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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80.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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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같이 매일 수많은 정보가 떠오르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열심히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사유하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수 없이 반복되는 짧은 모든 것에 길들여져 내 감정이 어떤지 내 생각이 어떤지 단 한 시간이라도 돌이켜 본 적이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한 남자의 삶과 죽음, 인생과 예술에 대한 우아하고 지적인 회고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했던 패트릭 브링리의 독특하면서도 지적인 회고를 담은 에세이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상실감을 극복하고 마침내 세상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선망 받는 직장에서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경력을 쌓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가족의 죽음을 겪게 된다. 이를 계기로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슬픔에서 도피하듯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 브링리는 매일 다른 전시실에서 최소 여덟 시간씩 조용히 서서 경이로운 예술 작품들을 지켜보는 ‘특권’을 누리게 된다. 거장들의 혼이 담긴 경이로운 회화와 조각부터 고대 이집트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과 오롯이 교감하고, 푸른 제복 아래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동료 경비원들과 연대하는 동안 서서히 삶과 죽음, 일상과 예술의 의미를 하나씩 발견해가며 멈췄던 인생의 걸음을 다시 내딛기 시작한다. 저자의 첫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영미권 유수 언론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야기’, ‘슬픔까지도 포용하는 삶에 대한 빛나는 서사’라는 극찬을 받으며 40주 연속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상실의 아픔 속에서 길어 올린 삶과 예술의 의미, 그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내밀한 고백은 예기치 못한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버린 이들, 소란한 세상에 지쳐 완벽한 고독을 꿈꾸는 이들에게 잔잔하지만 묵직한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저자
패트릭 브링리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23.11.24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10여 년간 경비원일을 한 패트릭 브링리의 이야기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수많은 메트로폴리탄 경비원들처럼 그도 메트로 폴리탄의 경비원을 희망하고 일을 시작하진 않았다. 그가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형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브링리의 형은 마음씨도 착하고 능력도 뛰어난 청년이었다. 이제 청년이 되어 보장된 미래에서 결혼까지 해서 앞으로 펼쳐질 탄탄대로의 삶에서 본격적인 삶을 시작하려는 기점에서 그는 암선고를 받고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브링리 또한 뉴요커라는 직장에 들어가 큰 포부를 가지고 화려한 뉴욕에서의 삶을 시작하지만 형의 갑작스러운 투병으로 그는 형과 함께 밝은 미래에서 어둡고 우울한 작은 병실로 들어간다. 슬픔과 우울 그렇지만 가끔씩 터지는 행복과 웃음이 있는 작은 병실에서 형은 조용히 죽게 되고 형과 남다른 우애를 가지고 있던 브링리는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뉴요커에서 사직을 한다. 그리고 그저 무작정 서있는 단순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에 지원해 일을 시작한다.

 

 브링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그의 바람대로 우두커니 서서 미술품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중간중간 형과의 일화도 떠올린다. 브링리가 우두커니 서서 미술품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보는 묘사가 굉장히 뛰어난데 그 묘사를 읽고 있자면 당장이라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가 그처럼 미술품과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 여러 이야기들이 있지만 나는 브링리가 수피파의 더비시를 그린 그림을 보는 부분이 좋았다. 그림에 적힌 신을 향한 날 선 비난(인간 본연의 슬픔)의 아랍어 문구에서 브링리는 자신의 슬픔과 고민을 생각한다. 그리고 출근길 사람들의 얼굴과 눈으로 세상을 보고 미술관에서 다시 수피파의 더비시를 그린 그림을 보며 브링리는 슬픔을 끝내고 앞으로 나아갈 두근거림을 느낀다.

 

 

 

 상실의 슬픔을 애도하고 그 애도를 끝내고 다시 삶으로 나아가는 길은 다양하다. 맡겨진 소녀에서 부부는 소녀를 통해 애도를 끝 마쳤고 포르투갈의 높은 산에서는 각기 신에 대한 다른 물음으로. 그날 저녁의 불편함에서 야스가 자신의 배에 압정을 꼽고 냉동고에 들어간 것처럼 슬픔을 소화하는 데는 각기 너무나 다른 시간과 방법이 필요하다. 브링리는 미술품과 사람들을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오래 지켜보며 애도를 끝냈다. 애도의 과정에서 브링리는 많은 것을 보고 깨닫고 변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족의 탄생이다. 어찌 보면 슬픔은 또 다른 사람으로 잊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보단 매트로폴리탄에서의 시간과 예술품들이 브링리의 사고관이 더 다양하고 높은 층위로 발전시켜 주었고 그로 인해 애도를 끝내게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은 온갖 풍파로 뒤흔들리고 얼룩진다. 하지만 시간은 무심히 계속 흘러간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그 시간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흔히 삶을 한 편의 영화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삶이 영화라면 영화 전체를 구성하기 위해 하나의 시퀀스를 끝내고 다음 시퀀스로 넘어가야 한다. 언제까지 하나의 시퀀스에 머무를 수는 없다.   

 

 모든 예술품은 어떠한 형태든 삶을 담는다. 만든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에 대한 시선이 있다. 완벽한 인간은 없다. 부딪치고 실수하고 오류투성인 인간이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지만 직접 겪고 생각하는 것은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제일 쉽고 가성비 좋은 건 많은 예술품을 경험하는 것이다. 많은 예술품을 경험하다 보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고 조금 더 좋아지는 쪽으로 변하지 않을까.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발견한 가장 위대한 것.
패트릭 브링리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나누고 싶은 것들.

1. 애도
2. 가장 위대한 것은 가장 일상적이라는 것.
3. 가장 오랜시간 지켜본 예술작품이 있다면?
4. 최근 제일 오랜 시간 가만히 있어본 경험
5. 내가 좋아하는 단순한 일과 이유
6. 나의 다양한 자아들
7. 예술이 삶에 주는 의미와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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