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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75. 작별인사 - 김영하.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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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 이후 9 년 만에 내놓는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별안간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린 한 소년의 여정을 좇는다.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쾌적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철이는 어느날 갑자기 수용소로 끌려가 난생처음 날것의 감정으로 가득한 혼돈의 세계에 맞닥뜨리게 되면서 정신적, 신체적 위기에 직면한다. 동시에 자신처럼 사회에서 배제된 자들을 만나 처음으로 생생한 소속감을 느끼고 따뜻한 우정도 싹틔운다. 철이는 그들과 함께 수용소를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그 여정에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작별인사』의 탄생과 변신, 그리고 기원 『작별인사』는 김영하가 2019년 한 신생 구독형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으로부터 회원들에게 제공할 짧은 장편소설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집필한 소설이다. 회원들에게만 제공하는 소설이라는 점은 『살인자의 기억법』 발표 이후 6년이나 장편을 발표하지 못했던 작가의 무거운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작업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어 2020년 2월, 『작별인사』가 해당 서비스의 구독 회원들에게 배송되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420매 가량이었다. 원래 작가는 『작별인사』를 조금 고친 다음, 바로 일반 독자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정식 출간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2020년 3월이 되자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되었다. 뉴욕의 텅 빈 거리에는 시체를 실은 냉동트럭들만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서 있었고, 파리, 런던, 밀라노의 거리에선 인적이 끊겼다. 작가들이 오랫동안 경고하던 디스토피아적 미래가 갑자기 도래한 것 같았다. 책상 앞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썼던 경장편 원고를 고쳐나가던 작가에게 몇 달 전에 쓴 원고가 문득 낯설게 느껴진 순간이 왔다. 작가는 고쳐쓰기를 반복했고, 원고는 점점 2월에 발표된 것과는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여름이면 끝날 줄 알았던 팬데믹은 겨울이 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렸고, 백신이 나와도 기세가 꺾이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지 2년이 지나서야 작가는 『작별인사』의 개작을 마쳤다. 420매 분량이던 원고는 약 800매로 늘었고, 주제도 완전히 달라졌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가르는 경계는 어디인가’를 묻던 소설은 ‘삶이란 과연 계속될 가치가 있는 것인가?’,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 것인가’, ‘어쩔 수 없이 태어났다면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바뀌었다. 팬데믹이 개작에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고, 원래 『작별인사』의 구상에 담긴 어떤 맹아가 오랜 개작을 거치며 발아했는지도 모른다. 그것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마치 제목이 어떤 마력이 있어서 나로 하여금 자기에게 어울리는 이야기로 다시 쓰도록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탈고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고를 다시 읽어보았다. 이제야 비로소 애초에 내가 쓰려고 했던 어떤 것이 제대로, 남김 없이 다 흘러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_’작가의 말’에서 전면적인 수정을 통해 2022년의 『작별인사』는 2020년의 『작별인사』를 마치 시놉시스나 초고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확연하게 달라졌다. 그리고 김영하의 이전 문학 세계와의 연결점들이 분명해졌다. 제목을 『작별인사』라고 정한 것은 거의 마지막 순간에서였다. 정하고 보니 그동안 붙여두었던 가제들보다 훨씬 잘 맞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것은 ‘작별인사’라는 제목을 내가 지금까지 발표한 다른 소설에 붙여 보아도 다 어울린다는 것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검은 꽃』, 『빛의 제국』, 심지어 『살인자의 기억법』이어도 다 그럴 듯 했을 것이다. _’작가의 말’에서
저자
김영하
출판
복복서가
출판일
2022.05.02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 의도를 가지지 않고 만들더라도 작품에는 메시지가 있다. 결국 스토리도 작가의 세계관과 내면,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만든 사람의 인생관과 생각, 마음이 들어있다.

 

 또 작품을 만들 때 의도를 가지고 만들기도 한다. 우화가 대표적인 장르 아닐까. 예전에는 우화가 하던 역할을 요즘은 SF소설이 하고 있다. 과학을 근거로 미래시대의 이야기를 서술하지만 현실 세계의 풍자와 경고를 준다. 물론 모든 SF작품이 그러진 않겠지만 SF만큼 작가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쉬운 장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것처럼 암울한 미래는 각자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대략 이런 맥락이다.

