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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18. 설득 - 제인 오스틴.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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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세계문학전집 44)(양장본 HardCover)
<오만과 편견>, <에마>등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장편소설『설득』. <오만과 편견>, <엠마> 등 제인 오스틴의 여섯 작품들 중에서 마지막 작품으로, 남녀의 미묘한 감정선의 파장을 꼼꼼하게 그려내고 있다. 꾸밈없고 낙천적이면서도 감수성이 예민한 여주인공, 앤을 통해 당시의 결혼관과 사회상을 보여준다. 특히, 한 번 헤어졌던 연인이 8년 후, 다시 만나면서 겪게 되는 복잡다난한 감정의 곡선을 흥미롭고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양장본>
저자
제인 오스틴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16.07.29

 

 

 

 

 결혼에 경제문제를 수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많은 연인들 그리고 솔로들이 결혼에 망설임을 느끼는 이유가 경제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설득의 주인공 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앤은 사랑하는 사람과 약혼까지 했으나 경제를 비롯한 여러 이유를 든 주변 사람의 설득으로 약혼자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 이후 몇 년이 지나 여러 사건을 통해 돌고 돌아 다시 파혼했던 약혼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다. 책의 곳곳에는 결혼과 연애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소비 세계,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묘사와 대화들이 나온다.  형태는 조금 다르겠지만 과거와 현재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독자들이 오스틴의 소설에 공감하는 포인트 같다.


  앤은 과거 자신의 어머니 절친인 레이디 러셀의 설득으로 웬트워스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 약혼자인 웬트워스를 사랑하지만 레이디 러셀이 경제적인 이유와 그의 지위를 이야기하며 그와 결혼하면 앤은 불행할 것이라고 앤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이후 앤은 결혼을 하지 않고 몇 년을 지내는데 그간 바다를 떠돌며 부와 명예를 얻은 웬트워스가 다시 앤이 사는 곳 근처로 돌아온다. 웬트워스가 돌아올 때까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앤은 그를 보고 예전의 감정이 떠오르며 흔들린다. 그러나 웬트워스는 앤을 잊었는지 앤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냉담한 예의만 차릴 뿐이다. 그렇게 둘은 한 곳에 살며 복잡하게 계속 얽히게 되는데 이후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나 서로를 이해하고 다시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한다.


 어떻게 보면 앤은 굉장히 속물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웬트워스가 경제력이 좋지 않을 때 내칠 땐 언제고 그가 경제력을 가지고 돌아오니 다시 좋아한다. 본인이 내친 것은 생각지 않고 자신을 나 몰라라 하는 웬트워스에게 섭섭해하기도 하고 그와 잘 되는 여자를 질투하기도 한다. 이런 앤이 속물적이고 물질만능주의로 보이는 것은 당연하나 책을 보다보면 아마 앤은 과거 레이디 러셀의 설득이 아니었다면 웬트워스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그와 결혼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앤의 선택이 누군가의 설득에 의하였다고 하더라도 결국 본인의 선택이기에 이기적이거나 속물적이라는 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결혼에 있어 경제는 중요한 요소다. 낭만적으로 이야기하면 결혼에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사랑이지만 경제적인 것은 결혼을 지속하고 생활의 불편을 덜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다.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면 경재력을 무시할 순 없기에 앤을 무자비하게 비판하기 어렵다. 결혼에는 사랑이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관습이기에 많은 것들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다. 제인 오스틴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모든 것들이 양립할 수 있는 것들인지, 결혼을 위해서. 혹은 사랑을 위해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지 독자들에게 집요하리만큼 계속해서 묻는다.  

 

이 책의 제목은 '설득'이다. 결국 설득에 의해 시작하고 책의 중간중간에서 끝까지 설득으로 얽혀 설득에 의해 끝이 난다. 그러기에 나는 설득이라는 단어에서 집중했고 설득에 공감했다.







 우리들은 자신의 생각과 선택을 확고하게 밀고 행동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으면서도 다른 사람의 의견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것은 나이가 어리던 많던 상관이 없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크던 작던 어떠한 집단에 속해 있고, 보통은 어떠한 행동이나 결정을 내리기 전에 주변의 집단 혹은 한 두 명의 사람에게 의견을 물어본다. 선택이나 행동에 있어 확고한 믿음이 있더라도 주변 이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올바른 선택임을 응원받기 위해서도 있고 본인이 한 선택과 행동에 나쁜 결과가 따르더라도 온전히 자신의 잘못은 아님을(다른 사람들도 나의 선택과 행동에 동조하였으므로) 위안받기 위해서다.

