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가와바타 야스나리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09.01.20
문학작품을 인식적, 정서적 가치를 중심으로 보면 설국은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설국이 쓰였을 당시 사람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모습이 여러모로 거부감이 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설국과 같은 고전소설들을 읽다 보면 시대착오적인 발상 때문에 모종의 불편함이 느껴질 때가 간혹 있는데 그게 싫다면 과감히 읽지 않아도 된다.(상대성을 생각하더라도 설국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이 많았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그런 게 당연했겠지.) 그러나 그런 것을 감안하고 읽는다면 다른 충분한 가치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
누군가는 첫 문장이 유명해 읽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추천해서 읽었다고 했다. 나는 날이 더워 골랐다. 이 무더위를 물리칠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받고 싶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배경 묘사가 탁월해(번역이 좋았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서늘한 기분을 느꼈고, 끝으로 갈수록 느껴지는 허무함에 서늘함을 느꼈다. 내가 읽은 대부분의 일본 소설이 그랬는지 그 나라의 정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일본 작가들은 허무주의를 가지고 있다.
설국도 그렇다.
주인공인 시마무라는 헛수고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인간은 결국 죽기 마련이니 인간사의 모든 것은 헛수고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좋아하는 고마코를 보고도 "이 여자는 내게 반했군" 하는 생각을 하자마자 곧 "그것이 왠지 처량했다." 라는 생각을 하고 여관에서는 죽어가는 벌레를 보고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한다. '어차피 죽기 마련인데 나를 좋아하면 무엇이고 아이들이 자라면 무엇이냔 말인가.'라는 생각에서다.
생각뿐만 아니라 그는 하는 일조차 무용하고 허무하다. 시마무라는 서양무용을 평론하는 일을 하는데 그가 하는 일은 일본 무용계에 아무 쓸모도 없고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서양무용을 직접 본 일도 없다. 결국 시마무라가 하는 일은 헛수고이자 무용이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자신이 하는 일이 헛수고라면 실망하고 다른 일을 찾을 텐데 시마무라는 허무에 가득 찬 사람이기 때문에 무용(無用)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인간사는 허무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시마무라에게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시간 순서는 두 번째 방문에서 첫 번째 방문, 세 번째 방문 순으로 되어 있는데 가와바타에 두 번째 방문을 하던 중 마주친 유키오와 요코를 시마무라가 관심 있게 바라보는 것으로 책의 첫 모습이 그려진다.
책의 시간 순서 : 두 번째 방문 -> 첫 번째 방문 -> 세 번째 방문
유키오는 병으로 죽어가던 남자로 요코는 그의 애인이다. 요코는 유키오를 살리기 위해 가와바타로 왔다. 시마무라가 가와바타에 올 때 마다 만나는 게이샤인 고마코는 유키오와 어릴 적부터 같이 지내던 사이로 사람들은 둘이 약혼한 사이라고 알고 있다. 얼핏 생각해보면 이들이 사각관계로 얽힐 것 같지만 시마무라는 유키오와 요코를 관찰할 뿐이고 직접적인 관계는 고마코하고만 맺는다.
책의 시작은 시마무라가 가와바타에 두 번째 방문하여 유키오와 요코를 관찰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시마무라의 세 번째 방문에서 유키오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나오고 머지 않아 요코 또한 원인 불상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죽음을 맞이하러 온 유키오나 와서 죽게 되는 요코나 둘 모두에게 가와바타는 죽음의 장소이자 삶의 종착지로 의미된다. 즉 책에서 가와바타라는 장소는 죽은 자들의 장소이자 죽음을 맞이하러 산자들이 오는 장소다.
책의 첫 부분에 시마무라가 둘을 주목 한 것은 둘이 아름다운 커플로 보이거나 이목을 끌어서가 아니다. 시마무라가 보기엔 요코와 유키오가 자신과 다르지 않아 보여서다. 다르지 않다는 건 시마무라 또한 허무로 죽기 위해 계속 가와바타에 방문한 것이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이하러 온 커플을 보고 "나와 같구나" 라고 생각해 쳐다본 것이다. 그러기에 가와바타에 죽으러 왔는데 고마코가 자신에게 구애를 하니 시마무라 입장에선 고마코의 행동이 아름다운 헛수고라고 느끼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곧 죽을 사람에게 구애를 해서 고마코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소설에는 당연히 작가의 생각과 감정이 투영된다. 보통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100이라 치면 소설에 투영되는 것은 그 100중 30~40 정도라 보는데, 일본 작가들은 이상하게 100중에 90 정도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작가가 혹시나 자살은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역시나 자살을 했다. 작가가 왠지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 책이 이전에도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인간실격이다. 인간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서 "결국 인간은 죽는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허무에 빠진 한 소설가가 허무와 인간 존재 본연의 슬픔을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그린 책이 설국인 것 같다. 책이 너무 아름답고 잘 쓰였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너무나 진한 이미지와 상징에 무거운 마음도 들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물론 좋았는데 소설의 도입부로써 더할 나위 없는 것 같아 좋았다.
인간 존재는 무엇일까.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향하는 걸까? 인간 본연의 슬픔.
가와바타 야스나리 - 설국 ★★★☆
나누고 싶은 것들
1. 소설의 도입부
2. 인간의 존재란?
3. 문학작품의 인식적, 정서적 가치에 대해
4. 문학은 그 시대의 사람들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점이 담겨있다라는 점에서
5. 일본 예술작품의 특유의 분위기에 대해
6. 이미지와 상징
7. 가와바타는?
8. 고마코의 짝사랑 하는 모습에 대해
9. 허무
10. 설국의 첫 문장의 뒤 이야기를 한 페이지 써 본다면.
11. 필멸자
2021. 작성
2022.12.20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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