀리에게도 전혀 다른 면모가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홀리는 문학과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는 것인데 홀리는 도서관에서 7시간씩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고, 작가인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충고를 하기도 한다. 이런 면모가 홀리의 자유분방한 매력과 더해져 홀리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이자 예술가의 마음을 잘 아는 비평가로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티파니 같아보이지만 홀리에게도 우울과 심술궃음이 종종 찾아온다. 발작적으로 신경질을 내고 우울해하는 것은 아마도 자기주도적인 신여성으로 보이지만 모순적이게도 돈 많은 남자와만 어울려 금전적인 것을 해결하려는 본인의 모습에 혼란이 와서 그런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홀리는 아무와도 어울리고 싶지 않고 불쑥 여행을 떠나 고독에 빠지려 하지만 동시에 외로움을 느껴 또 다시 누군가를 찾기도 한다.

홀리가 느끼는 공허, 욕망, 개인과 집단의 윤리, 속물성 등 이 모든 것들이 결국 우리가 사회에서 한 번씩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묘한 동질감 때문에 홀리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닐까.

간결한 문장과 재치 있는 유머.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 속에 담긴 많은 이야기. 하루키가 트루먼 카포티 때문에 글을 쓰지 못했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된다. 매력적인 홀리 때문에 귀신에 홀리듯이 책을 단숨에 읽어 내고 책장을 덮은 후에는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었다.

홀리 골라이틀리(go-lightly).
누가 속물이라고 욕할 수 있을까?

트루먼 커포티 - 티파니에서 아침을 ★★★★






나누고 싶은 것들

1. 개인의 윤리와 사회의 윤리
2. 집단이 규정한 범주에 어긋나는 것이 이상한 것일까? 순수한 것일까?
3. 우리는 혼자이고 싶어 하다가도 왜 사람을 찾는 걸까?
4. 훌쩍 떠나고 싶은 경험은?
5. 나만의 심술궂은 빨강은?
6. 내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란? 내가 본 매력적인 사람은?
7. 영화와 책의 비교
8. 적절한 유머가 활력을 불어넣은 또 다른 작품
9. 생각하지 않고 지금 바로 이름을 말할 수 있는 작품 속 캐릭터는?
10. 나의 욕망과 속물성
11. 문득 다가오는 삶의 공허함과 그 공허함을 떨치기 위한 나의 행동.


2018 - 작성
2022.08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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