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시작할 때 책에 나오는 인물들에 대해 지나치다고 생각할 만큼 세밀하게 묘사하는 것을 보고 "굳이 이런 것까지 묘사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책장이 거듭 넘어갈수록 왜 이렇게 인물 묘사에 집중하였는지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읽은 스릴러들은 상황 묘사에 힘을 쓴 것 들이 많았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고 이어지는지에 대해 상황과 환경에 대한 묘사가 많았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상황에 대해 묘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딘 쿤츠는 인물을 설명함으로 그 인물이 특정 상황이나 시점에서 왜 그런 행동과 사건을 일으켰는지를 납득시킨다.
예를 들면 사일런트 코너에 나오는 장면 중 악인으로 나오는 사람이 주인공을 쫓는 장면이 나온다. 이를 전자로 표현해본다면 악인은 주인공에게 해를 입었거나 혹은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쫓아야 한다는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후자의 표현방식은 이렇다. 악인은 어릴 때부터 여자를 무시했다.(주인공이 여자) 그리고 악인은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당했다는 것을 부하들에게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의 어떠한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악인은 여자에게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하고 부하들 앞에서 망신을 당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악인은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된다기 보다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된 자신의 행동과 성격에 기인하여 주인공을 쫓는다. 모든 스릴러에서 악인은 무조건 주인공을 쫓아야 한다. 쫓아야 하는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전자는 상황을 이유로 들고 후자는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사람의 성향(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 된)을 이유로 든다.
책은 의문의 자살을 한 남편 때문에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상한 자살 사건을 쫓는 제인 호크의 이야기다. 사일런트 코너는 제인 호크가 앞으로 떠날 여정의 첫 서사이며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하는 작품이다. 후에 후속작들을 위한 발판이라고 보면 된다. 스릴러를 보면 학상 5개 부류의 집단이 있다.
첫 번째 집단은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어벤저스 군단. 두 번째 집단은 주인공의 가족이 포함된 집단(주로 주인공의 약점이 되는 부분). 세 번째는 주인공의 옛 동료 집단(이 집단은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주인공을 위협하는 집단이다.). 네 번째는 주인공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물리력을 가진 집단. 다섯번째는 주인공을 간접적으로 위협하는 알 수 없는 집단이다.
스릴러에는 이 5개 부류의 법칙이 정석처럼 나와있다. 톰 크루즈의 미션임파서블에도 매우 정직하게 표현되어 있다.(톰 크루즈를 중심으로 한 집단. 옛 동료, 톰 크루즈 때문에 숨어있는 아내, 직접적 위협을 가하는 악당, 간접적 위협을 하는 알 수 없는 집단.) 정석과 같은 스릴러의 법칙과 클리셰가 잘 녹아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기도 좋고 게임으로 만들어도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작품을 두 번 소비하게 만들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가령 왜 항상 스릴러의 주인공은 온갖 능력을 가지고 있는 퇴역군인이 지인이고 돈의 부족함이 없으며, 원하는 만큼 총기를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건가? 잠을 많이 자지 않아도 지치지 않고, 악인들은 항상 부하에게 전화로 보고를 받는 와중에 주인공에게 뒤통수를 맞는걸까. 이런 전형적인 클리셰를 따르더라도 뭔가 변주를 넣으면 전형적인 스릴러는 개성있는 스릴러가 된다. 허나 사일런트 코너에서는 이런 변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다음 후속작을 위해 차곡차곡 레고 블록을 올리듯이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의 설명을 넣는다. 후속작에서 이게 해소될지는 잘 모르겠다. 1부라고 생각되는 이 작품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는 변주도 없고 프롤로그 같은 느낌 때문이다.
내가 일전에 읽었던 모든 소설들 그리고 글들도 어찌 보면 분명 전형적인 클리셰가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작품들이 개별성을 띠는 이유는 변주, 매력적인 캐릭터 혹은 소재, 참신한 표현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릴러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이런거다.
"조용하면서도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어찌 보면 정지한 것과 같이 느리게 수면 위로 떠오르는 잠수부처럼 마지막에는 와장창 수면을 깨고 우레와 같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가운 공기를 마시게 해달라" 는 것이다.
딘 쿤츠 - 사일런트 코너★
2019.06 - 작성
2022.09.05 - 1차 탈고
2024.04.01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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