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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46.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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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을 모델로 한 중년의 사내(스트릭랙드)가 달빛 세계의 마력에 끌려 6펜스의 세계를 탈출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 세속의 세계에 대한 냉소 또는 인습과 욕망에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풍자가 담겨있는 소설.
저자
서머싯 몸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0.06.20

 

 

 책은 관찰자인 나라는 사람이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기술하는 전기 형식이다. 증권사에서 일하던 찰스 스트릭랜드는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도 버린 채 그림을 그리겠다고 떠난다. 나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부인과 인연으로 그에게 접촉을 하는데 왠지 모를 끌림에 그와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나 처음 끌렸던 것과 달리 점차 그의 행동과 말들에 불쾌함을 느끼고 멀어진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른 후 나는 찰스 스트릭랜드가 나와 멀어진 이후 파리의 뒷골목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리다 결국 태평양의 한 섬인 타히티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왠지 모를 흥미가 다시 생겨 작가의 대변인으로서 찰스 스트릭랜드의 흔적들을 찾아 타히티까지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깊은 숲속에 들어가 그림을 그리며 원주민들과 살아간 것으로 나온다. 계속 그림을 그리고 원주민과 어울리던 그는 숲 속에서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데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도 캔버스 앞을 떠나지 않고 그림을 그리다 죽는다. 




 

책의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가 폴 고갱을 오마주 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작가는 나 라는 사람을 통해 찰스 스트릭랜드 혹은 폴 고갱의 삶을 추적, 상상하며 과연 그(고갱 혹은 찰스 스트릭랜드)가 타히티까지 가서 찾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찰스 스트릭랜드가 찾으려 했던 것은 무엇일까?  어떤 예술의 완성인가?


사람들은 예술을 운명, 천재성과 결부시켜 생각하기 좋아한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예술의 경지는 대중들에게 환호를 받지 못한다. 예술은 어떤 천재성이나 운명 혹은 광기가 조금 있어야 한다는 판타지가 있다. 그 판타지가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예술뿐 아니라 다른 모든 것들도 비슷하다. 십몇 년 전만 하더라도 성장형 드라마나 소설이 많았다. 주인공이 불우한 처지 혹은 보잘것없는 실력에서 조금씩 성장해 대기만성을 이루는 스토리가 주를 이루었다. 노력을 하면 성공한다는 공식이 먹혔던 때라 그렇다. 그러나 요즘엔 이런 공식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노력해서 성공한다는 게 지금 현실과는 너무 멀다. 요즘은 운, 끈, 끼로 성공을 설명해야 사람들이 납득한다. 그만큼 현실이 냉혹해졌다는 뜻이 아닐까.

요즘 사람들은 "노력하면 성공을 할 수 있어!"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력이란 말을 잘 믿지도 않을뿐더러 언급도 잘하지 않는다.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어!"가 전제된다면 성공에서 실패했을 때 그 몫은 오롯이 개인에게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에는 노력해서 성공해야만 박수를 받았다면 요즘은 노력만해도 박수를 받는다. 마치 번지점프를 뛰기 전 번지점프대에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박수갈채를 받는 것과 같다고 본다. 힘든 길을 굳이 걷는 용기에 대한 박수일까.

그래서 노력해! 라는 말 보다 "버텨"라는 말이 더 자주 들리는 것 같다.


  "성공과 꿈의 실현"이라는 것 자체가 판타진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조건 노력밖에 없다? 이건 도무지 요즘 시대에 먹혀들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 웹 소설이나 드라마, 웹툰들을 보면 성장형이 별로 없다. 모두가 먼치킨이다. 주인공은 늘 운명 혹은 범접할 수 없는 천재성, 타고난 능력 때문에 단번에 성공을 이루어야 한다. 판타지를 위해서는 과정도 판타지여야 한다.


 스트릭랜드는 그런 면에서 천재도 아니고 성장형도 아니다. 심지어 죽고 나서야 인정을 받는다. 요즘 공식과는 너무 다른 스트릭랜드가 매력적인 건 꿈 혹은 성공, 진리를 위해 자신에게 얽매여 있던 모든 것을 과감히 내던져버렸고 그 외에는 모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 처럼 노력하는게 박수를 받는 사회기 때문에 과감히 무언가를 내던져버리는 것으로도 사람들은 손뼉을 친다. 과감한 희생을 통한 성공이 판타지라면 이젠 과감한 희생 자체도 판타지다.

 모든 사람들은 꿈이 있다. 그 꿈을 실현시켰다면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스트릭랜드에게는 그림이라면 우리 모두 각자 원하는 어떤 성공, 꿈, 진리라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에 얽매여 있다. 사회적 윤리, 직장, 가족, 연인, 친구, 도덕, 돈. 우리는 이 모든 것들에 얽매여 꿈이나 진리를 추구하지 못한다.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도전해봐!라는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려운 게 아니라 거의. 진짜 거의 불가능하다.

 이 말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 이미 하고 싶은 모든 것을 하고 충분히 성공을 거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기에 간혹 누군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놀랍다. 어릴 적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어차피 나는 가진 것도 없는데 포기하는 게 쉽지라고 생각했는데 더 자라고 보니 가진 것도 없으니 더 포기하기가 어려워진다. 만약 더 가졌더라도 포기했을까? 절대 포기하지 않았을 거다.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가족의 윤리를 저버린 스트릭랜드는 정당할까? 자신을 도와준 친구를 저버리고 피해만을 끼친 스트릭랜드는 천하의 나쁜 놈일까? 하고 싶은 대로 행동만 하는 그가 정당한 걸까? 그의 행동이 사회의 윤리를 따르면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개인의 윤리라는 측면에서는 우리의 억압된 욕망을 대리 실현시켜주는 것 같다.





 요즘은 꿈을 버리지 않고(설사 잊어버렸더라도) 언젠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면 경외로운 시선으로 쳐다본다. 대중매체를 제외하고 아직도 꿈을 꾸고 언젠간 이룰꺼야 라는 사람을 본 적이 언젠지도 기억이 안난다.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멈추지 않고 박수 쳐줄께. 버텨.
서머싯 몸 - 달과 6펜스 ★★★★




나누고 싶은 것들

1. 스트릭랜드가 남에게 끼친 무례함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2. 만약 꿈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건 무엇일까
3. 추구하는 진리
4. 개인의 윤리와 사회적 윤리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이 되어야 하는가
5. 달과 6펜스에 나오는 다양한 문장들.
6. 폴 고갱
7. 예술은 광기가 필요한가
8. 블란치의 자살에 스트릭랜드의 책임은 있을까
9. 달과 6펜스
10. 자기 욕망의 충족을 위해 가족을 버려도 되는가
11. 예술가의 천재성을 위해 부도덕함을 감내해 줄 수 있는가

12. 나는 꿈이 뭐였지..?

 

2020 - 작성

2022.10.07 - 1차 탈고

(2차 독서와 2차 탈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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