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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68. 광란의 일요일 - 스콧 피츠 제럴드.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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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일요일(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45)
피츠제럴드는 제1차 세계대전 승리로 물질적 풍요를 누림과 동시에, 도덕과 기존 질서의 파괴로 인해 가치관의 혼란을 경험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불꽃처럼 화려하고 거침없이 살다간 피츠제럴드의 삶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이 책에는 피츠제럴드의 회고록 성격이 짙은 단편 세 편이 실려 있다. 〈광란의 일요일〉과 〈오, 적갈색 머리 마녀〉에서는 의기양양하던 젊음이 지나간 후 나이 든 남자가 느끼는 불안함과 비애, 그리고 그에 대한 작가의 연민을 엿볼 수 있다. 〈오월제〉에서는 생계를 위해 쓴 소설과 시나리오의 실패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렸던 작가의 모습이 연상된다. 물론 작품 속 인물들이 작가의 실제 삶과 온전히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 책에 실린 세 가지 단편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인생 말년에 느꼈던 후회와 고통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작가의 생애와 비교해 가며 이 책을 읽어 본다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출판
더클래식
출판일
2021.01.30

 

 

 

 꼭 존재론적인 의미까지 가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행위나 성취물에 대해 인정을 원하고 응원받기를 희망한다. 간혹 누군가 "나 스스로 나를 인정해야지 남이 해주는 인정은 가슴에 와닿지 않아요"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개 이런 사람들은 이미 충분히 남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그 욕구가 충족되다 못해 차고 넘치기에 가능한 일이라 본다. 살면서 개인의 창작물을 만들일이 좀처럼 없는 사람도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인생의 전반이 창작물을 만들어 내는 직업을 가진 예술가는 얼마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겠는가.


 

광란의 일요일은 제목처럼 일요일마다 벌어지는 사건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조얼은 유명한 감독 마일스 캘먼의 초대를 받아 일요일 파티에 간다. 절대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깨고 술을 마신 뒤 왠지 모를 호기로 조얼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준비하던 작품을 “발전시키기”라는 스탠딩 코미디처럼 말한다. 사람들의 환호까진 아니더라도 괜찮은 반응을 원했던 조얼은 사람들의 싸늘한 반응에 낙담하고 만다. 그리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를 하고 파티를 망친것 같다며 마일스에게 사과 메시지를 보내는데, 마일스의 아내 스텔라가 그 메시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좋았다며 다음번 파티에 다시 초대를 한다.


 또다시 광란의 일요일. 조얼은 초대받은 자리에서 마일스와 스텔라의 다툼을 듣는다. 다툼의 이유는 마일스의 외도. 둘의 싸움을 보면서 조얼은 이상하게도 스텔라에게 호감을 품는다. 신경쇠약에 외로움, 복잡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스텔라에게 호감을 품은 건 그녀가 매력 있어서도 있겠지만, 분명 조얼의 작품을 인정해 줘서가 크다고 본다. 유명한 배우였던 어머니 그늘에서 작가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굴레아래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겠는가.


 그리고 토요일. 스텔라는 조얼에게 연극 파티를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한다. 이는 분명 스텔라가 마일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요량인 것을 알았지만, 조얼은 거절하지 못하고 스텔라와 연극 파티를 간다. 그렇다면 둘은 파티를 즐기면 될 것을 마일스가 시카고에 가지 않고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스텔라의 걱정에 조얼은 짜증이 난다. 결국 둘은 연극 파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마일스의 집으로 향하는데, 스텔라는 여기서 조얼에게 관심이나 호감은 없다는 뜻을 내비친다. 조얼은 불편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도하는데 이때 시간은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넘어간다.


 

 

 이 책의 기가 막힌 점은 일요일마다 광란의 사건이 발생함을 독자들에게 인지시키고 후에 토요일이라 별일 없겠거니 안도하는 독자들을 등장인물과 같이 토요일에서 일요일로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이상 책에서 시간흐름을 이렇게 생경하게 느끼기는 어려운데, 이 대목에서 마치 실제 조얼과 같이 토요일에서 일요일을 맞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요일.

그 지독한 일요일이 되자 여지없이 바로 사건은 발생한다. 마일스가 탄 비행기가 추락해 마일스가 사망한 것이다. 마일스의 사망소식에 스텔라는 조얼에게 의지하고 매달리지만 조얼은 그녀를 뿌리치고 그녀와 마일스를 위해 잡무를 처리해 주고 집을 떠난다. 집을 떠나는 길에서 새삼 위대한 감독이었던 그의 빈자리를 느끼면서 자신의 별 볼 일 없는 작품과 그의 위대함을 관조한다.





 광란의 일요일은 누가 봐도 조얼과 마일스라는 두 인물을 대조적으로 묘사하는 작품이다. 조얼이 유명한 배우인 어머니 아래서 압박을 받고 지내왔던 것과 마일스가 어머니 콤플렉스가 있다는 점, 작가와 감독이라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예술작품을 만든 자는 점에서 둘은 같은 인물이라 봐도 무색하다. 여기에 스텔라를 두고 느낀 서로에 대한 시기는 젊기에 줄 수 없는 것과 늙었기에 줄 수 없는 것에 대한 서로의 동경이다. 인간은 언제나 그런 것 같다. 젊은이는 나이 든 사람의 부와 명예를 부러워하고 나이 든 사람은 젊은이의 건강과 젊음을 부러워한다. 왜 항상 인간은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을 욕망하는지.


 스콧 피츠 제럴드는 본인의 감정이자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느끼는 젊은 시절의 불안감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나이가 들어 모든 것을 인정받았지만 찬란하던 시기가 지나 느끼는 불안감과 슬픔을 두 인물을 통해 보여줌으로 인간 본연의 슬픔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확실히 단편을 잘 쓴다.
장편도 잘 쓰긴 하지만 스콧 피츠제럴드의 책을 읽고 감탄할 때는 대개 단편소설을 읽었을 때가 많다. 짧은 단편에 이렇게 함축적이고 색다르면서도 킥을 주는 쓰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 광란의 일요일 ★★★★



나누고 싶은 것들
1. 만약 조얼이 마일스를 배신하고 스텔라를 적극적으로 유혹했으면 어땠을까?
2. 인정받고 싶어 했지만 창피함을 느꼈던 순간
3. 무엇에서 인정받고 싶은가? 누구에게 인정받고 싶은가?
4. 현재를 기준으로.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현재의 자신의 모습 중 어린 시절 욕망했던 점과 현재 어린 시절의 자신이 부러운 점.
5. 남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할까? 내가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할까?
6. 악플 혹은 비난에 상처받았던 경험
7. 응원받고 인정받았던 경험과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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