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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54. 인생의 베일 - 서머싯 몸.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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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베일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의 작가 서머싯 몸의 장편소설. 전통적 가치관 아래에서 자란 여성이 결혼 생활의 환상이 깨지고 외도의 아픔을 겪으면서 긍정적인 여성성을 모색한다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허영과 욕망이라는 인간의 굴레를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 키티의 힘겨운 성장을 통해 진정한 사랑,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삶의 의미를 되짚어나간다. 아름답고 명랑한 키티는 허영 많은 엄마의 기대 속에 사교계에 등장하지만 결국 나이에 쫓겨 도피하듯 결혼한다. 그녀는 매력적인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와 사랑의 불꽃을 태우다가 그에게 배신당하고, 부정을 알게 된 남편의 협박에 콜레라가 기승을 부리는 중국의 오지 마을로 끌려간다. 키티는 사방에 깔린 죽음의 공포와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의 삶과 가치관을 체험하고 편협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광대한 자연 앞에서 용서라는 실마리를 찾음으로써 속박처럼 자신을 얽어맸던 잘못된 사랑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저자
서머싯 몸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7.02.02

 

 


 인생의 베일은 사람이 성장하며 드리워진 얇은 베일을 하나씩 벗으며 각성할 것 같지만 그 위에는 또 다른 베일이 있으며 계속 베일을 벗어 성장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베일이 드리워지는 인간의 잔인한 굴레를 이야기한다. 이 책의 중심 내용은 결혼 생활의 파탄과 외도 그리고 성장이다. 

 

 책의 주인공인 키티는 어머니의 기대 아래서 나이에 쫓겨 도망치듯 세균학자인 월터와 결혼을 한다. 월터는 누가 보더라도 지성과 건실함을 갖춘 남자이자 키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지만 키티는 도망치듯 결혼한 탓에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끌리는 남자로써의 매력을 못 느낀 것이다. 인간은 덕목보다는 매력에 더 끌리고 본능은 이성을 앞선다. 그러기에 키티는 월터와 홍콩에서 생활하는 도중 허영심 많고 속 빈 강정이지만 남자다운 매력이 있는 찰스의 유혹에 넘어가 외도를 한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외도는 결국 들통이 나고 키티는 찰스에게 버림을 받은 후 월터의 협박에 못 이겨 콜레라가 창궐한 메이탄 푸로 떠난다. 메이탄 푸의 성당에서 사람들을 도우며 생활하던 키티는 그곳에서 그간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고 허영심이 많았는지를 깨닫고 성장한다. 그 와중에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는데 임신 이후 머지않아 월터는 콜레라에 걸려 죽고 만다. 월터가 죽은 뒤 키티는 영국으로 돌아간다. 돌아가기 전 잠시 들른 홍콩에서 키티는 옛 내연남인 찰스와 만난다. 이미 한 차례 성장을 한 키티지만 키티는 찰스를 보는 순간 욕망에 눈이 멀어 그와 스킨십을 하게 된다. 본능에 앞서 스킨십을 하고 난 이후 이성을 되찾은 키티는 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자신에게 환멸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찰스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황급히 영국으로 돌아간다.

 

 도덕적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며 자신의 실수를 알고도 또 반복한 키티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같긴 싶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키티의 모습이 우리의 평소와 피차다르지 않다. 매일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후회하는 것.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다짐해놓고 또다시 야식을 먹는 것과 같은 것이 키티의 행태와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는가.

인간은 고통속에서 베일을 벗겨내고 성장했다고 믿지만 실수를 반복하고 또 다른 베일이 드리워짐을 깨닫고 또 후회하며 베일을 벗겨내고 성장하려 발버둥 친다.  

 




 이 책은 키티의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월터와 키티의 모습에서 사랑의 아이러니를 다룬 소설로도 볼 수 있다. 흔히 "나는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좋아"라고 사람들은 흔히 말하지만 진짜 그럴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무시하고 조롱할 가능성이 더 많다. 사람들은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나쁜 마음이 꿈틀거리며 상대와 갑을관계를 형성한다. 괜히 노래나 책, 드라마 등등에서 짝사랑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는 사랑이야기가 흔한 레퍼토리가 된게 아니다.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에게 잘해줘야 하긴 하지만 사람 마음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나를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좋아야만 잘해줄 수 있다. 때문에 키티는 자기를 사랑해서 스스로를 책망하는 월터가 자신을 벗어나 스스로를 구원하길 바란다. 심지어 자신은 원래 이렇게 천박하고 경박한 사람이니 제발 자신을 돌보라고 까지 말한다. 좋아하는 척이라도 잘해주는 척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키티는 어떠한 거짓행동도 하지 않고 월터는 지옥같은 상황임에도 그녀를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만 한다. 그러던 중 키티가 임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부부기에 전혀 스킨십이 없었던 건 아닌지 월터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인지 아닌지를 헷갈려한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아는 걸까. 아니면 시기상 월터의 아이가 아닌 것을 인지한 것일까. 책의 맥락상 키티가 임신한 아이는 월터의 아이가 아닌 것으로 나온다. 키티는 거짓말이라도 이 아이가 월터의 아이라고 해 줄 수 있었음에도 월터에게 당신의 아이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이 말에 월터에게 큰 상처를 입는다. 외도가 큰 죄이긴 하지만 반성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용서할 여지는 있다. 그래서 월터는 키티를 메이탄 푸로 데려와 같이 산 것이다. 그런데 만약 외도로 인해 자신의 아내가 자기 아이가 아닌 다른 남자의 임신을 했다면 이건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가지 없다.

 

 

"죽은 건 개였어."


 월터는 키티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콜레라 실험 도중 사망 하는데 그의 마지막 유언과 같은 말은 그가 사고사가 아닌 자살임을 암시한다. 월터는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이야기의 끝에서 키티는 영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메이탄 푸에서 성장했다고 믿었던 자신이 또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을 보고 자신에게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며 또다시 베일을 벗고 성장 한다. 키티의 어머니는 사망했고 아버지는 홀로 남아 있었다. 그간 키티의 아버지 가스틴은 키티에게는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에 불과했고 키티의 어머니 가스틴 부인에게는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그래서 처음 키티는 아버지와 살 생각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영국으로 향하는 배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막상 영국에 와 늙고 지쳐버린 아버지를 보니 마음이 바뀌어 버린다. 키티는 아버지에게 그간 자신이 얼마나 무지했고 허영심이 많았는지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모시고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몸은 키티가 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서 어리석고 끝없이 실수를 되풀이하는 인간의 굴레에도 희망이 있음을 독자들에게 말한다. 어리석음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며 화해를 하고 서로 사랑을 한다면 인간은 다시금 살아가고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베일 제일 마지막 문구에서 몸이 키티에게 하는 것 같은 말은 마치 우리에게 던지고 싶은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언제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라는 밈 처럼 인간의 굴레는 계속 반복된다.
속물적이고 위선적이며 어리석은 인간이지만 그래도 인간은 이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싶다.


인정, 용서, 사랑 그리고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 그런 것들에서 언제나 희망은 있다.
서머싯 몸 - 인간의 베일★★★★  


나누고 싶은 것들
1. 인간의 끝없는 굴레
2. 죽은 건 개였어. 의 의미
3. 본능은 이성을 항상 이길까?
4. 용서가 희망을 가져올까?
5. 외도
6. 짝사랑 혹은 외사랑
7. 지배하지 않는 사랑이란
8. 가스틴 부인과 가스틴
9. 후회되는 나의 행동
10. 내가 맨날 반복하는 실수는?

 

 

작성 - 2021

1차탈고 - 2022.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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