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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47.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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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대작가 헤밍웨이의 감동의 역작 『노인과 바다』. 쿠바 연안에서 고기잡이를 하며 살아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헤밍웨이 특유의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불운과 역경과 고난 앞에서 한 늙은 어부가 보여주는 장엄하고 영웅적이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이고 사적인 행위가 간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이 작품은 출간 이듬해인 1953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1954년에는 작가에게 주어지는 노벨문학상에서 이례적으로 작품인 『노인과 바다』가 언급되며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저자
어니스트 헤밍웨이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2.01.20
 



 노인은 84일 동안 아무런 물고기도 낚지 못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85일째 거대한 물고기를 낚기 위해 먼바다로 나간다. 노인은 결국 커다란 물고기와 마주하고 물고기를 낚기 위해 피가 나고 살이 찢기는 고통을 겪는다. 물고기를 잡기 위한 과정에서 당연히 투쟁심이 생겨야 하지만 물고기와의 오랜 싸움에 노인은 불현듯 외로움을 느낀다. 홀로 어떤 거대한 투쟁을 하려는 인간의 서사는 치열해 보이지만 결국 한낱 인간이기에 고독한 투쟁은 외로움을 부른다. 노인의 싸움이 쉼 없는 전쟁일 것 같지만 물고기도 지치기 때문에 간간이 휴전 시간도 찾아온다. 그때마다 노인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지나가는 새나 자신이 잡으려는 물고기에게 쉼 없이 말을 건다. 며칠간의 투쟁 끝에 노인은 물고기를 얻는다. 마침내 얻은 승리에 노인은 기뻐하기도 하지만 막상 다시 뭍으로 되돌아가려니 걱정이 앞선다.

 

 물고기 하나만 바라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바다로 나온 까닭에 노인의 귀로는 생각보다 너무 멀어졌다. 그래도 어찌하랴. 다시 뱃머리를 돌려 육지로 돌아가지만, 노인은 돌아가는 와중에 만난 상어떼들에게 잡은 물고기 살덩어리 대부분을 뺏긴다. 결국 머리와 뼈만 남은 물고기를 가지고 돌아온 노인은 그대로 지쳐 쓰러져 잠에 든다. 다시 보금자리에 돌아온 노인에게 떠나기 전과 돌아온 후에 남은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만약 투쟁 끝에 남는 성취물이 없다면 다시 투쟁하고 싶은 생각조차 안날텐데 노인은 또 다시 사자의 꿈을 꾸며 잔다.

 

 

 

 




 노인의 삶에는 항상성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잃어버리고 잃은 것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얻으려다 또다시 잃는 것을 반복한다. 노인의 삶은 현대인들이 돈을 좇아 건강을 버리고 다시 건강을 얻기 위해 돈을 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마지막 순간 노인에게 남은 것은 별로 없으니 노인의 투쟁은 실패한 걸까? 비록 노인에게 큰 물고기가 남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상어가 저렇게 멋있고 아름다운 꼬리를 가지고 있는 줄 몰랐네요." 라며 노인이 지나온 길을 보며 말한다.

남은 결과물은 보잘것없더라도 노인이 한 노력과 투쟁은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다. 투쟁하고 노력하는 모든 이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여운을 준다. 솔직히 나는 요즘 노력을 조금 경시한다. 당장이 절박한 사람에게 노력하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어!라는 말은 정말 형편없는 말처럼 들린다. 노력 혹은 노인의 투쟁과 같은 것들의 끝이 언제나 성공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력에는 운이 따라줘야 한다.

 

 

 




 요즘들어 세상이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미련하게 노력만 하다 부러지는 사람들을 숱하게 봐왔다. 돌아올 힘을 남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노력이 실패로 끝났을 때 개인에게 오는 후폭풍은 너무 크다. 운이 좋아 부모를 잘 만나거나 좋은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이상 현대 사회는 온힘을 다해 노력한 개인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발판이 현격히 부족하다.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노력만 하는 사람들에게 "적당히 간보고 안될 거 같으면 확 발을 빼"라고 말한다. 만약 가능성이 많이 보인다면. 조금 궤도에 올라온다면. 그때는 노력해도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와 반대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계속 노력하는 사람. 부러질 것 같은데도 버티는 사람들이 꼭 있다. 한 둘도 아니고 제법 여럿 있다. 노력을 경시하지만 나는 노력하고 투쟁하는 사람들을 존경한다. 나는 노력만으론 성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지 노력의 가치까지 경시하는 건 아니다. 단지 노력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거다.


 그런 가성비 떨어지는 일을 며칠, 몇 개월, 몇 년 동안 계속 투쟁하는 사람들.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할 틈 없이 앞으로 달려가느라 바쁜 사람들. 이런 버티는 사람들은 그 모습 자체로 경이롭고 존경스럽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뭐라도 이룬다. 이들 모두가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지만 그전보다 안 좋아지는 경우는 반드시 없다. 무엇이라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좀 더 나은 상태가 된다.

 

 투쟁하는 모든 이들이 만족스러울만한 성공을 거두면 좋으련만 인생은 대개 그렇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몇몇만 성공하고 몇몇은 실패할 거란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대게 노인처럼 마땅한 성취를 얻지 못해도 다시 사자의 꿈을 꾼다. 이런 인간의 몸부림. 생명이 움트는 투쟁들은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답다. 반면 나는 겁쟁이라 언제나 간만 보고 뛰어들 용기나 투쟁할 노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투쟁하는 이들을 보면 노인 곁에서 그를 보듬고 바라본 소년의 마음으로 투쟁하는 모든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돕고 응원하고 싶다.

 

노력하고 투쟁하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어니스트 헤밍웨이 - 노인과 바다 ★★★★

2020-작성
2022.10.11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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