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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74. 그해, 여름손님 - 안드레 애치먼.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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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여름 손님
90회 아카데미 각색상 수상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 소설 『그해, 여름 손님』. 파이팅 어워드 수상자 안드레 애치먼이 감각적인 언어로 피아노 연주와 책이 삶의 전부인 열일곱 소년 엘리오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 두 남자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소설은 훗날 성장한 엘리오가 그해 여름을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해, 올리버와 함께 보낸 리비에라에서의 6주, 로마에서의 특별한 날들을 배경으로 언제까지나 함께 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말할 수도 없는 비밀을 안은 채 특별한 친밀함을 쌓아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탈리아 해안가의 별장에서 여름을 맞이한 열일곱 살의 엘리오. 부모님은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을 초대하는데, 그해 여름 손님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다. 엘리오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신비한 매력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매료시키는 올리버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거침없이 빠져든다. 마음을 온전히 열어 보이지 않는 올리버를 향해 욕망을 떨쳐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엘리오. 올리버는 엘리오가 다가갈 때마다 “나중에!”라며 피하지만, 결국 둘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 하이든, 리스트, 바흐와 헤라클레이토스, 파울 첼란, 퍼시 셸리, 레오파르디를 넘나드는 두 사람의 의식 세계와 온전히 하나가 되고자 열망하는 몸짓이 세련되고 품위 있는 로맨스를 완성해 낸다.
저자
안드레 애치먼
출판
출판일
2019.03.18

 

 

 서평을 찾아보는 사람을 두 부류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은 사람과 안 읽은 사람. 책을 읽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책에 나온 의미가 궁금해서고, 안 읽은 사람은 책에 대한 안내와 평가를 기대한다. 내가 쓰는 서평은 안내와 해석, 평가는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나의 상념이다. 그래서 줄이고 줄이려 해도 내용이 길 수밖에 없다. 더 길게 쓰라면 훨씬 더 길게 쓸 수 있지만, 그러기엔 나도 지치고 읽는 사람도 지치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

 

 나처럼 서평을 쓰면 아무도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분명 별점을 매기거나 짧은 서평이 서평을 읽는 사람에게는 유용할 수 있겠지만 그런 서평은 독자가 사색하는데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한다. 서평이라면 모름지기 대략 1000자 이상으로 길게 작성하여 책이 주는 흥미와 감정, 경험을 다른 독자들에게도 인도하거나 교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가끔 나도 선구자들의 안내를 받기 위해 짧은 서평을 읽는다. 인터넷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서평이 별점과 안내, 좋은 구절 3가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끔 사기를 당한다.

 

이번 서평은 내가 당한 사기 스토리다.

 

 '그해, 여름 손님' 은 매해 젊은 학자들을 후원하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6주간 머물게 하는 아버지의 아들인 엘리오와 그 집으로 온 올리버의 사랑 이야기다. 이 책의 서평을 읽노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나오는 말이 아름다운 문장과 첫사랑의 아름다움이다. 나는 그 말에 속아 책을 읽었다. 이탈리아를 다녀온 경험 때문에 책에서 묘사하는 파랗고 뜨거운 여름의 순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작가는 아마도 엘리오와 올리버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지만 결국 서로 사랑함을 깨닫고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려 했거나 혹은 미숙했던 동성 첫사랑의 추억을 그리려 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키이라와 마르지아를 너무 소모적으로 쓴 것 아니냐는 비판도 그들의 나이가 17살, 24살밖에 안되었으니 정신적 미성숙함에 따른 행동이라고 변론하고 싶었다. 책이 만약 이 둘이 로마로 가서 마지막 둘만의 여행을 끝으로 끝내버렸다면 여운이 남았겠지만 작가는 구질구질하게 그 뒷부분을 덧붙임으로 이들이 계속 미성숙한 상태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준다. 내가 하려 했던 변론이 무색하게 둘은 나이가 30~40이 되어도 미성숙하게 행동한다. 이를 책에서는 평행적인 두 삶이라고 하긴 했지만 살짝 와닿지는 않았다.

 

 또 엘리오의 생각과 행동이 너무 노골적이다. "원래 퀴어 소설이 이런 거야?"라는 선입견이 들 정도로 성적인 묘사와 주인공의 변태적인 상상이 너무 노골적이었다. 이 작가의 개인 취향 이리라 믿는다. 구태여 성관계를 그렇게 자세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었을까? 엘리오의 변태적인 상상을 그렇게까지 묘사할 필요가 있나? 책이든 영화든 자세히 묘사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데 이 소설은 유독 성관계 장면과 엘리오의 변태적인 상상을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쓸데없이 자세히 묘사한다. 그게 정말 아름다운 건가? 나는 이해 못 했다. 올리버와 엘리오가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해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오고 가는 대화와 행동은 잘 표현해 놓고 왜 다른 부분에서는 변태적으로 썼을까. 작가에게 그런 농밀한 표현이 아름다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온 묘사가 더 아름답다.

 

 

 

 

 

 

 

 김유정 작가처럼 고만 정신이 아찔해지면 될 것을 구태여 왜 그랬을까 계속 의문이 든다. 혹은 동성연애에 대한 농밀하고 아슬아슬한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영화 파워오브도그처럼 밧줄 꼬는 장면처럼 만들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덮고 마지막 부분이 나에게 준 강렬한 감정 때문에 전반부에 느꼈던 장점들이 고스란히 날아갔다. 오히려 전반부에서 좀 거슬렸던 부분만 더 강렬하게 기억났다. 아름다운 문장과 잘 묘사된 여름의 분위기는 좋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사기당했다는 느낌은 지우기 어렵다.

 

아름답게 묘사된 첫사랑의 추억과 끝내 이루지 못한 정신적 성숙함.

안드레 애치먼- 그 해, 여름 손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

 

 

 

 

 

 

나누고 싶은 것들

1. 첫 사랑의 미성숙함.

2. 그 해, 여름 손님 과 '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의 비교

3. 마르지아에 대해

4. 노골적으로 표현한 것들에 대해

5. 성 정체성의 혼란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올리버와 엘리오

6. 자연선택이란 것이 있는가

7. 알프레도의 방콕 이야기

8. 나중에.. 아마도.. 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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