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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13. 나를 보내지 마 - 가즈오 이시구로. 서평(후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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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마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나를 보내지 마』.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주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저자의 대표작이다. 〈타임〉의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었고, 전미 비평가협회상과 독일 코리네 상을 수상하였다. 간병사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인간 복제가 가능한 세상.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영국의 기숙 학교 헤일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캐시와 루스와 토미는 복제 인간이지만 이성과 감성을 가지고 있고, 모체가 되는 '근원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들은 장기 기증자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의 생을 조금이라도 더 연장하기를 소망한다. 소설의 원제「네버 렛 미 고」는 팝송 제목으로, 이 노래가 수록된 카세트테이프는 소설에서 인간과 복제 인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모티프이자, 세 주인공의 우정과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보여주는 모티프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09.11.20

 

 

요리사도 좋아하는 재료가 있듯, 작가들도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보면 회상이나 과거 교차 서술을 많이 하는데, 기억이라는 소재가 가즈오 이시구로가 좋아하기도 하고 잘 다루는 재료가 아닐까 싶다.

 

문득 이런 재료별로 책을 분류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 주의]
책은 주인공의 캐시의 회상으로 시작해 기숙학교인 헤일셤에서 캐시와 토미, 루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1부는 그들의 학창 시절, 2부는 헤일셤의 학생들이 본인이 알고 보니 장기기증을 위한 클론임을 알게 되는 것, 3부는 기증자가 된 토미와 루스 그리고 간병인 신분인 캐시의 이야기로 나뉜다.

1부에서 2부로 갈 때까지 좀처럼 이들이 장기기증을 위한 클론이라는 것을 알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당연히 그중에 하나 둘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다. 선생님(인간)들은 학생들에게 진실을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나 뉘앙스, 행동을 보고 자신들이 운명과 존재를 조금씩 유추한다. 수많은 단서들이 물방울처럼 한 방울씩 떨어지는 와중에 이들은 학창 시절을 즐긴다. 특히 이 헤일셤의 학생들에게 제일 큰 관심사는 예술이다.


개인적인 것을 가질 수 없고 항상 많은 것을 통제받다 보니 이들에게 예술품의 창조는 자아실현의 창구로 쓰인다. 특히 예술품이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개인적인 물건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예술품을 만들면 마담이 보고 뽑게 되는데 이때 학생들은 개인적인 물건을 얻게 된다.


주인공인 캐시와 루스는 예술품을 잘 만들어 개인 물건을 얻게 되지만 토미는 재능이 없는지 예술품을 만들지 못해 개인 물건을 못 얻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 이때 주인공인 캐시가 토미를 많이 도와주며 미묘한 사이로 발전하는데 둘 사이에 끼어든 루스와 얽히며 여러 사건과 상황들 속에 토미는 루스와 사랑에 빠지고 캐시와는 애매한 사이가 된다. 1부의 이야기만 보면 귀여운 학생들의 삼각관계와 학창 시절 이야기 같다.








2부로 접어들어 이야기는 급속도로 전개된다. 헤일셤을 졸업한 그들은 본인들이 장기기증을 위한 클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장기기증을 하는 기증자로서 활동하기 전 이들은 기증자를 돕는 간병인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기증자의 운명이라는 것도 서글픈데 그런 기증자를 또 돕는 간병인의 삶이라니.. 비참하기 그지없다.
굉장히 묘하게도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장기기증을 위한 클론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떠한 분노나 슬픔도 느끼지 않고 순응한다. 마치 태어나면서(창조되면서)부터 운명에 순응하도록 DNA 되어 있는지 의하게도 굉장히 평온하다. 이런 이들의 순응적인적인 모습이 비극적이고 슬프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 희망이라는 것이 진짜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소망이 소문이 되고 그것이 희망으로 변한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두 남녀 기증자가 서로를 정말 사랑하는 것을 증명하면 기증을 해야 하는 기간을 3년 유예해주고 그 3년 동안 서로 같이 살 수 있다는 소문과 희망이다. 사랑을 증명하는 것은 다양한 동화나 영화에서 나오는 판타지적인 상상인데 그 상상의 최종 결과물이 3년의 유예라는 것은 소박한 것 같다. 간병인의 신분으로 세 사람은 자신들의 근원자(본체)를 찾기도 하고 자신이 잃어버린 물건을 찾기도 한다. 그 와중에 셋은 모종의 사건과 갈등으로 멀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3부에서 양동이의 물이 쏟아지듯 모든 것이 밝혀진다. 캐시는 간병인으로서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고 루스와 토미는 간병인의 직무를 끝내고 기증자로서 살아간다. 캐시는 간병인의 신분으로 루스와 토미를 만나게 되고 루스의 고백과 사과로 예전에 미묘했던 감정이 되살아 나며 토미와 다시 사랑에 빠진다. 이때 루스는 캐시와 토미에게 희망적인 소식을 알려준다. 바로 사랑을 증명하면 3년의 유예기간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와 함께 루스는 둘에게 그 유예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의 주소를 준다. 캐시와 토미는 둘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유예를 해줄 수 있는 인물(마담)을 찾아가기로 한다.
사랑의 증명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키스? 희생? 서약서?

