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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69.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말없는 소녀 원작소설).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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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문학의 나라 아일랜드, 그곳에서 현재 최고의 주목과 찬사를 받는 작가가 있다.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 같은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와 견주어지며 국제 문학계의 떠오르는 별로 꼽히는 소설가 클레어 키건의 이야기다. 섬세하고 감동적인 필체로 유명한 키건은 24년의 활동 기간 동안 펴낸 단 4권의 책으로 전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천재 소설가라는 칭호와 함께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으며 특히 지금, 세계의 독자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마침내 처음 번역 출간되는 키건의 책 『맡겨진 소녀』는 2009년 데이비 번스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애정 없는 부모로부터 낯선 친척 집에 맡겨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말없는 소녀」 또한 세계 관객들의 열렬한 호평을 받으며 올해 5월 31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저자
클레어 키건
출판
다산책방
출판일
2023.04.21

 

 

 

 

 진짜 슬픔을 아는 사람은 슬퍼하는 사람에게 쉬이 위로의 말을 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슬퍼하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는 것보다는 그저 옆에서 가만히 있어주는 것. 아무 말 없이 함께 있는 것만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은 위로받는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슬픔에 공감을 잘 하지 못하기도 하고 슬픔을 애써 외면하려 하기 때문에 누군가 처럼 위로의 말을 전하기보단 침묵하는 편이다. 그래서 마치 진짜 슬픔을 알아 쉬이 위로의 말을 전하지 못하는 사람인 양 행세를 할 때가 있다. 그로 인해 만약 누군가 위안을 받는다면 내 의도와는 다르지만 그리 나쁘지만은 않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말없는 소녀 라는 제목으로 23년 5월 31일에 개봉한 영화의 원작 소설의 이름은 맡겨진 소녀다.
 

 

 

 
말없는 소녀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가난한 집의 어린 소녀 코오트는 여름 동안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진다. 낯선 환경도 잠시...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다정함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평점
9.3 (2023.05.31 개봉)
감독
콤 바이레아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앤드류 베넷, 마이클 패트릭

 

 

 

 

 

 맡겨진 소녀는 1981년 아일랜드 시골 지역을 배경으로 경제적 상황이 넉넉지 않지만 아이가 많은 가정에서 또 다시 출산을 앞 둔 부인때문에 많은 자식을 돌볼 여력이 부족한 부부가 먼 친척집에 주인공 소녀를 맡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주인공 소녀가 친척집에 맡겨졌을 때 소녀의 짐을 깜박하기도 하고 소녀를 맡기고 떠나는데도 아이에게 무심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소녀를 버리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소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살피는 두 부부의 모습에서 괜한 경계를 하기도 했다.

 첫날밤을 보내고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침대에 오줌을 싸도 모른 체 해주는 에드나, 바깥일을 하고 돌아와 소녀에게 우편함 달리기를 시키는 존. 두 부부는 무심한 소녀의 부모와 달리 소녀를 정성스레 돌본다. 내 예상과 다르게 두 부부는 소녀를 살뜰히 돌보며 잘 먹이고 피부관리와 교육도 시키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소설 속에서 뉴스를 통해 1981년도 아일랜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묘사되는데 혼란스러운 바깥 세상과 달리 소녀는 전에 없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소녀는 킨셀라부부와 난생 처음 시내에도 간다. 시내에 간 소녀는 처음으로 용돈이란 것도 받고, 새 옷과 간식을 사기도 한다. 소녀가 이렇게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다보니 괜히 책을 읽는 내내 소녀에게 무슨 안좋은일이 생길까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시내에서 돌아온 부부와 소녀는 동네 주민의 부고 소식을 듣고 초상집에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소녀는 밀드레드 부인을 통해 킨셀라 부부가 사실은 예전에 아들을 잃은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모르는 킨셀라 부부는 소녀에게 “밀드레드 부인이 무엇을 물어보고 얘기했니?” 라는 질문을 하고 소녀는 듣고 대답한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 초상집에서 돌아온 존은 소녀와 같이 해변으로 산책을 간다. 에드나는 이 밤중에 위험하게 어딜 가냐고 윽박지르지만 존은 새 구두가 익숙지 않아 걷다가 넘어져서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냐며 신발을 길들일 겸 잘 다녀오겠다고 에드나에게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에드나는 대신 램프를 가져가라며 존과 소녀를 보낸다. 과거 킨셀라 부부의 아들은 개를 따라가다 발을 헛디뎌 구덩이에 빠져 죽은 것으로 나오는데, 존은 마치 그때가 떠올라 다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소녀가 발을 헛디디지 않고 신발을 길들이게 끔 어두운 밤인데도 불구하고 산책을 떠난 것으로 보인다. 해변으로 산책을 갔던 밤 존과 소녀는 손을 잡고 걷기도 하고 해변에서 뛰놀며 유사 부녀의 모습을 갖춘다.
 
