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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27. 백 년 동안의 고독 - G.마르케스.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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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동안의 고독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대표 장편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으로, 중남미 문학의 특징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원조격인 소설로 평가받는다. 마을에서 도시로 팽창하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간 마콘도를 무대로 한 집안의 백년에 걸친 역사와, 기이한 자녀를 에워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엮은 작품이다. 라틴 아메리카의 복합적인 인종, 문화, 역사적 전통과 현실을 배경으로 하여, 라틴아메리카의 특수한 사회구조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
G 마르케스
출판
문학사상
출판일
2005.07.28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 그동안 쏟아냈던 정신력 때문인지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로감 때문에 잠에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를 향수(鄕愁)가 느껴지는 꿈을 꾸었다. 꿈은 옛집이었다. 그 옛집에서 나의 가족들은 각자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자 바깥에는 사람의 3배만 한 늑대 한 마리가 아파트 단지 내를 걷고 있었고 그 주변에서 사람들 몇 명이 염소와 강아지 열몇 마리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이 진귀한 풍경을 보고 가족들에게 말해주고 싶어 불렀을 때 그들은 들리지 않는 말소리로 무어라 입모양을 내고 손짓을 했다. 들리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기다리라는 뜻으로 알아듣고 가족들을 기다리며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에는 누군가 살아가는 흔적은 없고 살았던 흔적만 있었다. 어린 시절 동생과 함께 썼던 이층 침대가 무너져 한편에 쌓여있었고 언제 적인지 모를 나의 물건들이 잡동사니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상태였다.

 

나는 깨어나서도 무언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에 느껴지는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을 느꼈다.


 

 


책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가 결혼을 하여 한 마을을 일으켜 세우고 그 마을에서 후손들(부엔디아 집안)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그린 소설이다. 콜롬비아라는 나라의 특징인지 책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거의 비슷하고 순서만 조금 바뀐 탓에 책을 읽는 내내 헷갈릴 수 있다. 그러나 1세대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슬라를 비롯하여 2세대, 3세대, 4세대, 5세대, 6세대로 6세대를 구분하여 보면 그렇게 헷갈리지도 않는다.

백 년이 한 인간의 삶의 기간이라고 쳤을 때 이 책의 제목인 백 년 동안의 고독은 한 인간이 태어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의 뜻을 찾는 과정에서 오는 고통 혹은 고독이다. 이 속에 집시들이 등장하여 초현실적인 일을 보여주거나 한 등장인물은 하늘로 승천하기도 하고 죽은 자가 다시 돌아와 대화를 나누는 등의 비현실적인 부분들은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삶이라는 큰 여정에서 겪는 일들에 대해 비유적인 상상 혹은 어떠한 은유라고 본다.


이름을 되풀이해선지 이 집안의 숙명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세대를 거듭해 새로운 부엔디아 집안사람이 나와도 이들의 삶은 매우 비슷하게 흘러간다. 마치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삶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가지만 그 가치는 과거나 미래나 크게 달라지지 않고 비슷한 역사를 반복하는 현재 세상의 모습 같다. 부엔디아 집안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더 발전해가고 다양한 형태로 변화해가지만 삶은 비슷하다. 우르슬라와 페르난다, 필라르와 페트라,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까지 비슷한 실수를 하고 비슷한 선택을 한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시계는 원형이다.

