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 의도를 가지지 않고 만들더라도 작품에는 메시지가 있다. 결국 스토리도 작가의 세계관과 내면, 무언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이야기에는 만든 사람의 인생관과 생각, 마음이 들어있다.
또 작품을 만들 때 의도를 가지고 만들기도 한다. 우화가 대표적인 장르 아닐까. 예전에는 우화가 하던 역할을 요즘은 SF소설이 하고 있다. 과학을 근거로 미래시대의 이야기를 서술하지만 현실 세계의 풍자와 경고를 준다. 물론 모든 SF작품이 그러진 않겠지만 SF만큼 작가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쉬운 장르도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래를 암울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가정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는 것처럼 암울한 미래는 각자가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다. 대략 이런 맥락이다.
미래는 암울하고 어차피 망할 거야. 그러니까 우린 지금 ㅇㅇ하고 ㅇㅇ을 생각해야 해. 아니면 ㅇㅇ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이야기해야 해. 그래야 희망이 있어. 아니면 결국 우리는 망했어. 모든 생명체는 태초의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어. 우리는 태초의 인간. 동물과 비슷한 삶으로 돌아가야 해. 그리고 이게 반복되지.
위 같은 맥락에서 미래가 암울하고 결국 우리는 멸망한다는 쪽의 SF 장르는 작가의 메시지가 강력하게 들어간다.
작별인사는 미래를 배경으로 철이라는 아이의 생애에 대한 이야기다. 철이는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이는 사고로 사람임에도 낯선 이들에게 끌려가 휴머노이드 수용소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철이는 우정을 쌓고 자신의 정체성(사실 사람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것)도 깨달으며 여정을 이어간다. 물리적인 여정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함이지만 내면의 여정은 자아정체성, 인간이란, 세상은? 등등의 주제에 대한 철이의 생각과 질문, 고민이다. 그리고 물리적인 여정보다 그 내면의 여정이 철이를 더 강하게 이끈다.
이 소설은 그런 고민과 질문에 대한 소설이다. SF를 빙자하였지만 마치 "김영하는 철학 토크가 하고 싶어서" 같은 소설이다. 작중 만나게 되는 선이와 소장의 대화나 달마와 아버지의 대화, 달마와 철이 그리고 선이의 대화 등등 이 소설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마치 두 철학가의 대화 같은 느낌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다.
책의 엔딩을 보고 나면 이 모든 이야기는 철이가 회상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강력한 인공지능을 가진 철이의 기억(데이터라고 해야 할까.)은 어떤 노이즈도 없는 정확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결국 이 소설은 철이가 어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회상임을 알 수 있다.
철이의 이름이 철학에서 왔다는 콘셉트부터 결국 자신이 키우던 고양이 데카르트의 몸에 들어간 것. 데카르트와 마찬가지로 철이의 사색이 꿈에도 이어진 것. 달마와의 대화. 태세우스의 배에 관한 논쟁. 자신을 파괴할 권리에 대한 논쟁. 인간다움과 존재에 대한 논쟁까지 책은 소설이긴 하지만 철학책에 더 가깝다. 이야기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이벤트마다 철학적인 사고를 할만한 것들을 툭 툭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어린 왕자가 다양한 별들을 돌아다니는 것이나 철이의 여정이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김영하는 철이의 여정을 통해 아니 자신의 여정을 통해 그 답을 얻었을까. 마지막 작가의 말을 보면 그 답에 충분히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장르는 SF소설이었지만 철학책에 가까웠고, 읽고 나서는 김영하의 토크콘서트를 한 기분이었다. 내게는 소설 속 장치와 은유가 너무 자로 잰 것처럼 보여 다르게 표현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중간중간 들었다.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논쟁부터 개를 쉽게 버린다는 논쟁까지 여러 논쟁에서 너무 쉽게 답을 내리거나 끝내는 부분에서는 손을 들고 질문도 던지고 싶었다.
답을 얻기 위한 철학적 사색의 여정
김영하 - 작별인사
P.S 김영하는 "작별인사"로 이 책의 제목을 지었지만 책의 제목을 "철학가의 사색"으로 지었어도 어울렸을 것 같다.
나누고 싶은 것들.
1.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목적과 아이를 낳는 목적에 대한 비교
"아이를 낳을 때 인간의 부모도 모두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나중에 내가 늙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아이가 외동이면 외로우니까 하나를 더 낳아주자. 그런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하죠. 심지어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보조금이나 집을 주니까 낳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런 것도 다 이기심이죠. 생각해보세요. 이타심으로 아이를 낳는다는 게 가능할까요? 실은 다들 이미 존재하는 누군가를 위해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2. 개에 관한 이야기
"인간은 개한테 싫증을 냈다."
3.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것에 대해
4.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는 데카르트의 명제에 대해
5. 소설 속 구절을 내면묘사가 아닌 다르게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실제의 바다는 모니터로 본 바다와는 많이 다를까, 파도가 발에 닿으면 어떤 기분일까, 귀에 파도 소리가 닿으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곧, 한때는 누군가의 팔과 다리, 몸통이었을 폐부품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 폐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6. 내가 생각하는 철이의 답은?
7. SF 장르에 대해
8. 테세우스의 배
9. 작품은 메시지나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10. 신체가 없이 정신만 존재하더라도 나는 존재하는 것인가?
11. 민이, 선이, 철이, 달마, 아버지, 아버지의 변호사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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