 

 
 
 존은 산책의 막바지에서 자신의 아픔을 언뜻 이야기하며 아무말도 하지 않는 소녀에게 “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라고 말한다. 영화의 제목을 굳이 “말없는 소녀”로 지은 것이나 책에서 ”해야 할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는 아이“라는 칭찬이나, 책의 마지막에서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라며 소녀가 말을 아끼는 것까지 이 책은 온통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무 말 하지 않는 것.


 때로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는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슬픔에서는 섣부른 위로의 말보다는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작가는 존의 입을 빌려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고 존과 소녀가 산책에서 돌아가는 길에서 “저기서는 네가 날 업고 왔나 보다.”라는 농담을 한 건 아닐까. 시간은 흐르고 소녀의 어머니는 출산을 한다. 소녀의 어머니가 출산을 했다는 소식은 이제 소녀가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킨셀라 부부와 소녀의 유사 부모 자식 관계는 이제 종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생각보다 이야기는 담담하고 빠르게 흘러간다.

 

 킨셀라 부부는 소녀를 데리고 소녀의 집으로 간다. 소녀의 부모와 소녀의 형제 자매들은 소녀가 뭔가 달라짐을 느끼지만 소녀는 굳이 티 내지 않는다. 이 소설의 아름다움은 마지막 장면에서 폭발한다. 자신을 두고 돌아가는 존과 에드나를 향해 소녀는 힘차게 달려간다. 그리고 줄 곧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을 강조했던 작가는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이 장점인 소녀의 입을 통해 존에게 말한다. “아빠. 아빠”


 소녀가 하는 “아빠, 아빠” 라는 말은 그간 말 하지 않고 꾹 참고 참았던 소녀가 존과 에드나를 위로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다. 킨셀라 부부는 그동안 겉보기엔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책에서 밀드레드 부인이 소녀에게 킨셀라 부부에 대해 물은 것도 분명 자식을 잃은 부부라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거나 슬픔에 빠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소녀를 추궁한 것이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가 어떻게 정말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는가. 킨셀라 부부는 참아 왔던 것이다. 그렇게 참고 참으며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치유되지 않던 상처는 소녀와 함께하며 점점 드러났다. 소녀가 그대로 만약 떠났다면 킨셀라 부부는 다시 그 상처를 덮고 모른 체 지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소녀는 부부에게 달려왔고 “아빠, 아빠”라는 말로 부부의 상처를 치유시킨다.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한다는건 너무 어렵다. 타인에 슬픔에 쉽사리 공감하지 못하는 나에겐 더 남들보다 배는 더 어렵다. 그래서 신형철작가가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는 산문집을 냈을 때 제목만 보고 덥석 구매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도 누군가의 슬픔을 위로해주고 싶지만 공감도 잘하지 못하고 너무 어렵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소녀처럼 “아무 말하지 않는 것”이다. 소녀와 나의 선택에 이유는 다르지만 아무 말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의 슬픔에 위로를 전할 수 있다면, 의도가 무엇이든 그것이 제일 좋은 선택이 아닐까. 그래도 마지막 소녀의 “아빠, 아빠”라는 말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누군가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를 수 있다면 나도 그 단어든 짧은 말이든 내뱉고 싶다.

 말 하지 않고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다면, 그래도 어떤 말을 내뱉어 누군가를 치유해 줄 수 있다면.
클레어 키건 - 맡겨진 소녀 ★★★☆


나누고 싶은 것들.
1.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해주는 나만의 방법
2. 슬플 때 받았던 최고의 위로는
3. 말 하지 않아서 잘 됐던 적.
4. 말 하지 않다 말을 꺼내서 잘 된 적.
5. 우물, 아빠와 같은 상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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