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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41. 달의 궁전 - 폴 오스터.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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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자신의 삶을 소진는 젊은이 마르코 스탠리 포그, 이미 한 번의 삶을 말살하고 자신을 재창조한 노인 토머스 에핑, 비대해 지면 비대해 질수록 점점 더 작아져 가는 슬픈 운명의 중년 남자 솔로먼 바버 등 미국 전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3대의 개인사를 담았다.
저자
폴 오스터
출판
열린책들
출판일
2008.03.10

 

 

 처음 '달의 궁전'을 읽었을 때 짜임새가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구성이 매우 자유로운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혼란스러운 느낌 혹은 자유롭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책을 넘기면 넘길 수록 그 자유로움 속에 쫀쫀한 구성과 질서를 느꼈다. 책은 술술 읽혔고, 책을 모두 읽고 난 이후 맨 처음장으로 돌아갔을 때 이 책의 모든 내용이 첫 장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그 놀라움도 잠시 천천히 첫 장을 읽으며 이 책의 모든 것이 스쳐지나가며 가슴 속 깊은 곳 감동이 밀려왔다.

 

 

 

 

 

 달의 궁전의 주인공은 포그지만 책의 이야기는 크게 포그, 에핑 그리고 솔로몬 바버 세 인물의 이야기로 점철되어 있다. 세 인물들은 각자 방황을 하고 삶에서 무언가를 찾는다.

 

비슷한 운명, 혈연관계.

 

이제 보니 달의 궁전을 한 가족의 이야기로 봐도 될 것 같다. 한 가족의 이야기라고 치면 '백 년 동안의 고독'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의 부엔디아 집안의 인물들은 모두 운명처럼 비슷한 행동과 결과를 맞이하는데, 달의 궁전의 세 인물들은 알고 보니 혈연관계이기도 하지만 계속해서 비슷한 우연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한 가족의 운명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소설은 세 인물에게 비슷한 우연을 반복해서 주고 독자에게 인지시킴으로 일련의 사건들이 단순 우연이 아닌 이 가족에게 주어진 운명임을 알려준다.

 

 책은 포그를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포그는 대학에 입학할 당시 어머니와 따르던 외삼촌을 잃고 방황하다 자발적 노숙자가 되어 떠돌다 키티 우라는 여자를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고, 돈을 벌기 위해 에핑이라는 노인을 돌보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전개 된다. 포그는 에핑을 돌보며 에핑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와 우연을 마주하며 그의 부탁으로 그의 이야기를 기록하게 되는데, 그 기록을 우연히 본 솔로몬 바버가 포그를 만나게 되면서 이들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흘러간다.

 

 

 

 

 

 에핑과 솔로몬 바버의 죽음을 겪고 포그가 느낀 것은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우연들은 "우연이 아닌 운명." 라는 점일 것이다. 보통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했을 때 인간이 느끼는 것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감이다. 그러나 포그가 마지막으로 떠난 여행의 도착지에서 남은 석양을 뒤로하고 차오르는 달을 보며 느낀 것은 운명에 대한 인간의 무력감이나 정답이 아니었다.

그가 느낀 것은 과거(태양)는 지나갈 뿐이고 미래(달)는 마주할 수밖에 없으며 삶이란 그 중간(지구)에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운명은 정해져 있음으로 삶이란 그 답(운명)을 찾는 것이 해결(의미)이 아니라 그 답을 향해 가는 과정(현재)이 진정한 삶의 의미이자 삶의 아름다움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우리는 계속 미래를 꿈꾸고 운명을 생각한다. 그러나 운명이 정해져 있다면 아니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삶은 과정이라는 현실에 있는 것이다. 인간은 현재를 살지 못하고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가며 산다는 말이 새삼 떠오르며 늑대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간절해졌다.

운명이라는 것을 떼어놓고 이 소설을 다양한 부분에서 보았을 때도 재밌는 부분들은 많다. 에핑이 포그에게 눈앞에 보이는 것을 묘사하게 시키는 부분은 독자에서 작가로 넘어가는 작가 수업과 같은 면도 보이고 이들의 이름이 여러 가지로 불리는 점도 이름의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들이 있어 재미있다. 그뿐 아니라 서로 몰랐던 아버지와 아들이 다시 만났을 때 보이는 일반적인 관계를 보여주지 않고 서로 각자의 삶의 답에만 관심이 있는 면모나 포그와 키티의 로맨스도 볼만하다. 중간에 포그가 에핑의 휠체어를 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장면은 단편영화로 찍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운명이라는 거대한 이야기 속에 어색하지 않게 이렇게 많은 곁가지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보니 이 소설은 고전이라 불릴만할 것 같다.

태양에서 달로 가는 여행. 그 과정
폴 오스터 - 달의 궁전 ★★★★





나누고 싶은 것들
1. 운명
2. 독자에서 작가로 가는 수업
3. 성장소설, 여정에 관한 소설
4. 명칭에 대한 대외적인 해석이 아닌 나만이 붙인 해석이 있다면?
5. 주변에 있는 것 묘사해보기
6. 대화를 공던지기 놀이라고 할 때 나는 공던지기를 잘하고 잘 받는 편인가?
7. 당연하다는 것에 대해
8. 타인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구할 수 있는가?
9. 내가 유독 끌리는 장르는? (서부극, 청춘극 등등)
10. 내가 붙이고 싶은 나의 이름은?

2020- 작성
2022.09.30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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