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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31.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앤드루 포터.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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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데뷔작 하나만으로 일약 미국 단편 문학의 신성으로 떠오른 앤드루 포터의 데뷔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섬세한 문체로 깊은 울림을 이끌어내는 10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이다. 2011년 한국에 처음 출간되었으나 국내 독자들의 눈에 띄지 않아 절판되었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타 중쇄를 찍게 된 일화로 유명하다.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우아하고 섬세한 문장, 서늘하면서도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로 국내 문학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은 명작으로 회자되던 이 책을 더욱 유려하고 정확한 번역으로 재정비해 새롭게 선보인다. 소설집에 실린 10편의 작품은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언뜻 안정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마음속에 자신만 아는 상흔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해 과거의 어떤 한 지점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깊은 마음을 나눠가졌음에도 결국 떠나야만 했던 로버트에 관한 기억을 정리하지 못하는 헤더의 이야기를 담은 표제작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다른 남자의 부인을 사랑하게 된 아내를 이해해야만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코네티컷》, 형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강가의 개》 등 인물들의 감정을 가까운 곳에서 들여다보며 그들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서늘하지만 마음을 담은 터치로 그려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저자
앤드루 포터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9.05.13

 

 

 

이 책을 말하자면

기억 혹은 회고

사랑

질투

거짓기억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상처 혹은 문제

에 대한 단편들이다.

 

한 줄로 줄인다면 "과거에 잠재되어 있는 상처에 대한 생각 혹은 회고를 담은 단편"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반으로 뚝 나눈다면 '코요테', '아술',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머킨', '피부', '코네티컷' 이 비슷한 류이고, '구멍', '강가의 개', '외출', '폭풍'이 비슷한 류이다. 

 

 내가 전자로 분류한 단편은 사랑과 그에 대한 상처에 대한 내용이다. 좋게 말하면 사랑의 변화라고 할 수 있지만 여기에 나와있는 모든 주인공들은 도통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없다. 바람피우는 것에 대해 정당성을 따지라고 한다면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으로 가기 때문에 차치하고 '사랑의 유효기간은?' 혹은 '한 사람은 오롯이 한 사람을 쭉 사랑할 수 있는가?'로 보는 게 낫다. 이야기는 사랑의 변화가 어쩔 수 없다거나 사랑의 유효기간을 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의 변화 혹은 형태가 삶에 남기는 상처와 문제에 대한 이야기다. 

 

 후자는 과거 어떤 행동 혹은 사건에 기반에 대한 회고다. 이 속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은 첫 번째 챕터 제목과 같이 '구멍' 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슬픔이나 후회에 대한 감정을 보여주지 않고 그들의 가슴에 구멍을 보여준다. 사람이 극도로 슬픔에 빠지면 울거나 화내지 않고 영혼이 빠진 사람처럼(텅 빈 사람처럼) 지쳐 쓰러진 모습을 보인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영혼이 비어버린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선지 책을 읽고 나면 이야기들이 왁자지껄한 대도시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고 한적한 시골 도시에서 갑자기 벌어진 사건 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생각하면  조용한 가운데 무언가가 톡 하고 떨어져 나의 삶 어딘가에 깊게 물들어 있는 자국 같은 느낌이 든다. 그 떨어진 것들이 알게 모르게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이 책의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생각나지 않지만 나에게 물든 어떠한 무언가가 있을거다. 이것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 때문에 불현듯 떠올렸으니까.

 

 

 

 

 

 

 책을 읽는 내내 이상하게도 제3자의 관점에서 책을 보게 될 때가 많았다.  가령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주인공은 나이가 많은 남자와 젊은 남자 두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주인공은 둘 모두를 사랑하고 둘에게 다른 매력을 느낀다. 안정과 끌림이다. 늙은 남자는 주인공에게 안정감과 편안함을 준다. 반면 젊은 남자는 색다름, 미래지향적, 끌림을 준다. 결국 주인공이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후에 나오지만 주인공은 둘 사이에서 심한 갈등을 한다. 주인공에 입장에서 보면 말이 좋아 갈등이지 다른 둘의 입장에서는 나쁜 사람이다.

'아술'에서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홈스테이 학생을 맞이하며 벌어지는 일이다. 아이를 갈망하지만 갖지 못하는 부부는 그릇된 욕망 때문에 아이를 위험에 빠트리게 한다. 여기서도 그 부부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를 갈망하지만 갖지 못하는 부부의 그릇된 사랑 혹은 안전하지 못했던 사랑의 표현이지만 그 아이의 부모의 입장에서 저 부부는 천하의 나쁜 놈들이다.

 

 단편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보자면 말이 좋아 갈망이고, 사랑이고, 그릇된 욕망이며 상처지만 단순하게 보면 그냥 이들은 모두 욕을 먹어 마땅한 인물들이다. 한대 쥐어 패고 싶은 주인공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동시에 그들의 감정을 살피고 이야기를 깊이 들어가면 이해도 됐다.

 

돌이켜 보면 나의 삶에도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답답한 면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내 자신을 보면 전혀 답답하지 않고 모든 게 다 이해가 간다. 슬픔은 멀리서 봐야 예술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기 때문일까? 상처는 멀리서 봐야 연민이 들고 가까이서 보면 아프기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스며든 나의 삶에 자국

앤드루 포터 -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

 

 

 

 

나누고 싶은 것들.

 

1. 평생 동안 숨기고 싶은 내가 했던 거짓말

2. 불현듯 생각나고 불현듯 사라지는 이야기

3. 사람은 오롯이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할 수 있는가?

4.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 적이 있는가?

5. 가지지 못한 무언가를 갈망했지만 끝내 가지지 못한 경험이 있는가?

6. 내 가족이 한 행동에 상처받은 경험은?

7. 가족 혹은 사랑하는 이가 생각나는 때는?

8. 지독한 질투를 해본 적이 있거나 불러일으킨 적이 있는가?

9. 내가 갈망하는 것들

10. 비극과 슬픔은 왜 멀리서 보아야 연민이 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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