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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3. 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서평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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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모던 클래식 34)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젊은 거장을 통해 우리 시대 첨단의 문학을 선보이는 「모던클래식」 제34권 『남아 있는 나날』. 일본 태생의 영국 작가로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문단과 독자의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장편소설이다. 집사로서 평생을 보낸 남자 '스티븐스'의 6일간의 여행을 따라가고 있다. 근대와 현대가 뒤섞이면서 가치관의 대혼란이 나타난 1930년대 영국의 격동기를 지난 스티븐스의 과거도 들여다본다. 스티븐스의 가족과 연인, 그리고 30여 년간 모셔온 옛 주인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우리 삶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 특히 인생의 황혼 녘에 깨달아버린 잃어버린 사랑의 허망함과 애잔함에 관해 내밀하게 써내려간다.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14.01.28

 

 

 

 예전에 재밌게 보던 프로그램 중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알쓸신잡은 프로그램 제목처럼 여러 가지 주제를 총망라하였는데 어떤 날은 출연자들이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곳에 한 출연자인 김영하 작가의 말이 내 머릿속에 깊게 남았다. 김영하 작가는 "독서는 답을 찾는 행위가 아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내 감정을 발견하고 타인을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책을 통해 나의 감정과 타인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 이러한 생각을 하던 중 읽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남아 있는 나날은 독서 방법으로서도 책의 내용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남아 있는 나날은 한 귀족의 집사로 35년간 일한 스티븐스가 떠난 짧은 여행을 통해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가 회상하는 과거 이야기들로 구성돼있다. 많은 서평을 통해 이 책이 지루하다고 말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는데, 이는 책 내러티브로 쓰인 전통적인 수단 즉 1인칭 시점 간혹 나오는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이 익숙지 않은 독자들에게 지루함을 준 것 같다. 독자들이 느끼는 지루함이 우리가 고전소설이라 부르는 것들을 읽을 때의 지루함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 지루함은 아마도 작가 본인이 좋아한다는 제인 오스틴이나 안톤 체호프와 같은 작가들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본인의 책도 고전소설의 영향이 녹아 있는 탓이라 짐작된다.

 

 책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무작정 읽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어보거나 책의 소개말 혹은 작가의 인터뷰를 한 번 들어본 후 읽어보면 조금 쉬이 읽힐 것 같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자신의 작품이 때때로 과거가 배경인 이유로
"나는 전전, 전후 배경에 끌린다. 이 시기는 가치와 이상이 시험받고, 사람들은 시험받은 이상은 더 이상 예전의 이상 같지 않다는 사실을 직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의 전체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과거 이야기는 주인공 스티븐스가 모시는 주인 달링턴 경의 저택을 중심으로 세계 1차 대전 이후 독일 패전의 책임을 묻는 역사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국제정세에 대한 내용과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재의 이야기는 달링턴 경의 몰락과 주인공 스티븐스가 새로운 저택의 주인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잠시 떠난 휴가를 통해 과거 같이 일했던 동료 켄턴 양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책은 과거와 현재를 계속해서 갈마들며 그 비교를 보여준다.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 1차 대전 이후 세계정세에 대한 귀족들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속에서 스티븐스의 태도와 생각을 보여준다. 저택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이야기들은 곧 현재의 스티븐스가 여행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다시금 회자 된다. 여기서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인물들이 동일한 사건에 대해 생각하는 바와 인식, 관점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볼 수 있다. 작가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서술을 하며 개인 혹은 집단이 역사 혹은 사건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리고 후에 어떻게 기억하고 망각하는 지를 보여준다.

 

 예로 과거 스티븐스가 모신 달링턴 경은 세계 1차 대전 이후 패전국 독일에 승전국들이 지우는 큰 보상금을 조금 줄여주자는 본인의 대의를 위해 달링턴 홀로 소위 상위 1%의 계층들을 초대한다.  달링턴 홀에는 독일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를 갖은 사람들이 오는데 여기에는 히틀러도 있다. 달링턴 홀의 다양한 사람들은 각각 전후 개인의 가치와 이상을 보여준다.

 스티븐스의 태도는 달링턴 경을 통해 독일의 상황을 전복시키려는 독일인들과 그런 독일인들을 보고 달링턴 경을 말리는 카디널 씨를 통해 알 수 있다. 카디널 씨는 스티븐스에게 뻔히 독일인이 주인을 이용하려는 것이 보이는데 집사로써 왜 주인을 말리지 않느냐고 타박한다. 스티븐스는 이를 무시하고 그저 집사로써 달링턴 홀에 오는 손님이 최대한 성공적으로 회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것만 집중한다. 심지어 독일 사람을 위해 달링턴 경이 자신을 섬기던 유태인 하녀들을 해고하라고 지시하는 것에도, 스티븐스는 아무렇지 않게 따른다.