시계의 바늘이 원을 그리며 빙빙 돌는 것처럼 이들의 시간도 궤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되풀이한다. 모든 역사는 반복된다. 그러기에 인간은 역사를 통해 배우려 하지만 깨우치지 못한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만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거를 되돌아보더라도 그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진리일 뿐이다. 책으로 습득하는 지식은 고통으로 얻은 지식보다 멀다. 인간은 100년 동안의 고독 혹은 고통에 시달려야만 마지막 순간에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깨달음을 얻은 자는 다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에 역사는 계속 반복된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는 여러 가지 문학 기법과 초현실적인 배경, 고대소설 같은 느낌부터 현대소설 같은 느낌 그리고 수많은 비유들이 있다. 더불어 마콘도의 발전과 전쟁, 다양한 인종이 어울리는 모습이나 바나나 공장,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사건 등에서 인간사의 곳곳에 자리 잡은 사건과 흔적, 의미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을 흔히 문학의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의미와 여러 장르를 망라하는 기법들 때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인상적인 건 등장인물들의 죽음의 순간이다. 책에서 등장인물들은 각기 죽음의 순간에서 무언가 느낀다. 사랑의 가치와 삶의 향수를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마무리 짓지 못한 많은 일들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며 모든 사람들은 삶의 의미와 존재의 의미를 알고자 한다. 그러나 삶을 계속 살아가기에 인간은 그 의미를 끝내 찾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백 년의 시간이 흘러 마지막 순간이 되면 누구나 고독 혹은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다수의 인간은 마지막 순간 죽음의 순간. 고독이 해방되는 순간에서야 무언가를 느낀다.

인간이 항상 고독한 이유는 삶이 영원하지 않고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인간 본연의 슬픔. 결국 누구나 죽기 마련인데, 우리의 삶은 무엇인가?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인간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인가? 아무리 고민하여도 우리는 부엔디아 대령과 마찬가지로 돼지처럼 허덕이다 결국 마지막 순간에서야 깨달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세대의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멜키아데스가 쓴 문서에서 마콘도와 부엔디아 집안의 예언을 보고 예언이 적중했음을 알고 자신의 운명에 대해 찾아보려는 순간 방에서 나가지 못함을 깨닫고 마콘도가 사라지는 것은 인간은 고통 혹은 고독으로 비유되는 죽음 없이 생전에 깨달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작년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라는 책을 읽고 썼던 서평에서 인간 본연의 슬픔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인간 본연의 슬픔이라는 것을 마르케스의 입장에서 보면 고독이다. 태어났으니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결국 끝이 있다는 것이 슬픔일 수 있고 고독일 수도 있고 고통일 수도 있다. 그 운명 속에서 의미 혹은 깨달음을 얻는 것은 결국 마지막 순간일 수밖에 없다. 책을 펴거나 연극이 시작되어 시간이 흘러도 중간에는 전혀 의미를 알지 못하고 책이 끝나고 연극이 막을 내려야 의미를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고 정말 그 기억이 맞을까 싶을 정도인 어린 시절 환상적인 기억, 행복했었던 순간 그리고 사건 사고들. 백 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일들과 사건 사고들이 그저 황당무계한 판타지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나 또한 지금은 말도 안 되지만 내 기억 언저리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의 비현실적인 기억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시골집 뒷산에서 사촌들과 물고기를 잡겠다며 산의 땅을 팠는데 물이 콸콸콸 쏟아졌던 기억과 어딘가 놀러 갔을 때 보았던 이상한 불빛과 신기한 물건들. 이 모든 것들이 부엔디아 대령이 보았던 펄펄 끓는 얼음이나 서커스와 같은 것들 이리라. 환상적인 서커스가 끝나고 마주하게 되는 고독.

고독의 끝에서 부엔디아 대령과 마찬가지로 나도 두꺼운 껍질을 벗어나 단순한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까?
G. 마르케스 - 백 년 동안의 고독 ★★★★☆



나누고 싶은 것들
1. 백 년 동안의 고독의 의미
2. 비슷한 운명을 띄고 있는 등장인물들
3. 마콘도
4. 역사와 책의 비교
5. 다양한 기법들
6. 가장 공감되는 등장인물
7. 지금은 말도 안 되지만 기억 속에 있는 판타지스러운 사건은?
8. 황금 물고기, 황금 동전 등등의 다양한 은유
9. 괴물을 처치하기 위해서는 괴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
(p179 " 자네는 너무나 군사정권을 미워하고, 그들과 너무 오랫동안 싸움을 하고, 그리고 그들에 대한 생각을 너무 깊이 해왔기 때문에 결국 자네도 그들 못지않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어")
10. 세대를 거듭하더라도 반복되고 있는 우리 집안만의 것은?

 

0000.00.00 - 작성

2024.04.01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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