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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20.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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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전혀 다른 두 사랑 앞에서 방황하는 폴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녀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연결된 로제와 시몽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프랑스 문단의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 불리는 사강이 스물넷의 나이에 쓴 이 작품은, 일상을 배경으로 난해하고 모호한 사랑의 감정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실내장식가인 서른아홉의 폴은 오랫동안 함께 해온 연인 로제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앞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폴과 달리, 구속을 싫어하는 로제는 마음이 내킬 때만 그녀를 만나고 다른 여자로부터 하룻밤의 즐거움을 찾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로제를 향한 폴의 일방적인 감정은 그녀에게 깊은 고독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폴은 몽상가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시몽과 만난다. 시몽은 폴에게 첫눈에 반해 적극적인 애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하고, 그런 시몽의 태도에 폴은 불안감과 신선한 호기심을 느낀다. 젊고 순수한 청년인 시몽으로 인해 폴은 행복을 느끼지만, 그녀가 세월을 통해 깨달은 감정의 덧없음은 시몽의 헌신적인 사랑 앞에서도 그 끝을 예감하는데….
저자
프랑수아즈 사강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8.05.02

 

 

 

 남녀의 관계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사랑을 받고 싶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사랑을 주는 일이다. 사랑을 주면 사랑을 받는다. 이것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기본 원리다. 그러나 사랑은 등가교환 같은 경제학이 통용되지 않는 감정의 영역이기에 사랑을 준다 하더라도 못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사랑을 주지 않아도 받을 수 있고 되돌아오지 않아도 오롯이 사랑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사랑을 주면 그 사랑을 다시 받는 것을 기대한다. 그 기대가 부응하지 못하고 사랑을 주었을 때 그 사랑이 되돌아오지 않게 되면 불행이고 외로움이 된다. 사랑이라는 단어와 허무, 덧없음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불행이 되어버리는 사랑은 허무와 덧없음이 존재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되돌아오지 않는 사랑과 순간순간 쉽게 흔들리는 사람들의 감정, 사랑의 허무와 덧없음, 외로움을 말한다.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폴은 39살의 실내 장식가이다. 그녀에게는 40대의 오랜 연인인 로제가 있다. 로제와 폴은 오랜 기간 교제를 해왔지만 로제는 그녀와 결혼하고 싶어 하지 않고 마음 내킬 때만 그녀를 찾는다. 그 와중에 시몽이라는 24살의 젊은 남자가 폴에게 접근을 한다. 이야기는 폴에게 소홀한 로제와 폴에게 끌림을 느끼는 시몽 그리고 시몽과 로제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폴의 갈등으로 그려진다.



[스포 주의]

 나쁜 남자인 로제는 폴과 교제를 하고 있지만 다른 젊은 여자들을 내키는 대로 만나고 다닌다. 그렇다고 해서 로제가 폴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폴을 사랑하지만 로제는 권태를 느낀다. 그 권태 때문에 로제는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지만 자신의 연인인 폴이 슬퍼하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싫기 때문에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끔 만들기 위한 행동들을 한다. 그러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행동은 아무리 좋은 행동일지라도 상대방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폴이 원한 것은 행복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에 로제가 자신하는 행동에도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더 외로움워 한다. 둘의 그런 권태와 외로움이 지속되던 때에 폴은 시몽을 만나게 된다. 시몽은 폴을 보고 첫눈에 반해 그녀에게 적극적으로 애정공세를 한다. 어리고 잘생긴 시몽의 적극적인 대시에 폴은 설렘을 느끼기도 하지만 로제가 있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로제가 그럴수록 시몽은 더 강한 열정을 가지고 폴에게 사랑을 주고 애정을 갈구한다.

