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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23. 레스 - 앤드루 숀 그리어.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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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2018년 퓰리처상 수상작 『레스』. 그동안 캘리포니아 북 어워드, 뉴욕공립도서관 젊은사자상, 오 헨리 단편소설상 등을 수상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가 앤드루 숀 그리어의 이 작품은 나이 듦과 사랑의 본질에 관한 경쾌한 소설, 음악적인 산문과 광활한 구조의 책이라는 평을 받으며 퓰리처상 픽션 부문 선정 사상 가장 과감한 선택으로 주목받았다. 50세 생일을 앞둔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게이 무명작가 아서 레스. 9년간 연인으로 지냈던 전 남자 친구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며 청첩장을 보내오고, 이 초대를 받아들이지도 거절하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몰린 레스는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기 위한 핑계를 쥐어짠 끝에 세계 문학 기행을 떠나기로 한다. 그동안 거절해왔던 각종 문학 관련 행사 초대에 모두 응하기로 한 레스. 뉴욕, 멕시코,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인도, 일본까지의 여정 속에서 짠 내 나는 사건 사고들이 우연처럼 연달아 발생하지만 그는 그 모든 경험에서 삶의 희망을 되찾는다. 연인과 트레이드마크인 파란색 정장, 여행 가방, 턱수염과 자존감까지 모든 것을 잃어버린 레스는 출판사에서 반려한 소설을 새롭게 다시 쓰고자 마음먹는데…….
저자
앤드루 숀 그리어
출판
은행나무
출판일
2019.04.01

 

 

 

 “스페인 하숙”이라는 예능에서 순례자 길을 걷는 한 순례자가 순례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요. 길을 따라 걸으며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요”

 

 요즘은 좀처럼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모자라다. 집중을 흩뜨리는 재밌는 것들 때문도 있지만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려는 마음이 없어서가 더 크다. 사람들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고 나의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미덕으로 하면서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나의 기준보다는 타인의 기준, 세상의 기준에서 나를 평가하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도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자신을 생각하고 찾기 위해서.

 

 여행의 이유에 많은 것들이 있지만 진정한 나를 생각하고 얻기 위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꼭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인공인 레스는 표면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떠났지만 다른 내면적인 목적을 이루고 돌아온다. 여행 전 레스가 타인의 시선에 살던  파란색의 레스라면 여행의 끝에서 레스는 온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회색의 레스로 성장한 것이다.

 

이 책은 파란색의 레스가 회색의 레스가 되어가는 성장 소설이다.

 

 

 

 

 

 

 레스는 50을 목전에 둔 작가다. 오랫동안 같이 살던 애인과 이별하고 그 애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자 레스는 여행을 떠난다. 그 결혼식에 가고 싶지 않아서도 있지만 오랫동안 함께 했던 전애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다. 멕시코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모로코, 인도, 일본까지 여행을 떠난다. 책은 레스가 여행 중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형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교차 서술했다. 이런 플롯은 자연스레 과거의 레스를 독자들에게 보여줄 수 도 있고, 현재의 레스가 과거를 돌아보며 성장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게 도와준다.

 

 여행 내내 레스가 떠올리는 생각은 오랜 연인이었던 로버트, 최근 헤어진 프레디를 비롯한 사랑과 관계 그리고 일, 자신 등에 대해 고찰이다. 여행을 하며 여러 가지 상념과 과거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여행 내내 끊임없이 여러 인연을 맺어가던 레스는 불현듯 레스는 또다시 자신이 과거의 레스를 반복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헤어진 연인의 결혼식과 그 생각 피하기.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가 여행의 주된 목적이자 이유였는데 그것은 온데간데없고 언젠가 모르게 계속 애인에 대해 생각하고 누군가와 인연을 맺으며 자기 자신에게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현듯 그 생각이 미친 레스는 자신을 찾기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조차 혼자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깨닫고 비로소 독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돌아본다.

 

 여행의 초반이나 중반에서 깨달았으면 좋으련만 항상 왜 이야기는 이렇게 얄궃은지. 레스는 여행의 후반부에서야 이것을 깨닫는다. 지난 시간. 애매한 시간의 한편에서 레스는 좀처럼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이 멍한 상태가 된다. 그리곤 항상 타인의 시선에서 자신을 보았고 자기 자신이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했음을  생각하고 내면에 집중한다. 그간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레스라는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면 레스는 이제서야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돌아본다. 그러고 나서 레스는 여행 내내 가지고 다니던 파란색 양복을 벗고 회색의 양복을 입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 변화는 레스가 타인의 시선에 살고 있는 파란색의 레스였지만 여행의 끝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게 된 회색의 레스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책이 술술 읽힌다면 거짓말이다. 작가는 미국인이다. 책 전반적으로 미국식 유머가 속속히 박혀 있는데 번역가가 갖은 노력을 하여 최대한 이 유머를 살리려 번역했지만 문화적 차이 때문인지 어색한 번역투 때문인지(영어로 보아야 알 수 있는 언어유희들) 웃음이 터져 나오지는 않았다. 레스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 모두 예술가적 기질을 가지고 있어 책 중간중간 주옥같은 문장들과 대사들이 많이 나온다. 문장은 아름답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해하기 힘든 미국식 유머와 진지함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고 있어 그 묘미를 온전히 느끼기 힘들었다. 영어 실력이 괜찮다면 원서로 읽어보는 게 훨씬 더 재미있고 감동적일 것 같다.

 

 

 

 

 앞서 이야기한 “스페인 하숙”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은 종교적인 이유로 걷는 순례자처럼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도 그 길을 걷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조금 지루하고 힘들더라도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서다. 사람은 타인과 무리 지어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지 않을까.

 

 레스처럼 나도 여행을 떠나면 여러 상념에 빠질 때가 많다. 몽골에서, 라오스에서, 태국에서, 이탈리아 등등의 나라에서 여러 가지 상념들과 함께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느낌표가 남아야 하는데 물음표로 돌아올 때가 많다. 그 물음표들을 마침표나 느낌표로 만들기 위해 여행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 

 

 

진짜 레스는 어디 있을까?  진짜 나는 어디 있을까?

앤드루 숀 그리어 - 레스 ★★

 

 

 

 

나누고 싶은 것들

 

1. 떠나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2. 마지막에 프레디는 왜 레스에게 돌아왔을까?

3. 레스와 프레디의 미래는?

4. 자기 자신을 정의해 보자

5.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아름다운 문장들

6. 로버트와 같이 지내던 순간의 레스의 감정을 느껴본 경험이 있는지?

(로버트의 눈치를 보며 살던 레스의 생각을 바탕으로 ‘그 어떠한 것도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7. 타인의 시선에 살며 힘들었던 경험 혹은 좋았던 경험

8. 여행이 끝나고 남은 것

9. 왜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에 살까?

 

 

2019.05 - 작성

2022.08.29 - 1차 탈고

2024.04.01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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