 책의 전반에서 설득에 대한 부분이 많이 나온다. 여러 가지 상황에서 주변 사람들이 다른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들이 많이 보이는데 동생인 메리의 남편인 찰스는 벤 윅이 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알고 있으라며 앤을 설득한다. 스미스 부인은 엘리엇 경이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증거를 제시해가며 앤을 설득한다. 앤의 아버지 친구인 셰퍼드는 앤의 아버지가 이사를 갈 수 있도록 설득하기도 하고, 머스그로브 부인은 메리가 얼마나 별로인지를 반대로 메리는 머스그로브 부인이 얼마나 별로인지를 설득한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설득의 대화는 상대방이 이쪽 편의 이야기를 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몇몇 설득의 대화는 자기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대화도 있다. 자신의 선택 혹은 생각을 결정하기 위해 상대방을 통해 자신의 선택과 생각이 올바른 것임을 확신받고 그렇게 선택하고 행동하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는 것이다. 설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볼 때  대부분 설득의 대화가 전자에 많이 기인한 것은 당연하나 후자도 심심치 않게 많이 볼 수 있다.  

 남을 설득하기 위한 것과 나를 설득하기 위한 것 두 가지의 설득을 볼 때 제인 오스틴의 '설득'에서 말하는 설득은 후자 쪽에 가깝다. 나 자신을 위한 설득이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선택에 확신을 갖고 싶어서도 있고 실패하였을 경우 오는 후폭풍을 덜하기 위해서다. 어떤 이유에서건 덜 상처받고 본인의 안전을 위한 것이니 자기 방어기제에서 나오는 행동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웬트워스가 예전에 자신과의 약혼이 파탄되었을 때를 이야기하자 앤의 답에서 알 수 있다.








오스틴은 설득 때문에 일어난 우여곡절이 어떤 상황을 만들었고 어떻게 풀려나갔으며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를 사랑, 결혼, 행복이라는 테마와 함께 풀었다. 오스틴은 항상 남녀 사이의 발생하는 여러 우여곡절에 대해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을 법한 포인트들을 하나씩 집어넣는다. 그 포인트는 이번 책 '설득'에서는 설득이고 다른 소설인 '오만과 편견'에서는 오만함과 편견이다. 다른 소설들을 읽지 못했지만 이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오스틴의 소설을 단순히 로맨스 소설 생각하고 읽기보다 이런 포인트들을 생각하면서 읽어보면 더 재밌는 것 같다. 

 

 

 

 

 

사람은 왜 설득하려하고 설득당하고 싶어 할까?

남녀의 차이만큼 우리는 개개인이 너무 다르고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환경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이 믿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혹은 인생에 있어 몇 번씩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시간보다 나에게 좀 더 귀 기울이는 시간이 더 중요하겠지만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하여 무의미한 시간이며 덧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할애하는 시간이 곧 나를 설득하고 나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고 불확실성이야말로 발전을 위한 조건이다. 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좀 더 확실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입장에서 타인의 의견에 시간을 할애하여 나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은 분명히 필요하다.

이렇게 보니 요새 흔히 하는 '답정너'라는 말이 생각난다. 제인 오스틴은 아마 1800년도에 '답정너'와 비슷한 단어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내린 결정에도 계속 누군가에게 의견을 묻고 싶은 것. 확신을 얻고 싶은 것. 계속 나 자신을 의심하는 것. 그런 나를 내가 설득하고 싶은 것. 결국 이런 것들이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이고 계속 나아가기 위한 불확실성은 아닐까. 언제 한번 나는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 자신이 심판자이며 절대자처럼 행세하는 사람은 신뢰하지 않는다. 불확실성이 있기에 발전할 수 있고 타인에게 좀 더 조심스러울 수 있으니까.

설득과 사랑, 결혼 그 복잡함의 어딘가에서
제인 오스틴 - 설득 ★★★☆


나누고 싶은 것들

1. 답정너인 경험
2. 자신감이 없어 나 자신을 열심히 설득했던 경험
3. 결혼과 행복은 양립할 수 있는가
4. 경제력과 상관없이 결혼생활이 잘 이루어질 수 있는가
5. 결혼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
6. 돈이라면 사랑이 없어도 결혼할 수 있는지.
7.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날 수 있는지.
8. 타인의 설득으로 무언가 실패한 경험.
9. 결혼
10. 남자와 여자

2019.02 - 작성
2022.08.22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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