 우리는 이미 전후의 모든 일을 아고 있다. 그렇다면 스티븐스는 나쁜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프로 집사인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생각났다.) 이외에도 자신의 아버지가 죽음을 맡이하고 있음에도 집사로서의 일에만 집중하는 스티븐스를 통해 직업으로써의 실존과 사적인 실존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스티븐스의 관점으로 보면 켄턴 양에 대한 기억과 후회로 여러 가지를 생각이 든다. 스티븐스는 과거 켄턴 양에 대해 불확실한 마음을 가졌다. 현재는 켄턴 양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을 곱씹으며 "아 사실 난 그녀를 너무 사랑했구나" 라고 깨닫고 켄턴 양에 대한 확신을 가지며 그녀와 조우하게 된다. 과거에는 모호했지만 후에 뒤돌아보니 확신을 갖는 전형적인 후회하고 깨닫는 캐릭터다. 끝에 스티븐스는 켄턴양을 만나 과거의 기억과 현재를 나눈다. 둘의 결말은 책 후반부에 알 수 있다. 둘이 결말이 어떠하든 스티븐스는 여행의 도처에서 전후 상황, 아버지의 일화, 켄턴양에 대한 기억등을 통해 '혹시 내가 과거에 이러지 않았으면..'이라는 전환점에 대해 생각한다.

 

 

 

 

 전환점이란 무엇일까. 스티븐스뿐만 아니라 우리는 자주 '과거에 이렇게 했으면'에 대해 생각한다. 과거에 이러했다면 현재는 이랬을텐데..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과거엔 어떻게 인식했고, 현재는 어떻게 기억하고 망각해가는 것일까. 과거엔 틀렸지만 지금은 맞고, 지금은 틀렸지만 과거엔 맞았을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은 결과로 인해 알게 되기 때문에 이제서야 보이고 과거엔 보이지 않았을 거다. 나는 과거 그 당시 어떻게 인식했고, 현재는 어떻게 기억하고 망각해가는 것일까? 

 

 중간중간 작가 특유의 유머 코드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고 설렘을 주기도 했다. 깨알같이 이야기할 부분이 너무 많으나 다 기재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적어도 나는 많은 생각을 했고, 재미있게 읽었다. 여담으로 작가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생을 영국에서 보냈다. 책을 읽어보면 응당 "영국인이 느낌이 나네"라고 생각이 들지만 어쩔수 없는 일본 특유의 느낌이 난다. 또한 작가는 35살에 이 책을 썼는데 35살의 감성과 생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내공이 단단했다. 현재 나와 작가의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데, 이 차이는 무엇일까..

 

 

남아 있는 나날. The remains of the day

남은 것들은 무엇일까?

남은 것들의 하루는 어떠할까?

 

 

남아 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

 

 

 

*책을 읽은 사람들과 나누면 좋을 것들

1. 직업으로써의 실존과 사적 실존

2. 세계 1차 대전 이후 독일에 대한 압박이 나치즘을 불러일으키진 않은 것일까?(물론 백번 독일이 잘못했지만 판단은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3. 전환점에 대해

4. 이야기 속 문장들.

5. 악의 평범성

6. 품의란

7. 대통령제, 의회제, 직접민주주의 등에 대해

(책 중간 귀족들이 스티븐스에게 질문을 한 후 대답하지 못하는 스티븐스에 대해 '이런 우매한 민중에게 결정권을 주잔요!'라는 부분)

8. 영국의 집사 문화

9. 1인칭 시점에 대해

10. 역사적 사건에 대해 개인이 외면하거나 혹은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비난 할 수 있는가? 무책임한 것인가? 혹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이 있는 것인가?

(스티븐스가 달링턴 경의 행동과 상관없이 연회를 성공적으로 치루어내는 것에만 관심을 두는 대목)

 

 

 

 이 책을 좀 더 쉽게 읽고 싶다면. 스티븐스와 켄턴 양의 사랑을 중심으로 혹은 전후 시대 개인과 집단의 인식과 기억 그리고 망각을 중심으로 혹은 스티븐스 개인의 직업 (집사)으로써 실존과 사적 실존을 중심으로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2018.10.19 - 작성
2022.08.02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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