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하다 보면 답답한 상대가 있다. 대화의 논점을 피하거나 계속해서 엉뚱한 이야기를 하거나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과 만나게 되면 대화 자체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이런 방법을 쓰면 대화를 피할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기도 하다.
대화에서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 방법도 있는데 첫 번째로는 말을 하다 중간에 멈추는
스티븐 킹의 아웃사이더는 여타 다른 추리, 스릴러들과 다르게 답답하게 시작을 한다. 초반 부분을 읽으면 다른 소설에서도 많이 나오는 상황이 주어진다. 피해자와 범인으로 추정되는 한 사람. 그리고 그 뒤를 쫓는 형사.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페이지가 몇 장 넘어가지도 않아 붙잡힌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인물은 다른 소설에서도 많이 나오는 기법처럼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고 동시에 완벽한 목격자가 있다. 한 사람이 동시간대에 두 장소에 있다는 것이 말도 안 되기에 형사는 목격자와 증거들을 이용하여 용의자를 몰아간다. 용의자는 형사의 추리에 몰려가며 결국에 범인임이 밝혀지던가 혹은 또 다른 진범이 밝혀져야 정상이지만 아웃사이더에서는 용의자를 죽여버린다. 대화로 치면 대화 상대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보통 스릴러가 작가와 독자 간의 추리 싸움과 대화로 결말이 지어진다면, 이 소설은 추리의 끝을 유추할 수 있는 핵심을 없애버림으로 사건을 종결시켜버린다. 말을 하다 중간에 끊어버리는 답답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다른 스릴러처럼 떡밥을 뿌리거나, 독특한 상황 설정, 먼 미래에 일어날 법한 미래기술, 초자연적인 현상이 들어간 게 아니라 단순하게 사건의 허리를 베어버림으로 호기심과 답답함을 준다.
책은 강력한 용의자가 죽어버림으로 주된 사건의 수사가 거의 종결이 된다. 그러나 수사가 종결이 되면 기분이 좋아야 할 형사 랠프는 기분이 좋기는커녕 계속 찝찝함을 느낀다. 형사로써의 직감? 혹은 인간 본인의 직감으로 아직 무언가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랠프(형사)는 과거에 멜론에서 받은 충격과 왠지 모를 자신의 직감으로 사건을 다시 파헤친다.
그러나 용의자가 죽고 책의 중반이 넘어가는 순간 나오는 진실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다. 벌어질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알 수 없는 미스터리인 것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니. 랠프는 믿지 않는다.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랠프는 계속 파헤친다.
만약 그 옛날 소크라테스가 무인도나 아무도 없는 곳에 갇혀 대화의 상대가 없다면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찾을 수 있었을까? 용의자가 없는데 랠프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용의자는 없지만 남겨진 것들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는 않을까?
왜 굳이 랠프는 사건을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싶어 할까.
스티븐 킹 - 아웃사이더 ★★☆
나누고 싶은 것들.
1. 내가 알고 있는 스릴러의 클리셰들
2. 스티븐 킹의 다른 작품들
3.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걸까? (작문법)
4. 독특한 장치를 주지 않고 이야기를 흥미롭게 꾸밀 수 있는 방법
5. 스릴러에서 당위성은 중요한 것인가?
2019 - 작성
2022.09.08 - 1차 탈고
'책 리뷰 & 해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30. 숨 - 테드 창. 서평(리뷰) 및 해석 (0) | 2024.04.02 |
---|---|
#29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서평(리뷰) 및 해석 (0) | 2024.04.01 |
#27. 백 년 동안의 고독 - G.마르케스. 서평(리뷰) 및 해석 (0) | 2024.04.01 |
#26. 사일런트 코너 - 딘 쿤츠. 서평(후기) 및 해석 (0) | 2024.04.01 |
#25.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서평(리뷰) 및 해석 (1) | 2024.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