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는 비슷하다. 현재 10년, 20년 전 보다 훨씬 더 손쉽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연락의 부재로 오해하고 갈등을 빚기 마련이고, 삶이 더 편안해질 수 있는 기술이 발전했어도 삶은 여전히 다양한 이유로 고통스럽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얼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고 옛날 사람이라고 해서 엄청나게 다르지 않다.
노멀 피플은 메리 앤과 코넬 월드론이라는 두 인물이 성장하며 겪는 갈등과 불안,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둘은 비슷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지만 계층의 차이 때문에 시작부터 애매한 관계로 함께 성장한다. 중학교에서부터 대학 진학까지 둘은 떨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고, 서로 오해와 각자의 고민으로 인한 방황을 계속한다. 서로 다른 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지만 둘은 끊임없는 서로에 대한 끌림 때문에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얼핏 보기엔 달라 보이지만 성격도 가정사도, 내면도 비슷한 둘은 돌고 돌아 결합하면서 그동안의 방황과 감정의 골을 일순간에 해소한다.
보통 이런 이야기의 끝은 서로가 사랑에 빠져 평생을 같이해야 마땅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결말 부분에서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떨어져 지내기로 하고, 혹여나 서로가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하더라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하면 서로 함께하다 결혼까지 진입하는 것이 보수적인 사랑 관계라면 이 둘의 사랑 관계는 꾀나 파격적이고 진보적이다. 이 책의 저자가 젊다고 해서, 출판사에서 이 책을 요즘시대의 사랑이라고 마케팅한다 해서 요즘 젊은이들은 이런 사랑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둘도 충분이 다른 사람과는 보수적인 관계의 사랑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둘이 보수적인 사랑을 실패한 이유는 서로가 너무 다른 타인이자 각자의 상처와 골이 너무 깊어서라 생각한다.
둘이 사랑의 관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 정도로 더 가까워진 계기는 책의 후반부 메리의 위기와 친구 롭의 자살로 코넬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알아봤고 그 상처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랑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테지만 그렇지 못한다. 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달랐던 면이였을 수 있고 계급차나 경제적 등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은 서로의 상처를 너무 제대로 들여다봐서라고 생각한다. "너무 잘알아서..ㅁㅁ 하지 못해"라는 말처럼 둘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서로의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너무 잘알기에 온전히 편입하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보수적인 의미에서 사랑이라는 게 참 어렵다. 둘의 관계로 책은 노멀 사랑. 평범한 사랑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먹먹하게 그려낸다.
그러나 둘의 보수적인 사랑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세드엔딩은 아니다. 둘은 상호보완적인 사랑. 진보적인 사랑은 성공한다. 여기서 진보적인 사랑이란 사랑의 관계에서 꼭 필요한 요소인 지지와 이해 그리고 같이 화내주고 슬퍼해주는 것을 하는 사랑이다. 너무 잘 알아서 보수적인 사랑을 실패했겠지만 반대로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진보적인 사랑은 가능하다. 그 결과로 코넬은 미래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고 메리앤은 아일랜드에 남은 것이다. 둘은 진보적인 의미에서 사랑의 관계기 때문에 떨어져 있더라도 괜찮다. 상대가 없더라도 각자가 온전히 잘 살아갈 것이고 멀리 서든 혹은 다시 만나도 서로를 사랑해줄 수 있을 것이다.
노멀피플. 평범한 사람, 평범한 사랑 노멀 러브라는 허상
샐리 루니 - 노멀피플 ★★
나누고 싶은 것들
1. 운명적인 상대는 있을까?
2. 사랑하면서도 서로 구속하지는 않고 성관계는 맺지만 연인은 아니고 그런 관계가 있을 수 있을까?
3. 사랑의 관계
작성 - 2020
1차 탈고 - 202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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