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 해석

#63.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서평(리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4. 8.
반응형
 
아우라
현대 멕시코를 대표하는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고딕소설 『아우라』. 옥타비오 파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중남미 문학의 3대 작가로 알려진 푸엔테스는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명되기도 하며,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신 있게 발언하는 지성인이다. 그가 쓴 환상소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인생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을 영원히 간직하려는 한 여인의 집요한 욕망을 그리고 있다. 퇴락한 저택에서 살고 있는 노파 콘수엘로 부인과 그녀의 아름다운 조카 아우라. 그 집에서 콘수엘로 부인의 죽은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는 일을 하게 된 젊은 역사학도 펠리페는 아우라에게 점점 빠져들고, 의문스러운 일들이 가득한 저택에 서서히 적응하는데…. 작가의 독특한 화법과 어둡고 기괴한 묘사가 돋보이는 신비로운 분위기의 작품이다.
저자
카를로스 푸엔테스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9.11.13

 

 

 

 마블영화를 시작으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까지 요즘 멀티버스에 관한 콘텐츠가 많다. 다중우주, 타임슬립과 같은 장치를 둔 작품들을 보면 사람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미래는 더 얼마나 많은 상상력의 나래들이 펼쳐질까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사람의 상상력은 그렇게 무한대까지 뻗어나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책 아우라를 읽고 느꼈다.

 

 

 아우라는 사립학교 보조교사인 펠리페 몬테로가 늙은 콘수엘로 부인과 그녀의 아름다운 조카 아우라가 살고 있는 퇴락한 저택에서 콘수엘로 부인의 죽은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기 위해 저택에 간 이야기다. 이 책은 독특하게도 2인칭 시점으로 쓰였다. 2인칭 시점을 씀으로 독자는 화자가 펠리페 몬테로인지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인지 아니면 작가인지 정확히 알 수 없게 된다. 책은 펠리페 몬테로의 행적을 뒤따라가도록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자연스레 독자는 화자를 필리페 몬테로의 속마음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사건이 고조되고 책이 마무리되면 화자는 펠리페 몬테로로 보일 수도 있고, 콘수엘로 부인으로 볼 수 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로도 생각할 수 있다.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기 위해 콘수엘로의 저택에 방문한 펠리페는 그녀의 조카인 아우라를 보자마자 강렬한 사랑의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펠리페가 아우라와 백년해로 하기 위해 가장 큰 걸림돌은 콘수엘로다. 아우라가 저택에 남아 있는 이유는 늙은 콘수엘로를 보살피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요렌테장군의 비망록을 읽고 정리하며 아우라를 꾀어 달아날 생각만 하던 펠리페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마치 비망록의 요렌테 장군이 자기 자신인 것 같은 느낌이다. 동시에 펠리페는 아우라와 콘수엘로에게서도 이상한 점을 느낀다. 그것은 마치 아우라가 콘수엘로며 콘수엘로가 아우라인 것 같은 느낌이다. 아우라는 펠리페에게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 하고 펠리페 역시 그 사랑을 확인시켜주고 싶어 한다. 이 둘의 사랑은 콘수엘로 부인이 외출을 하고 콘수엘로 부인의 방에서 둘이 사랑을 확인하는 순간 정신차리고 보니 콘수엘로 부인과 아우라가 같은 인물이라는 데서 폭발한다.

 

 

 

 

 이 책의 결말까지 치달으면 요렌테 장군, 펠리페, 콘수엘로 부인, 아우라 4명의 등장인물들이 책에 등장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결국 두 명의 인물만이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펠리페는 요렌테이며 아우라는 콘수엘로인 것이다. 책의 중후반부 펠리페는 요렌테의 비망록을 읽고 사진을 보며 요렌테장군이 자신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염원하던 아우라는 콘수엘로 부인의 젊은 시절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책의 도처에서 콘수엘로부인과 아우라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이 깔려 있다. 식사중 아우라와 콘수엘로 둘 모두 동시에 펠리페를 쳐다보거나 동시에 식사를 하고 멈춘다거나 아우라가 부엌에서 새끼 양의 목을 칠 때 콘수엘로도 방에서 허공에다 같은 동작을 하는 것들이다.

 

 이제 여기까지 오면 화자는 더 불분명해진다. 펠리페를 지켜보는 화자는 누구인가. 화자는 이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다. 화자는 펠리페의 속마음일 수도, 요렌테 장군일 수도 콘수엘로부인일 수 있다. 나는 화자가 콘수엘로 부인에 제일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의 등장인물은 콘수엘로 부인 단 한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서 요렌테 장군은 이미 죽었지만 콘수엘로 부인은 계속 요렌테 장군을 사랑하고 욕망하기에 그의 존재를 펠리페로 투영시켜 환영으로 나타나게 한 것 같다. 펠리페는 콘수엘로부인의 욕망의 산물이자 환영이다. 그런 그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콘수엘로 부인도 투영시킬 무언가가 필요하다. 바로 그 존재가 아우라인 것이다. 

 

 이 소설은 굉장히 신비롭고 환상적이다.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젊어지고 늙어지고를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하고 비망록과 사진을 매개로 과거와 미래를 조우시키기도 한다.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기도 과거와 미래를 마주하게 만들기도 한다. 메타버스 같기도 하고 시간여행 같기도 또 다른 환상소설 같기도 한 이 책은 죽음을 넘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 두 남녀의 로맨스 소설이다. 

 

 

나의 감상을 로맨스 소설로 내리긴 했지만, 작중 요렌테를 장군으로 묘사한 것은 분명 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그의 민족이나 역사, 그 당시 상황 혹은 그가 생각하는 무언가가 투영된 것이라 본다.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고딕소설로 결론짓기엔 아쉽다. 그러나 나의 짧은 지식이 책을 더 이야기하기엔 부족해서 여기서 마무리 짓고 미래에 지식을 더 쌓은 나에게 바통을 넘겨야겠다.

 

 아우라는 예술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도 범접할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말이다. 예술은 가까이서 그것을 보는 사람과 직접적으로 마주하고 무언가를 전하지만 결국 독자(관객)가 마주하는 것은 멀리 떨어진 과거 혹은 미래 혹은 어떠한 신비로움이다. 아무리 예술 작품이 가까이 있더라도 그 감상은 환상에 지나지 않고 영원히 남는 것은 요렌테 장군과 콘수엘로부인의 사랑 같은 것이다.

 

카를로스 푸엔테스 - 아우라 ★★★☆

 

1. 아우라

2. 화자는 누구인가?

3. 고딕소설

4. 시간의 관념

5. 아우라와 작가의 배경, 이 책의 시대

6. 토끼, 새끼 양, 비망록, 사진 등 이 책의 다양한 매개물에 대해

7. 만약 환영이 아니라 요렌테 부인이 마녀고 펠리페를 꾀어내려는 속셈이라면?

 

23.01.26 - 작성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