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은 반골기질과 의협심을 가진 도련님의 시골 교사 생활을 다룬 소설이다. 어려서부터 잘난 형과 비교당하던 도련님은 반골기질을 가지고 사고만 치고 다닌다. 그런 도련님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애정을 보내는 것은 그 집 하녀인 기요다. 기요는 언제나 도련님이 잘 될 거라 믿고 있고 주종관계를 넘어선 애정을 쏟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도련님은 형과 헤어져 기요를 기요의 친척집에 맡기고 대학을 졸업한 후 시골 교사로 부임한다. 시골 학교에서 기존 교사, 지역 신문사 등 기득권 세력의 부조리에 맞서며 현실세계에 부딪치던 도련님은 결국 기득권과 어울리지 못하고 특유의 반골기질로 같은 수학교사인 센바람과 함께 부조리의 상징과 같은 교감과 그의 추종자인 미술 교사를 혼내준다. 보통 소설은 여기서 도련님과 센바람이 정의를 구현하고 시골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잘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도련님은 학교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도쿄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도련님]은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플롯을 따르는 소설로 복잡하지 않은 갈등 구조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술술 읽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권선징악과 다르게 도련님은 악을 징벌하지 못한다. 오히려 악을 벌해주었던 도련님과 센바람이 사직서를 내고 떠나고, 악역인 교감과 미술선생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학교에 출근해 생활한다. 결국 있던 곳에서 쫓겨난 것은 센바람과 도련님이기 때문에 도련님이 악을 징벌했을지는 몰라도 그것은 잠시일 뿐 최종 승자는 교감과 미술선생이다.
현실세계에 있어 권선징악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굳이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결국 악인이 잘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 고 있다. 현실에선 악은 어떠한 꼼수를 써서라도 죄를 피하고 잘 살아가고, 선을 추구했던 인물들은 잠시 동안의 영광은 얻을 수 있겠지만 결국엔 상처 입고 잊혀간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이런 현대의 권선징악을 아주 잘 표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끝을 선의 승리로 마무리했을 수 도 있겠지만 그런 판타지보다는 현재의 씁쓸한 면모를 보여줌으로 독자들이 작품을 넘어서 현대의 부조리와 폐해를 다시 바라보게끔 했다.
작품에서 기요는 형제와 부모보다도 더 도련님을 아끼고 끝까지 그가 성공하리라 믿는다. 기요의 역할은 권선징악이 통했던 구시대의 로망 같은 존재다. 도련님을 신세대로 부조리에 맞서는 인물이라 보면 기요는 구시대에 부조리에 맞서 성공을 거둔 선배다. 기요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는 부조리에 저항하여 선을 추구하는 대의의 대물림 같은 것이다. 소설의 마지막 도련님은 패배하여 기요에게 돌아간다. 기요는 패배하고 돌아온 다음 세대를 위로한다. 그러나 머지않아 기요가 세상을 떠나는 건 결국 미래세대는 다음 세대의 몫에 있다는 점을 말한다.
부조리에 맞서는 새로운 인물은 언제나 등장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끝은 항상 씁쓸하다. 그나마 성공한 경험이 있는 구시대 인물들은 점점 사라진다.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낭만의 시대는 종결이다.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현실 왜 항상 반대일까. 동화처럼 살기엔 어른은 너무 나이가 들어버린 탓일까.
도련님 - 나쓰메 소세키★★★☆
나누고 싶은 것들.
1. 순진하게 믿고 싶은 것이 있다면?
2. 도련님과 기요
3. 직업에 맞는 행동이란 게 필요한가
4. 자신의 잘못을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을까?
5. 가장 최근 진심 어린 사과를 했던 경험은?
6. 내가 정의감에 불타 했던 가장 최근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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