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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38.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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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009년 미국 소설 베스트셀러 4위! 2008년 아마존·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2008년 워싱턴 포스트 “Best Books” 미국·프랑스·호주 등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베스트셀러! 2018년 전 세계 26여 개 국가에서 영화 개봉! 국내 2018년 8월 10일 넷플릭스 개봉! 영국해협에 위치한 채널제도의 건지 섬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일하게 독일에 점령되었던 영국의 영토.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이 시기를 버텨낸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지글 형식으로 그린 소설이다. 런던에 사는 주인공 줄리엣은 우연한 편지로 인해 일면식도 없던 건지 섬 사람들의 삶 속을 들여다보게 된다. 줄리엣이 이들과 주고받는 편지를 통해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 고난의 시기에도 작은 즐거움과 희망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경쾌하고 담백한 문체로 그려진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 우아한 영국식 유머, 깊이 있는 감동을 주는 스토리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전해, 이 책은 출간 이후 10년 동안 입소문만을 통해 스테디셀러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2018년에는 오랫동안 많은 팬이 기다려온 영화화가 완료되어 26여 개 국가에서 개봉되기도 했다. 〈신데렐라〉의 릴리 제임스, 〈왕좌의 게임〉의 미치엘 휘즈먼 등 아름다운 남녀 배우가 주연을 맡아 흥미를 더하고,〈해리 포터와 불의 잔〉등 수많은 블록버스터를 만든 마이크 뉴웰이 감독하여 극의 완성도를 더한다. 국내에서도 2018년 8월에 개봉한다.
저자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출판
이덴슬리벨
출판일
2018.07.30

 

 

 나는 직접적인 슬픔에는 거부감을 느끼고 간접적인 슬픔에는 감정이입을 한다. 특히 과거의 슬픈 역사나 비극에 대해 더 강하게 작용한다. 일제강점기나 6.25와 같이 비극적이고 슬픈 역사를 날 것 그대로 나타낸 것이 있다면 보기 두렵다. 슬프고 비극적인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도무지 날것으로는 전혀 소화시키질 못하겠다. 그래서인지 예술작품에서도 비극을 직접적으로 나타낸 것이 있다면 잘 보지 못한다. 한 번은 비극적인 일을 주제로 한 연극을 본 적이 있는데, 중간에 나오고 싶은 마음을 수십 번 참느라 힘들었다.

 

 그렇다고 비극이나 슬픔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슬픔과 비극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면, 가공을 한다면 충분히 볼 수 있다. 예전에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라는 책을 칭찬한 적이 있다. 그 책이 겉만 살짝 익힌 미디엄 레어라면 이 책은 미디엄이다.

 

 

 

 

 

 

 

 

 책은 건지 섬에 있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시작과 그에 관련된 이야기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롯이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편지 형식의 글은 처음이었는데 감정이입도 더 잘 되고 가독성도 더 좋았다.

 

 이야기 주인공은 전쟁 에세이를 써 큰 흥행을 얻은 작가인 줄리엣이다. 줄리엣은 우연한 기회로 건지 섬에 있는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일원인 도시 애덤스와 소통을 하게 되고, 도시를 통해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껴 북클럽에 대해 글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줄리엣은 북클럽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해 북클럽 회원들과 소통을 주고받는데, 주고받는 편지에서 회원들의 매력을 느낀 줄리엣은 편지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건지 섬으로 간다.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의 일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건지섬에 대해 알아갈수록 줄리엣은 한 인물이 계속 언급되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인물은 엘리자베스로 감자껍질 북클럽을 탄생시킨 사람이다. 북클럽이 탄생하게 된 비화가 재밌는데, 건지섬은 세계대전이 한창 벌어지던 시기에 독일 나치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나치의 지배 아래에서 통제된 삶을 살던 주민들은 배분된 식량만으로 허기를 채울 수가 없어 어느날 몰래 빼돌린 돼지로 돼지고기 파티를 열었다. 배부르게 파티를 즐긴 후 다시 마을로 되돌아가던 중 주민들은 통금시간에 걸렸고 독일군은 통금시간을 어긴 주민들을 붙잡았다. 이때, 엘리자베스가 기지를 발휘하여 우리들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이고 책 모임을 가지던 중 시간이 늦었다고 변명을 한다. 때마침 독일군의 장교는 대단한 애서가였고, 나치의 통치가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북클럽을 통해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던 장교는 그들을 그대로 보내준다. 주민들을 보내주며 장교는 “나중에 확인차 북클럽에 방문하겠다”라고 예고를 하는데, 이 때문에 주민들은 강제로 독서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다. 이로 시작된 독서모임은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이어져 나가 현재까지 이르게 됐다.

