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어려워하고 고통스럽게 읽으면서도 좋아한다. 특유의 유머감각과 나를 사색에 빠지게 만드는 점이 마음에 든다. 서평을 쓰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니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보다는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련의 과정이 아닐까라 생각한다. 그래서 훗날 서평을 다시 보며 탈고하고 책을 다시 읽기도 하는데, 그때 나의 혼란스러움과 생각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렇게 시간을 들여 썼는데 지금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아 거의 내용 절반을 날리는 것도 재밌다. 책도 탈고가 중요하지만 서평도 탈고가 중요한 것 같다. 탈고하며 나의 생각을 다시 되돌아보고 또다시 사색에 빠진다.
책 읽기든 서평이든 사색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밀란 쿤데라의 소설만 한 게 있을까.
책은 네 명의 남녀가 나오고 두 커플이 사랑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그 끝에 누군가 죽고 남는 이야기다. 소설의 중간중간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밀란 쿤데라가 안나 카레니나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왜 대 문호라는 사람들은(톨스토이, 밀란 쿤데라 등) 불륜이나 극적인 상황 속에 소설 속 주인공들을 던져 놓는 걸까?
아마도 극적인 상황에서 놓여야만 인간이 그동안 자신의 삶을 이끈 생각과 사회적 개념들이 얼마나 휘둘리고 왜곡되어 가는 지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서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고전이다. 물론 고전이란 그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라는 별명이 있지만 그 누군가 10번씩 읽는 책이다. 10번씩 읽어도 사색에 잠기게 만드는 소설이다.
쿤데라의 소설은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 전개방식이 독특해 나를 포함한 몇몇 독자들은 이 책을 굉장히 어려워한다. 전개가 되는 과정에서 주인공 혹은 작가가 개입하여 이 상황에서 할 법한 사색을 말하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사색과 설명이 끝나면 다시 전개가 이어진다. 그러기에 전체 내용을 한 번에 보지 않고 챕터 하나하나를 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읽어도 좋은 것 같다.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 대비를 가지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왜냐면 이 책의 주인공은 남자 둘 여자 둘 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성별, 같은 성별의 네 사람이 있으면 묶어 보기도 대비해서 보기도 편하다. 쿤데라 형님도 그걸 노리고 남녀 4명을 주인공으로 한 것 같다.
가장 대표적으로 소설의 제목에도 나오듯 가벼움과 무거움의 대비가 있다. 사비나와 토마시는 삶이 너무 무거워서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테레사와 프란츠는 무거움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무게이다. 무게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끌어당기는 중력의 힘에 따라 변화한다. 나의 몸무게가 지구와 달에서 다른 것이 이와 같다.
그렇다면 책에서 말하는 가벼움과 무거움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 존재로써의 무거움과 가벼움이다. 인간의 삶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삶이 가벼워 보이기도 하고 혹은 무거워 보이기도 한다.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삶은 무겁게도 가볍게도 느껴진다. 책은 테레사와 프란츠, 사비나와 토마시 두 집단의 대비를 통해 인간 존재로써의 무게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둘 모두 각자 나름의 의미와 설명이 있다. 그래서 누군가는 권태와 허무를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쾌락과 향락을 쫒는다.
[가벼움과 무거움]에서는 그 속에서 생각할 수 있는 권태와 허물의 대비도 있다. 바로 토마스와 프란츠 대비다. 토마스 권태를, 프란츠는 허무다. 토마스는 권태로움을 두려워한다. 권태라는 것은 같은 일을 계속 반복했을 때 생겨나는 감정이다. 때문에 토마스는 테레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수많은 여자들을 섭렵한다. 반면 프란츠는 허무를 두려워한다.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알고 보니 의미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이 들게 하는 허무한 감정을 두려워한다. 프란츠는 이 두려움 때문에 사비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 사랑하려고 한다. 이들을 일반적인 사람들로 치환하면 출근 같은 것이다.
오늘도 출근을 하는구나.(권태)
오늘도 출근을 하는데 새로운 것도 없고 출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허무)
둘 다 삶 혹은 존재가 너무 가볍기에 나오는 감정이다. 그러기에 둘은 비슷하지만 그로 인해 발현되는 감정이나 발산은 다르다.
사회와 경제가 변화함에 따라 무슨무슨족, 무슨무슨족 이런 것도 권태와 허무에 따라 갈리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 책에서 빠질 수 없는 테마 중 하나는 우연이다. 토마스는 우연을 믿는 남자다. 반대로 테레사는 운명을 믿는 여자다.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우연히 일어난다.
우연이란 무엇일까?
토마스가 마침 가게에 들어왔을 때 마침 우연히 베토벤의 음악이 울려 퍼진 것? 테레사가 우연히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 책 속의 말처럼 만약 토마스가 아니라 푸줏간 주인이 가게에 들어왔다면 테레사는 베토벤 음악이 울려 퍼졌는지 아니면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가 울려 퍼졌는지 모를 수도 있다. 우연이라는 것은 굉장히 자의적인 해석이 따른다. 우연이라는 것은 삶의 도처에 깔렸다. 그 우연을 모아서 운명을 만들고 그 운명을 필연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은 각자 자신의 몫이다. 테레사와 토마스의 만남은 우연인가 운명인가. 많은 우연히 휘몰아치더라도 그 사람이 자각하지 못한다면 그 우연은 운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우연으로 끝날뿐이다.
우연은 인간의 삶에 갑자기 벌어지는 쇼다. 쇼를 자각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고 그 쇼가 일어났을 때 인간을 어디론가 이끄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아무리 우연이 차고 넘쳐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혹은 아주 작은 우연이라도 그로 인해 행태가 변하면 삶은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게 변한다. 삶에서의 우연이란 언제나 허무한 인간의 삶을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테레사와 프란츠의 대비. 사비나와 테레사. 토마스와 사비나. 토마스와 프란츠. 심지어 카레닌(강아지)과 토마스 등.
이 책에는 많은 대비를 통해 다양한 군상을 보여준다. 아무리 남다른 사람이라도 이 네 사람 중 분명 한 사람에게는 공감이 갈 것 같다. 대비를 통해 인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이 서평을 탈고를 하며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삭제했다. 책을 다시 읽지 않고는 고치기 어려울 것 같은 부분도 많고 지금의 나와 생각이 다른 점도 너무 많아서다.
미래의 내가 키치, 영원 회귀.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 카레닌의 반복되는 시간과 토마스의 직선적인 시간. 영혼과 육체. 등 이제와서 봐도 너무 어려운 것들 투성이다.
한 번 더 봐야지.
밀란 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나누고 싶은 것들.
1. 우연과 운명
2. 행복과 쾌락
3. 영혼과 육체
4. 이해받지 못할 말들
5. 반복의 시간과 직선의 시간
6. 영원 회귀
7. 가벼움과 무거움
8. 사랑의 군상
9. 키치
10. 권태와 허무
11. 삶의 관계
12. 삶이 무겁기 때문에 가벼움을 추구? 무거움을 추구?
13. 어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에 빠질 것 같은가?
14. 우연히 반복되어 운명처럼 느껴진 경우는?
15. 선택의 순간에 내 삶을 이끌어나가는 명제는?
2018 - 작성
2022.08.12 - 1차 탈고
2024.03.25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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