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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14. 연애의 기억 - 줄리언 반스. 서평(후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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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연애의 기억』. 막 어른이 되려 하는 19세 청년과 오래전부터 어른이어야 했던 48세 중년의 여인, 그들이 나눈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답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행복과 고통, 기쁨과 슬픔이 집약된 통찰과 지혜를 전한다. 1960년대 초 열아홉 살의 대학생 폴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된 폴은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는 그의 두 배는 나이를 먹었고,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이 있는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그의 눈에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 폴은 급속도로 수전에게 빠져들고, 수전 또한 폴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두 사람만의 세상,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가 거듭되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하는데…….
저자
줄리언 반스
출판
다산책방
출판일
2018.08.30

 

 

 

사랑도 이별도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랑 이야기가 있고, 다양한 해석과 공인, 비공인 전문가들이 있다.

 

사랑을 정의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쌓여도 정의는 불가능하다. 각자 저마다의 이유와 생각 그리고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에 대해 그리고 상대와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눠야 한다. 사람은 사랑 없이는,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데, 적어도 정의할 수 없다면 알아가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더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사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교과서도 없고 정의도 안된다.

방법은 단 하나 계속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이 책은 그런 이야기다.

 



 줄거리를 간단하다.  자신감 넘치고 어린 19살의 청년 폴과 두 딸이 있는 중년의 유부녀인 수전이 사랑을 시작하고 함께 같이 살다 그 사랑이 끝이 난 후 지난 사랑을 폴이 회고하는 사랑 이야기? 혹은 사랑 회고록 이라고 할 수 있다. 그야 말로 사랑의 기억. 연애의 기억. 이다 40대 유부녀와 19살 청년의 사랑이라면 상상 가능한 줄거리에 그 끝도 예상 가고 소재 자체가 누군가에겐 눈살이 찌푸려질 수 있기도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들의 사랑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기억이다. 가만 보면 줄리언반스는 가즈오 이시구로와 마찬가지로 기억이라는 재료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앞선 책(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에서도 기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기억의 모호성에 대해 재밌게 풀어내더니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로 기억이라는 테마를 아주 잘 살려냈다.

 

 책은 1인칭 시점으로 나이가 든 폴이 과거 수전과의 사랑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전개가 되는데, 시점이 그렇다보니 독자는 주인공이 범할 수 있는 기억의 모호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적어도 폴의 기억이 완전히 모호한 기억만은 아니다. 폴은 기억의 모호성을 최소화 하고 최대한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자신이 쓴 노트를 활용한다. 때문에 폴은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를 풀어낼때면 자신을 '나'라는 1인칭으로 회상하기도 하고 '너'라고 칭하며 2인칭으로 그 때의 기억을 관찰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서의 기억이 노트를 활용했을 지라도 정확한 사실이라 할 순 없다.  그가 기록을 통해 최대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정말 그가 말하는 것이 사실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이자 중요한 부분이다. 아무리 과거를 아무리 정확하게 기록했더라도 그 기록에는 기록한 사람 외의 타인이 기억하는 배제된 기억(수전이 기억하는 과거)이란게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배제된 기억이 폴의 연애와 이 책에서 중요한 키다.

 

 19살의 어린 남자와 40대 유부녀의 사랑이지만 둘은 여느 연인과 똑같이 사랑하고, 익숙하고 뻔한 말에 설레어 하며 평범한 스킨쉽과 데이트를 하며 사랑했다. 별 것 없는 말이지만 행복해 겨워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당연히 사랑을 위해 가끔 거짓말도 했다. 그리고 다른 연인들 처럼 사랑은 곧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모든 허점과 잘못을 껴안을 뿐더러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조바심을 느끼고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반면 사랑을 시작했을때와 달리 사랑이 끝나거나 끝나갈 때 둘은 지루하고 힘들어 한다. 익숙한 말들은 바늘을 찌르는 당혹감을 주기도 하고, 가끔은 그 고통에 밤을 지새운다. 지치기도 하고 평화를 위해 거짓말을 한다. 사랑해도 불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해서 상대방의 모든 허점과 잘못에 대해 심판자 행세를 한다.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둘은 여타 다른 연인들 처럼 평범하게 사랑을 하며 서로에게 다양한 흔적을 남기다 해피엔딩으로 가지 못하고 쓸쓸하고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지만 기억은 한사람의 몫이며 폴의 기억으로 점철된 이야기기 때문에 폴은 자신의 기억만으로 사랑을 이해하고 연애를 기억한다.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사랑을 이해한다는게 가능이나 할까. 짝사랑이 아닌 이상 사랑을 오롯이 혼자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은 자신의 기억만 있기 때문에 다 알지 못한다.

 

책의 끝에서 톰은 다 알고 있는가? 수전은 다 알고 있는가?  모두 다 모른다.

 

모두 다 모르지만 사람들은 자신은 다 안다고 믿는다. 왜냐면 자신의 기억은 모호할 순 있더라도 정확하게 기록된 것이 있다면 배제된 기억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모두에게는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그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뿐이다. 두 사람이 같이 사랑을 했더라도 이야기는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가 생긴다.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단 하나의 이야기만으로 사랑을. 연애를 전부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전부 이해한다는게 가당키나 할까.

 

 

 

 

 

 

사랑은 어렵다.

모두에게나 사랑 이야기가 있지만 사랑을 이해하거나 사랑을 정의하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 우리에겐 단 한가지의 이야기만 있으니까. 그래서 더 건강한 사랑을 하려면 이해를 공감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랑할 때 캐리비안의 해적의 데비존스 처럼 우리는 심장(마음)을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겼고 그로 인해 다양한 양상이 펼쳐진다. 사랑은 복잡하다. 알 수 있는 것은 사랑의 시작은 무조건 경험하고 싶어 할 뿐이고 사랑의 이해는 사랑이 끝날 때 온다는 것이다.




줄리언 반스 - 연애의 기억 ★★★☆




나누고 싶은 것들
1. 테니스, 골프, 낱말 맞추기 등
2. 또 다른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책은?
3. 사랑의 기억은 반드시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4. 당신의 단 하나의 스토리. 혹은 당신의 연애의 기억.
5. 우리는 순서대로 기억하는가? 아니면 연대기로 기억하는가? 폴의 기억은 어떠한가?
6. 나이 많은 사람은 반드시 나이 어린 사람을 항상 질투하는가?
7. 19살 주인공의 한계
8. 톰과 매클라우드
9. 사랑은 이해 가능 한 것인가?
10. 1부는 1인칭, 2부는 2인칭, 3부는 3인칭이 주는 느낌은?
11. 뻔하지만 내가 설렘을 느낀 말은?
12. 뻔하지만 내가 상처를 받은 말은?

 

2018 - 작성

2022.08.17 - 1차 탈고

2024.03.26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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