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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35. 인간실격 - 다자이 오사무.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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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오직 순수함만을 갈망하던 여린 심성의 한 젊은이가 인간들의 위선과 잔인함에 의해 파멸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1948년 서른아홉의 나이로 요절하여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남긴 일본 현대 문학의 대표적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이다. 어떻게든 사회에 융화되고자 애쓰고, 순수한 것, 더럽혀지지 않은 것에 꿈을 의탁하고, 인간에 대한 구애를 시도하던 주인공이 결국 모든 것에 배반당하고 인간 실격자가 되어가는 패배의 기록을 통해 현대 사회를 예리한 고발하고 있다. 함께 실린 '직소'에서는 유다의 인간적인 측면을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로이 조명하고 있다.
저자
다자이 오사무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2.04.10
 

 

 

 사람들은 대부분 일상에서 가면 놀이를 하고 있다. 놀이라면 즐거워야 하는데 가면놀이는 마냥 즐거운 놀이는 아니다.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과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겪게 된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언제나 오롯이 본모습만을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 자신의 다양한 가면의 모습을 보인다. 가면을 쓰는 이유는 보통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좋은 사람인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등등 때문이다. 사람들은 본인도 가면놀이를 하면서 다른 상대의 가면이 조금이라도 벗겨진다면 바로 손가락질을 하며 욕한다. 그래서 대개 사람들은 가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가면의 모습을 자신의 모습이라고 굳게 믿고 착각한다. 

 

 요즘은 사람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조금 물렁해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은 평범이라는 기준으로 상대를 해석하고 판단한다. 이해는 하더라도 ‘보통’ 의 기준에 어긋나면 이상한 것이다.

 

가령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걷는다고 생각해보자 오늘 따라 기분도 좋고 좀처럼 흥을 주체하더라도 우리는 발재간 정도의 춤도 추지 못한다. 길을 걸어가다 흥에 넘친다고 갑자기 춤을 추는 것은 ‘평범’ 이 아니기 때문에 참는다. 혹은 일을 하다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보통’ 넘어가는 상황이라면 불편함을 억누르고 일을 마무리한다. 일을 하다 발생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보통’의 범주를 넘어가는 상황이라면 대응했을 때 영웅이 될 수 있지만, ‘보통’의 범주 안에 속한다면 예민한 사람이 된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인 공중그네에서 나오는 장인의 가발을 벗기고 싶으나 참는 사람이나 뾰족한 물건을 보면 무서워하지만 안 무서워하는 척하는 야쿠자도 이와 같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생활패턴이 정형화되어 몇 개의 가면밖에 남지 않아 익숙하게 썼다 벗었다를 하지만 가끔 이 가면들이 찝찝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게 맞는 걸까? ' 혹은 '이런 내 모습이 답답하다' 같은 찝찝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가면 생활을 한다. 삶은 혼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살아가니까.

 

 

 

 

 

 

 

 인간실격의 요조는 가면 생활을 잘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인간이다. 잘하면서 부끄러워한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요조는 몇 번이고 가면을 집어던지고 싶어하지만 던지지 못한다. 요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고 가면을 집어던지기에는 사람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요조는 가면이 벗겨진 자신의 본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혹은 싫어하지 않을까 라는 두려움이 있다. 이 두려움이 요조가 가면 생활을 못 그만두게 만드는 강력한 족쇄로 작용한다. 현대인들에게 적용하면 그 족쇄라는 건 체면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어떻게 365일 하루도 빠짐 없이 가면만 쓰고 생활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가면 생활에 익숙한 사람이라도 단 한사람이라도 자신의 가면을 벗고 본 모습을 보여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조에게는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줄만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요조는 가면의 답답함 때문에 방황을 한다. 가면이 맞는 걸까? 나의 본 모습은 무엇일까? 나의 본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가면 때문에 요조는 고통스러워하고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며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방황한다. 수치심과 고통이 계속되더라도 요조는 가면을 버릴 수도 그렇다고 뻔뻔하게 가면을 제대로 쓸 요량도 되지 않아 그의 방황은 더 심해진다. 방황이던 고통이던 언젠가 끝이 나야 해결이 되는데, 시간이 지나더라도 고통과 방황은 끝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요조는 계속 답답해져 간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무심히 흘러간다. 시간이 흐를 수록 요조에게 가면과 자신의 괴리로 발생한 고통은 지옥으로 변한다. 삶이 지옥으로 변했을 때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란 몇 가지 없다. 그 중 하나로 요조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끝내 그마저도 실패하고 결국 술과 향락에 빠져 자신의 정신을 놓아야만 잠에 드는 인간이 된다. 사르트르의 말을 빌리자면 요조에게 세상은 지옥이 된 것이다.

 

 요조는 지옥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인간이 없는 곳으로 떠나보려는 생각도 하지만 또 이마저도 끝내 이루지 못한다. 자살도 실패, 은둔생활도 실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요조는 이제 반대로 인간에게서 버려진다. 함께 무리 지어 생활할 수 없는 인간은. 보통의 범주에서 이해 불가능한 인간은 인간임에도 인간으로 이해받지 못한다. 결국 요조는  타인에 의해 세상과 격리되면서 인간의 자격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책의 제목이 인간실격인 것은 요조 본인이 인간의 자격(타인과 교류하고 적당히 가면을 쓰고 생활할 수 있는 것)을 버린 것이 아니라 타인에 의해 상실당했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에서 요조는 모든 것에 해탈하고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그저 시간은 지나간다.

요조의 고통과 발버둥에도 시간은 간다.

 

 

 

평범은 어렵다.

인간실격을 보고 예전에 본 영화 “소공녀”를 떠올렸다. 그저 담배 한 개비와 한 잔의 위스키 그리고 남자친구만 있으면 된다던 주인공에게 사람들은 계속 평범을 말한다. 평범을 위해 적당히 가면을 쓰고 살라고 말하고 지금의 주인공의 상태는 이상하다고 말한다. 소공녀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가면을 쓰지 않고 자신을 지킨다.

 

 가면은 사람의 얼굴을 가린다. 가면을 쓰고 거울을 보면 자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인간은 가면을 쓰면 자신의 정체성이 흐릿해져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인간은 언제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나 인간이 속하고 살아가는 사회는 언제나 개인의 정체성을 흐린다. 그렇다고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 견고히 하기 위해 사회나 타인을 포기할 수도 없다. 사람은 타인이 없이는 살아가기 어려우니까. 개인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라는 것이 복잡하면서도 오묘하게 얽혀있다.

 

 사실 보통이라는게 사회 전반적인 합의가 아니라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만 합의한 내용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세상의 보통이 아니라, 일부 개인들의 보통은 아닐까? 아니 개인들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그 집단이 모여 세상을 이루니 집단들의 보통이라고 해야 할까. 오늘도 보통은 참 어렵다.

 

 

결국은 그저 지나가기에. 오늘도 보통. 그리고 가면을 쓴 나도 지나간다.

다자이 오사무 - 인간실격 ★★★★

 

 

 

 

나누고 싶은 것들

 

1.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면

2. 가면이 견디기 힘들때는?

3. 정체성

4. 타인이 지옥이 될 수 있는가?

5. 개인화와 집단화

6. 사람은 다른 사람을 절대 이해할 수 없는가?

7. 어린아이는 가면을 쓰지 않을까?

8. 개인과 집단, 세상

9. 평범함

10. 자살에 대한 일본의 감수성

 

 

 

2019 - 작성

2022.09.23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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