 

 미래는 암울하고 어차피 망할 거야. 그러니까 우린 지금 ㅇㅇ하고 ㅇㅇ을 생각해야 해. 아니면 ㅇㅇ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이야기해야 해. 그래야 희망이 있어. 아니면 결국 우리는 망했어. 모든 생명체는 태초의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는 태초의 인간. 동물과 비슷한 삶으로 돌아가야 해. 그리고 이게 반복되지.

 

위 같은 맥락에서 미래가 암울하고 결국 우리는 멸망한다는 쪽의 SF 장르는 작가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들어간다.

 

 

 

 

 

 

 

 

 

 작별인사는 미래를 배경으로 철이라는 아이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다. 철이는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이는 사고로 사람임에도 낯선 이들에게 끌려가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철이는 우정을 쌓고 자신의 정체성(사실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것)도 깨달으며 여정을 이어간다. 물리적인 여정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지만 내면의 여정은 자아정체성, 인간이란, 세상은? 등등의 주제에 대한 철이의 생각과 질문, 고민이다. 그리고 물리적인 여정보다 그 내면의 여정이 철이를 더 강하게 이끈다.

 

 이 소설은 그런 고민과 질문에 대한 소설이다. SF를 빙자하였지만 마치 "김영하는 철학 토크가 하고 싶어서" 같은 소설이다. 작중 만나게 되는 선이와 소장의 대화나 달마와 아버지의 대화, 달마와 철이 그리고 선이의 대화 등등 이 소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마치 두 철학가의 대화 같은 느낌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다.

 책의 엔딩을 보고 나면 이 모든 이야기는 철이가 회상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강력한 인공지능을 가진 철이의 기억(데이터라고 해야 할까.)은 어떤 노이즈도 없는 정확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결국 이 소설은 철이가 어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회상임을 알 수 있다.

 

 철이의 이름이 철학에서 왔다는 콘셉트부터 결국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데카르트의 몸에 들어간 것. 데카르트와 마찬가지로 철이의 사색이 꿈에도 이어진 것. 달마와의 대화. 태세우스의 배에 관한 논쟁. 자신을 파괴할 권리에 대한 논쟁. 인간다움과 존재에 대한 논쟁까지 책은 소설이긴 하지만 철학책에 더 가깝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마다 철학적인 사고를 할만한 것들을 툭 툭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어린 왕자가 다양한 별들을 돌아다니는 것이나 철이의 여정이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김영하는 철이의 여정을 통해 아니 자신의 여정을 통해 그 답을 얻었을까.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그 답에 충분히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장르는 SF소설이었지만 철학책에 가까웠고, 읽고 나서는 김영하의 토크콘서트를 한 기분이었다. 내게는 소설 속 장치와 은유가 너무 자로 잰 것처럼 보여 다르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중간중간 들었다.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논쟁부터 개를 쉽게 버린다는 논쟁까지 여러 논쟁에서 너무 쉽게 답을 내리거나 끝내는 부분에서는 손을 들고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

 

답을 얻기 위한 철학적 사색의 여정

김영하 - 작별인사

 

P.S 김영하는 "작별인사"로 이 책의 제목을 지었지만 책의 제목을 "철학가의 사색"으로 지었어도 어울렸을 것 같다.

 

 

 

 

 

나누고 싶은 것들.

 

1.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목적과 아이를 낳는 목적에 대한 비교

"아이를 낳을 때 인간의 부모도 모두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나중에 내가 늙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아이가 외동이면 외로우니까 하나를 더 낳아주자.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죠. 심지어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보조금이나 집을 주니까 낳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것도 다 이기심이죠. 생각해보세요. 이타심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실은 다들 이미 존재하는 누군가를 위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2. 개에 관한 이야기

"인간은 개한테 싫증을 냈다."

 

3.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것에 대해 

4.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는 데카르트의 명제에 대해

 

5. 소설 속 구절을 내면묘사가 아닌 다르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실제의 바다는 모니터로 본 바다와는 많이 다를까, 파도가 발에 닿으면 어떤 기분일까, 귀에 파도 소리가 닿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곧, 한때는 누군가의 팔과 다리, 몸통이었을 폐부품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 폐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6. 내가 생각하는 철이의 답은?

7. SF 장르에 대해

8. 테세우스의 배

9. 작품은 메시지나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10. 신체가 없이 정신만 존재하더라도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11. 민이, 선이, 철이, 달마, 아버지, 아버지의 변호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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