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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39.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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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이 시대 영향력 있는 신경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였던 올리버 색슨, 그의 타계 1주기를 맞아 글과 디자인을 세심하게 다듬은 개정판이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경증 환자부터 완전히 격리될 정도의 중증 정신질환 환자들까지 그가 따뜻한 시선으로 써낸 임상 기록은 인간 뇌에 관한 현대의학의 이해를 바꾸었다는 평가와 더불어 의학적 문학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은 총 4부 24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에서는 주로 뇌 기능의 결핍과 과잉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3부와 4부 에서는 지적장애를 지닌 환자들에게 발견되는 발작적 회상, 변형된 지각, 비범한 정신적 자각 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장의 에피소드마다 뒷이야기 코너를 넣어 저자가 만난 같은 증상의 다른 환자들의 경험을 덧붙였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 자신의 감추어진 능력을 깨달아 가는 환자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저자는 신경학자로서 전문적 신견과 따스한 휴머니즘으로 인간 존엄을 깨닫게한다.
저자
올리버 색스
출판
알마
출판일
2022.12.23

 

 

 

 

내게 과학 분야 책이 어려운 이유는 과학지식이 미천한 까닭이 제일 크지만, 많은 과학 책들이 한 주제를 다양하게 증명하려는 점이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해서다. 물론 과학이 보편적 진리나 법칙을 발견을 추구하기에 다양한 증명은 당연하지만 범인(凡人)으로써 어쩔 수 없이 지루하다. 그러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여타 다른 논픽션들과 다르게 소설과 같은 감동과 영감을 준다. 이는 책이 보편성이 아닌 개별성에 대한 책이고 증명과 설명보다는 인간다움, 정체성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책은 4가지 챕터 상실(결손), 과잉, 이행(기억), 단순함의 세계(서번트)를 주제로 올리버색스가 인간답게(?) 혹은 평범하게(?) 살기 위해 올리버 색스를 찾은 환자들과의 경험과 생각이 담겼다. 각 챕터의 이야기들은 각각으로도 장대한 스토리를 엮어 낼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하고 감동을 준다. 중간중간 과학자로서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이 보이나 영혼이나 비과학적인 면 그리고 개인의 사견이 조금씩 들어간 점도 좋았다.
올리버 색스는 다른 임상과학 책들과 다르게 각 에피소드의 끝에 뒷이야기 코너를 삽입하여 이후 이야기나 다른 과학자들의 조언, 비슷한 다른 환자들의 경험을 소개했다. 이 부분이 그가 자신이 만난 환자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이 좀 더 인간다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느껴져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기존에 내가 생각했던 것 점을 다르게도 볼 수 있는 점이 많아 신기하고도 아이러니했다. 가령 환자 중 뚜렛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남자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남자는 뚜렛 증후군으로 일상생활에 다양한 어려움을 느끼지만 반대로 뚜렛증후군 덕분에 드럼 연주가로서 뛰어난 실력을 보인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올리버 색스는 남자의 뚜렛 증후군을 완화시키기 위한 조치를 하는데, 남자는 뚜렛증후군은 완화되었으나 드럼 연주가로서 재능을 잃게 된다. 일상생활은 가능해졌지만 드럼 연주가의 재능을 잃어버린 것을 후회하던 남자는 결국 올리버 색스와 상담을 한다. 올리버 색스와 남자가 선택한 방법은 평일에는 약을 먹고 주말에는 먹지 않음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함과 동시에 드럼 연주가로서의 재능을 잃지 않게 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또 한 할머니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 할머니는 어느 날 문득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새로운 영감이 샘솟아나고 성적 호기심도 왕성해질 뿐 아니라 활력이 돋는 기분을 느끼는데, 그 이유는 할머니가 예전에 앓았던 매독이 재발해서였다. 매독을 고치기 위해 약을 처방해야 하지만 할머니는 거절한다. 할머니는 다시 살아 숨 쉬는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매독을 고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만약 병이 나를 헤치고 있으면서도 동시의 나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나 치료해야 할까?

 

이 같은 환자들을 만나며 올리버 색스는 의사라는 직업윤리와 개인 윤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도 무엇이 정답일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가 저 뚜렛 증후군을 가진 남자와 같다면 나 또한 며칠의 일상생활을 포기하더라도 예술적 재능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병은 무조건 고쳐야 하는 것일까. 일반인과 다른 특이한 생각 혹은 행동을 보인다면 그건 질병인가? 이들 또한 결손, 과잉이 있더라도 나름의 인간다움을 지키고 있는 인간이지 않을까.


 위에 나온 사람들 외에도 기억은 잃었지만 의도된 시간 속에서는 완벽한 질서를 유지해가며 사는 사람. 서번트를 앓고 있지만 시인과 연기자로서 완벽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 언어를 상실하였지만 그 외의 것으로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문득 그들은 모두 인간답게 살고 싶어서 혹은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올리버 색스를 찾았지만 사실 각자 그 자체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논제가 항상 튀어나올 때마다 좀 더 그럴듯한 답이나 설명은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지만 답을 전혀 찾지 못하겠다.




책의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모두 소개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각각의 에피소드로 거대한 스토리로 엮어낼 수 있을 정도로 흥미롭고 시사하는 것들이 많았다. 이 책의 출간 연도를 기준으로 그 후의 예술작품들 중에 분명히 이 작품이 영향을 받은 작품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오래간만에 비소설에서 소설 같은 감동을. 그리고 깊은 사색에 빠져들었다.

 

 

학자로서의 윤리와 개인의 윤리 사이 고뇌와 타인에 대한 따뜻함.
올리버 색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나누고 싶은 것들

1. 인간의 존엄성
2. 병이 나에게 주는 악보다 보탬이 더 클 때 병을 고쳐야 할까 말아야 할까?
3. 2번을 생각하며 마약, 술, 담배 등을 빗대 본다면
4. 감각
5. 과거의 기억이 없다면?
6. 순간의 기억이 없다면?
7.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병은 아닐까?
8. 인간답다는 말
9. 배수진.
10. 다른 사람에게는 있지만 나에게는 없는 것. 그리고 그 없는 것을 대체하는 나만의 다른 것은?

 

2020 - 작성

2022.09.28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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