그들은 사랑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고민하다 사랑의 증거로 예술품을 떠올린다. 캐시는 학창 시절 마담에게 예술품이 뽑힌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예술품을 가지고 가고 예술품이 없는 토미는 그림을 그려 마담을 찾아간다. 사랑을 증명하고 유예받으려 했던 둘은 마담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소문은 헛소문이며 너희들은 그저 장기기증을 하는 기증자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클론과 인간 사이 이 이야기에서 나는 ‘인간 본연의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 본연의 슬픔. '언젠가 죽는다.'는 유한함의 슬픔. 

 

클론으로 창조되어 장기기증을 하고 마감하는 운명이나 결국 언젠가 죽는 우리 의 삶이나 같지 않나. 언젠간 죽기 때문에 우린 본질에 대해 항상 의문을 갖게 된다. 답은 없으니 살아가며 눈치와 뉘앙스로 알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소문을 만들고 희망을 꿈꾼다. 이 질문의 답은 누구도 정답은 찾을 수 없다. 나름의 정의만 할 뿐이다. 나름의 정의 속에 추구하게 되는 것. 작가는 그것이 남은 기간 동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소설도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는 못한다. 다만 마지막 장면에서 토미가 어딘가에 지나칠 정도로 화를 내며 울분을 토해내는 장면을 통해 운명에 대한 혹은 삶에 대한 무언가를 쏟아내는 느낌을 받았다.





 자아정체성이라는 면에서 소설의 예술품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소설에서 예술품은 영혼이 있다는 증표이자 자아정체성을 표출하는 창구며,  캐시와 토미에게는 사랑의 증표로 작용한다. 그러기에 학생들은 예술품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고 인정받으려고 노력한다. 마치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처럼.

 

 책에서 예술품의 창조는 인간의 머리가 아닌 영혼이 하는 일로 영혼이 존재한다는 증거로 쓰이기도 하지만 [사랑의 증명] 이라는 판타지에서는 예술품이 두 연인의 사랑을 증명하는 도구로도 쓰인다. 비록 두 사람은 그들의 사랑을 예술품으로 증명하려 애썼지만 나는 그 애쓰는 노력과 둘의 행동, 대화에서 충분히 사랑을 증명했다고 본다. 책 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사랑은 행동과 대화, 공유하는 감정으로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지만 인간이라는게 원체 의심이 많은 동물인터라 그런 매개체가 꼭 있어야 영원한 사랑을 증명한다고 생각하는게 참 웃기기도 하다.

 

 후반부의 마담과 에밀리의 말도 굉장히 아이러니한데 토미와 캐시에게 '너희들이 우리에게 고마워할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클론들에 비해 너희들은 참 행복한 삶을 살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오만하기도 하고 어처구니가 없기도 했다. 마치 노예제도가 있었을 때 양반이 자신의 노예에게 "옆집 노예는 매일 밤 얻어맞는데 너는 내가 때리지 않으니 고마워해라"라는 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 본연의 슬픔. 알 수 없고 짐작할 후 밖에 없는 것.
가즈오 이시구로 - 나를 보내지 마 ★★★☆



나누고 싶은 것들

1. 헤일셤
2. 노퍼크
3. 카세트테이프
4. 사랑을 증명한다는 판타지적인 상상
5. 캐시와 토미, 루시와의 관계
6. 정보를 아는 사람과 정보를 모르는 사람의 차이
7. 예술품과 영혼
8. 진짜와 복제품에 대해
9. 복제인간, 인권
10. 인간 본연의 슬픔
11. 토미의 분노
12. 캐시와 루스의 근원자를 찾는 행동
13. 풍선장수
14. 3년간의 유예
15. 나를 보내지 마 노래의 의미

2018 - 작성
2022.08.16 - 1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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