누가 보기에도 폴이 시몽에게 끌리고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 되지만 폴은 쉽사리 시몽에게 푹 빠지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그 혼란에는 로제와 함께 했던 시간, 시몽과의 15살의 나이차 등등의 이유가 있다.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폴은 시몽의 애정공세가 싫지는 않다. 폴이 원했던 건 행복이 아닌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시몽과 폴이 자주 어울리다 보니 로제는 뒤늦게 둘 사이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오래된 연인인 폴을 관성처럼 붙잡기 위해 더 잘해주고 애정을 쏟지만 이미 시몽과 폴은 많은 진전을 이룬다. 이대로 이야기의 끝이 시몽과 폴의 행복 그리고 바람둥이 로제의 권선징악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폴은 끝까지 시몽과 로제를 두고 갈팡질팡 하다 끝끝내 로제를 선택한다.

 

 보통 로맨스 소설이라면 폴이 로제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시몽으로 인해 폴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녀에게 헌신하고 애정을 쏟아서지만 이 책은 그런 이유가 아니다. 폴이 로제를 선택한 것은 두려움을 느껴서다. 지금에야 시몽이 나를 사랑해고 애정을 쏟지만 언젠가 시몽도 로제처럼 변하진 않을까? 그도 처음에는 이렇지만 언젠가 나에게 열정이 다하는 순간 사랑이 아닌 행복을 주려고 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물론 그녀가 포기한 것에는 15살의 나이 차이나 주변의 시선 등등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보다 더 제일 걱정스러운 것은 시몽과 만나더라도 언젠가 로제가 폴에게 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집 한구석에 있는 오래된 시계처럼 대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었다.

 

 현재의 시몽은 최초 폴을 사랑했던 로제의 젊은 순간이고 현재의 로제는 늙은 시몽의 순간이다.
폴은 그것을 알기에 시몽을 선택한다. 기우 일 수 있지만 한 번 경험한 불행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
폴은 시몽을 선택했다 후에 또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사랑의 불행과 외로움을 한 번 더 반복할 바에 익숙한 혹은 무뎌져 버린 로제를 선택한 것이다.


 


이후 이 세 사람의 사랑이 행복할지는 모르겠다. 여전히 로제는 다른 여자들에게 한눈을 팔 것이고 폴은 괴로워할 것이다. 사랑은 경제학도, 물리학도 아니기에 장담할 수 없지만 시몽은 아직 어리기에 미래에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지나면 사랑이 권태와 허무를 가져올 수 있지만 모든 사랑이 그런 것은 아니다. 로제와 폴은 늦었지만 어린 시몽은 폴과 로제와 엮인 일련의 사건을 통해 무언가 깨닫고 미래에는 좀 더 행복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희망한다. 불행이 되어버리지 않는 사랑.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는 사랑을 시몽은 할 수 있을 것이다.

로제는 왜 폴을 놓아주지 못하고 폴은 왜 로제를 떠나지 못할까? 아마도 둘 다 지극히 보통의 연애를 하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읽고 책장을 덮자마자 리쌍의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라는 노래가 떠올라 바로 들었다. 과거 프랑수아즈 사강이 책을 썼을 때보다 현재는 개인과 개인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은 사랑에 대한 이해도도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사랑하며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행복해하고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다.

 

 

 

드라마로도 나온 이 책의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시몽이 폴에게 건넨 데이트 신청의 말이자 폴을 환기시키는 말이다. 지금으로 대체하면 어떤 말이 좋을까? “커피 좋아하세요...” 정도로 칠 수 있을까? 어찌 되었든 "커피 좋아하세요..."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불행이 되지 않는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불행이 되지 않는 사랑. 등가교환이 어려운 사랑의 공식
프랑수아즈 사강 -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나누고 싶은 것.

1. 당신이 폴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 시몽은 미래에 행복한 사랑을 할까?
3. 폴과 로제의 미래는?
4. 당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5. 되돌아오지 않는 사랑임에도 그 사랑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무엇일까?
6.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를 대체할 수 있는 현대어는?
8. 사랑에 나이 차이 혹은 장벽이 있을 수 있을까?
9. 타인의 시선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랑할 수 있는가?
10. 사랑과 행복은 일치하는가?

2019.03 - 작성
2022.08.24 - 1차 탈고

2024.04.01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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