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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24. 화이트 타이거 - 아라빈드 아디가.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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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
2008년도 부커상을 수상한 아라빈드 아디가의 소설『화이트 타이거』. 권위와 명성을 자랑하는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과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작품이다. 모든 인간이 본질적으로 갈구하는 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도 출신 작가로는 네 번째로 부커상을 받은 영광을 누린 아라빈드 아디가는 최연소 부커상 수상작가이기도 하다. 자수성가한 기업가인 발람은 어느 날 중국 총리가 인도의 '기업가 정신'을 배우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다는 뉴스를 듣는다. 그는 곧바로 총리에게 편지를 쓰고, 그의 굴곡진 일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가난한 시골 마을 출신의 소년 발람은 총명한 성격으로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까지 얻지만, 무지한 가족에 의해 학교에서 끌려나와 노예의 삶을 강요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델리의 부잣집에 운전기사 겸 하인으로 들어간 발람은 빈부 격차, 인도 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불합리, 부자들의 허위와 위선 등을 겪으면서 갈등하고 번뇌한다. 그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탈출을 시도하는데…. 노예에서 기업가로 자수성가한 발람의 파란만장한 인생 역정이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작가는 거칠고 잔혹한 블랙 유머가 가득한 내러티브로, 자유를 꿈꾸는 영혼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저자
아라빈드 아디가
출판
베가북스
출판일
2009.03.20

 

 

 

  인간답게 사는 것은 정말 미스터리다.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사회적 보장을 받으면 인간다운 삶인가? 안정된 주거와 충분한 수면 그리고 적당한 영양공급이 있으면 인간다운 삶일까? 여기에 덧붙이면 1년에 해외여행도 1번쯤은 가주고 적당한 문화생활도 즐기면 인간다운 삶일까? 

 

 인간답게 산다는 것의 정의는 각자가 다 다르겠지만 각자 만족할 만한 삶을 살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 고 말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의 의미가 외적인 환경 즉 충분한 영양공급, 수면, 사회적 보장, 문화 등등. 상황적인 것일 수 있겠지만 내적인 이유는 자아 발견 혹은 자유일 것이다. 

 

 

 

 책은 발람이라는 주인공이 중국 총리인 원 지아바오에게 편지를 쓰는 듯한 형식을 띠고 있다. 무나(아이)라고 불리며 이름도 없던 주인공은 학교에 다니며 발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선생님에게 총망 받으며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발람은 자라면서 결핵으로 죽은 아버지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형을 보고 가족주의로 묶여있는 인도 사회를 답답해한다.

 

 결국 발람은 가족을 떠나기 위해 운전을 배우고 황새라고 불리는 지주를 찾아가 황새의 아들인 아쇽의 운전기사 겸 하인이 된다. 아쇽의 운전기사가 된 발람은 그의 밑에서 일하며 일정 부분의 월급을 가족에게 보내는데 여기서 가족에게 월급을 보내는 행위가 발람에게는 중요한 포인트다. 계층적으로 본다면 발람과 아쇽 혹은 아쇽으로 비롯되는 기득권층의 대립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책의 중요한 대립은 가족에게 월급을 보내는 발람과 보내지 않는 발람의 대립이다. 발람은 아쇽을 따라 델리로 가기 전까지는 할머니인 키샨에게 월급을 계속 보내지만 아쇽을 따라 델리로 갔을 때는 키샨에게 월급을 보내지 않고 모아둔다. 아버지와 형을 보고 가족을 떠나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마음적으로는 가족주의에 묶여 있던 발림이 델리에서 월급을 보내지 않음으로 조금씩 가족주의에서 멀어져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성장과정 속에서 발람은 인도의 수많은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경험한다. 한 번도 투표하지 않았지만 투표한 것으로 되어 있는 자신의 기록이나 아쇽의 아내인 핑키 마담의 뺑소니를 뒤집어쓸뻔한 일 등등 발람은 불합리함과 부조리를 보며 이 세상이 잘못되었음을 그리고 자신은 자유롭지 않음을 느낀다. 그 한 가지 예로 기득권층은 끊임없이 발람에게 카스트와 숙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발람은 오히려 그 이야기를 듣고 의문을 가진다. 그 의문은 곧 자유에 대한 갈망과 자아정체성의 확립으로 이어진다.

 

 

 

 

 

 이 책에 발람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인 아쇽도 발람과 동일하게 혼란을 겪고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인물이다.  아쇽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다 인도로 돌아왔다. 때문에 인도에 쭉 있었던 그의 아버지나 형제와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인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권력가에게 아부하고 뇌물을 받치는 과정에서 자기혐오를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을 떠받드는 발람과 낮은 카스트 계급의 사람들 때문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책에서 아쇽과 발람의 공통점은 가족주의 환멸과 자기 자신에 대해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차이라면 발람은 가장 아래에 있고 아쇽은 위쪽에 있다는 점이다.