 

 이후 엘리자베스는 건지섬을 떠나게 되고 현재는 행방은 알 수 없지만 줄리엣은 북클럽 회원들의 생활에서, 건지섬 곳곳에서 그녀의 흔적을 마주한다. 책은 북클럽 회원들의 흥미로운 일화에 전쟁의 고통과 비극 그리고 전쟁 속에서도 남아 있는 인류애를 보여준다. 북클럽 회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줄리엣은 엘리자베스에 대한 궁금증은 계속 커지고 그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그러다 결국 그녀가 전쟁의 여파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만다. 그 소식을 들은 줄리엣은 북클럽 회원들을 통해 전쟁의 고통과 슬픔 그 속에 피어나는 인류애와 사랑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과 영향에 대해 상념에 빠지고 그 끝에 한 가지를 결심한다. 전쟁의 참혹함에서도 서로를 보듬었던 인류애를 가진 이 도시의 인물들 그리고 이 도시를 지키고 활성화 하기 위해 함께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 과정으로 줄리엣은 건지 섬에 남아 있는 엘리자베스의 아이 킷을 입양하기로 마음먹고 건지 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으로 책은 끝이 난다.

 

 

 

 

 

 

 

 

 

 이 책의 서사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줄리엣이지만 중심은 엘리자베스다. 줄리엣은 숨겨진 이야기(전쟁과 북클럽, 엘리자베스)를 파헤쳐 나가는 관찰자 격의 주인공으로 전쟁과 전쟁이 남긴 것들에 대해 말한다. 역사의 비극과 슬픔은 재미있게 읽거나 꾸준히 보기 어렵다. 비극과 슬픔을 계속 보다보면 우울한 마음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극과 슬픔을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과 마주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꺼려한다.

그런데 왜 몇몇 예술작품들은 비극을 이야기해도 재미있게 읽히고 감정이입이 될까를 생각해보면 그런 예술작품들은 보통 비극과 슬픔을 직접 이야기하기보단 비껴 말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는 고통과 슬픔에는 눈살을 찌푸리고 눈을 감아버리지만 중간에 필터나 매개체(영상, 그림, 예술작품)가 있으면 감정이입을 한다. 고통과 슬픔을 가까이서 보면 고통스럽지만 조금 멀리 본다면 자세히 보기 위해 관찰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입을 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작품이 있다. 영화 ‘동주’ 다. ‘동주’는 윤동주 시인을 조명하는 영화로 윤동주의 삶을 통해 일제강점기의 슬픔과 비극에 대해 말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도통 싫어하는 역사의 고통과 비극을 다루었지만 이 영화는 젊은 세대들에게 성공을 거두었다. 비껴 말했기 때문이다. 건지감자껍질 파이 북클럽에서 인물들의 에피소드와 편지라면 '동주'에서는 시다. 매질받고 고통받는 날것의 동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읊는 동주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으로 감정을 전달한 것이다. 돌이켜보니 젊은 세대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시와 역사의 슬픔을 가지고 흥행을 이끌어 냈다는 게 참 대단한 것 같다.

 

 사람들은 눈앞의 슬픔에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멀리 있는 슬픔에는 눈물을 흘린다. 비극을 마주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외면해서는 안 된다. 비극의 역사를 계속 기억해야 또 다른 비극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쟁의 참혹함에도 서로를 껴안는 아름다운 사람들

매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 건지감자껍질파이 북클럽 ★★★

 

 

 

 

 

나누고 싶은 것들.

 

1. 내가 감명 깊게 본 전쟁소설 혹은 비극을 다룬 소설은?

2. 슬픔과 비극에 쉽게 공감하는가?

3. 거부감이 드는 감정이 있다면?

4.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편지를 써본 적은?

5.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대상의 죽음을 애도한 적이 있는가?

6. 한 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의 슬픔에 공감한 적은?

7. 비극적인 작품들을 보고 싶어 한 적이 있는가?

추가 : 그동안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까먹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편지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다시 깨달았다.

 

2020 - 작성

2022.09.27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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