 

 아쇽과 발람이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끊임없이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을 때 발람에게 한 인물이 찾아온다. 바로 자신의 할머니인 키샨이 보낸 조카다. 발람은 조카에게 고향의 안부를 물었고 자신에게 화이트 타이거라는 별명을 지어준 선생님의 안부를 조카에게 듣는다. 발람은 자신의 별명을 떠올리고 휴일에 조카와 함께 간 동물원에서 진짜 화이트 타이거를 보게 된다. 화이트 타이거를 본 순간 발람은 기절을 한다. 기절했을 때 꿈같은 계시를 보고 깨어난 순간 발람은 드디어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무엇을 주저주저하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발람은 조카를 통해 그동안 자신의 자아를 끝까지 붙잡고 있던 할머니에게 이별을 고함으로써 진정으로 변화한다.

 

 

 

 

 

 변화를 위해 발람은 마지막 행동을 준비한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날. 현실에 순응하며 또다시 권력가에게 뇌물을 주러 가던 아쇽을 단단한 양주병으로 내리쳐 죽인다. 발람이 직접 이야기도 하지만 그가 아쇽을 죽인 이유는 계층의 갈등이나 돈 때문이 아니다. 아쇽의 동생인 몽구스가 있었다면 발람은 아쇽을 죽이지 않고 몽구스를 죽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발람이 아쇽을 죽인 것은 데미안에서 새가 알을 깨고 나온 행위와 같다. 

 

발람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깨고 나온 것이다.

 

 아쇽을 죽임으로 발람은 자신의 세계를 깨고 눈을 떴지만, 아쇽은 그렇지 못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머뭇거리며 자신의 세계를 깨지 못하고 가족주의와 기존의 틀에 순응하기 위해 권력가들에게 뇌물을 주려 했기에 알을 깨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책의 끝에 발람은 조카를 데리고 다른 지역으로 떠나 운전 사업을 하며 산다. 그리고 자신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과 같은 화이트 타이거들이 많이 생기기 위해 학교를 짓는 것이라고 지아바오 총리에게 말하며 끝이 난다.

 

 

 

 

 

  발람이 표현하는 인도의 세상은 누군가 구속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구속된 사회다. 이를 수탉들이 모여있는 장이라고 말한다. 수탉장이란 변화를 막는 권력가들이 아닌 서로가 변화하지 못하게 서로를 감시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뜻한다. 같은 계층들이 서로 서로 응원하고 부조리함을 깨지는 못할망정 서로를 감시하며 우리는 서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안도하고 안주한다는 것이다.

 

 발람은 이런게 싫어 그들과 다름을 계속 증명해 왔다. 신발을 신거나 잡지를 읽지 않는 것. 이를 닦고, 다른 방에 자는 행위가 화이트 타이거임을 증명하려는 노력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로는 부족하기에 마지막으로 주인인 아쇽의 머리통을 부셔 피를 냄으로 자신은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실제로 변화했다.

 

 

 

 

 

 

 문화적인 차이로 인도의 가족주의가 얼마나 끈끈한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 사회에 비추어 본다면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겪고 있는 딜레마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20,30대들은 여러 가지 모종의 원인으로 부모 세대의 기대와 도움을 많이 받아 왔다. 많은 도움을 받아서인지 많은 20,30대들이 취직을 할 나이나 자립을 할 때가 다가오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그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했는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아정체성의 혼돈을 겪는 것이다.  

 

 이때 선택은 두 가지다. 아쇽이냐? 발람이냐? 화이트 타이거가 되어 자신을 진정으로 찾으려 하는 행위를 하던가 혹은 부모의 기대, 주변의 기대 등의 마음의 짐 때문에 현실에 순응하여 그들이 칭송하는 직업을 구하는 것이다. 현실과 꿈 사이의 틈, 자아정체성, 자유 등 이 모든 것의 정답이 무엇일지는 각자 개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쇽의 말처럼 잘 알고 있지만 용기 혹은 배짱이 없는 것일 뿐이다.

 

 모두가 비슷하지만 누구나는 꼭 다름을 만든다. 책에  ‘하나의 사건이 어떻게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가, 또는 하나의 동기가 어떻게 다음 동기를 튼튼하게 혹은 허약하게 만드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 모든 사람은 일련의 사건과 끝없는 혼란을 통해 결국 하나의 결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혼란과 사건들이 어떠한 결말을 가져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끝없어 보이는 흔들림은 분명히 좋은 결말을 가져올지 않을까. 고전이라는 말이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고전이라는 말이 그 어느 시대에 읽어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고전에 오를 만한 책이다.

 

 

서른이 되어 나 또한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혼란을 겪고 있다.

발람이 될 것인가. 아쇽이 될 것인가. 화이트 타이거들이 필요한 때다.

아라빈드 아디가 - 화이트 타이거★★★★

 

 

 

나누고 싶은 것

 

1. 사업가의 의미

2. 스스로를 채우고 있는 족쇄가 있다면?

3. 자아정체성

4. 인도

5. 소설의 형식

6. 카스트와 숙명

7. 붉은 파안과 붉은 피

8.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린 노예이기를 멈추는 것입니다.라는 말에 대해

9. 내가 외면하고 있는 세상의 중요한 일

10. 가족에 대해

11. 내가 생각하는 자유

12. 인간다운 삶

13. 데미안

 

2019.06 - 작성

2022.09.01 -1차 탈고

2024.04.01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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