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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해석

#12. 잉글리시 페이션트 - 마이클 온다치. 서평(후기) 및 해석

by 까망북클럽 202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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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1997년 아카데미 9개 부문 상을 휩쓴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원작소설『잉글리시 페이션트』. 원작 역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부커상을 수상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이다. 전쟁의 황폐함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젊은 간호사 해나, 얼굴이 불타 버린 영국인 환자, 불구가 된 도둑 카라바지오, 용의주도한 인도인 용병 킵이 만나게 된다. 흥미로운 추리 구조 아래, 네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 각자가 겪은 전쟁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속에는 서국 제국주의에 대한 알레고리와 비판이 담겨 있다.
저자
마이클 온다치
출판
그책
출판일
2010.01.10

 

 

 

 

이선균이 나오는 '끝까지 간다'라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그저 그런 B급 영화구나라고 생각하고 볼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찮은 기회로 영화를 보게 되었고 도대체 왜 저렇게 포스터를 만들었지라는 화가 날 정도로 영화는 명작이었다. 

 

 

 쉬이 볼 수 있는 영화조차 이런데 책은 더욱이 홍보가 중요하다. 작품 속 자극적인 이야기로 독자를 끌어들일 것인가? 숨겨진 의미를 이야기할 것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작가의 유명세를 이야기 해야할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로 내건 슬로건에 "이 작품은 이런 이야기입니다."라고 단정 짓는 홍보는 안 좋다고 생각한다.

 

 

 

 

 잉글리시 페이션트 책의 뒷면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사막보다 깊은 서정 전쟁보다 장엄한 로맨스" 물론 다른 뒷부분에는 다른 문구를 첨가하긴 하였지만, 영화를 먼저 본 독자(너무나 오래된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가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는 독자들도 있다.)와 뒷부분을 읽고 책을 고른 독자들은 당연히 전후 로맨스에 관한 소설은 아닐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보게 된다.

 

 책에 로맨스에 대한 내용이 있지만 그것은 잠시뿐 전혀 다른 내용이다. 그래도 재밌게 읽을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읽다가 "내가 생각한 내용이 아니네?"라고 하고 책을 덮어버릴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홍보가 좋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했을 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간다' 나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홍보 문구는 내 마음에는 전혀 들지 않는다.

 

 

 

 

 

 책을 둘로 나누면 1930년도와 1945년도의 이야기로 1930년도 전쟁이 일어나는 시기의 이야기와 1945년도 전쟁이 마무리 되어가고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4명의 남녀(세 남자와 한 여자)가 서로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하는 이야기다.

 1945년도 전쟁이 마무리된 후 모든 사람들이 안전한 곳으로 다 떠났으나 영국인 환자라고 불리는 알마시를 치료하기 위해 간호사 헤나는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 남는다. 그런 헤나의 이야기를 멀리서 들은 헤나 아버지 친구인 카라바지오는 헤나를 찾아 수도원으로 온다. 그리고 적군(독일군)이 남겨 놓고 간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수도원 근처로 온 싱도 있다. 이 네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이탈리아의 수도원에 남아 공동체를 이루어 산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교차 서술하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또 다른 스토리인 1930년도 이야기는 지도 제작자인 알마시가 다국적 사람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사막을 여행하는 이야기다.

 의료인으로써 마땅히 환자를 돌봐야 하는 것이 의료인의 직업윤리이긴 하나 모두가 떠난 곳에서 아무것도 모를 영국인 환자를 돌본다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둘의 관계가 사랑의 관계는 아닐까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헤나는 직업윤리나 사랑 때문에 영국인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과거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 아버지를 잃은 경험 혹은 영국인 환자를 아버지로 치환해서 생각하게 되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그를 두고 떠나도 헤나는 그를 두고 떠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헤나를 보고 헤나의 아버지 친구인 카라바지오는 헤나를 그곳에서 빼내고 싶어 한다. 카라바지오는 수도원에 찾아와 그녀를 설득하려 하지만 곧 그런 헤나를 말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말릴 수 없으니 곁에 남아 함께 지내게 된다. 싱은 수도원 근처에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온 공병이다. 근처에서 지뢰를 제거하며 사람의 흔적이 있는 수도원으로 와 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싱과 헤나는 둘 다 아버지를 잃었다는 공토점과 유럽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인도인과 캐나다인이라는 이방인으로써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둘은 서로의 교집합과 전쟁의 한 복판에서 서로를 위로하다 사랑에 빠진다.

 

 책은 싱과 헤나, 영국인환 자 알마시와 카라바지오 둘 집단의 대비로 전쟁의 참혹함을 말한다. 싱과 헤나는 비유럽권의 젊은이로 새로운 시대의 집단을 상징하는 인물이고 알마시와 카라바지오는 유럽권의 구시대 집단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사건 속에서 보자면 두 집단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집단과 새로운 희망을 가진 세대로 분류된다. 카라바지오와 알마시의 직업은 스파이와 지도 제작자다. 둘의 직업은 모두 전쟁을 위한 보조수단이자 전쟁세대를 상징한다. 이 참혹함을 불러온 세대이자 없어져야 할 구태라고 볼 수 있다. 반면 헤나와 싱의 직업은 전쟁으로 벌어진 참혹함을 치유하고 수습하는 직업이다. 이들은 구세대들이 일으킨 전쟁의 후유증을 치유하고 앞으로의 평화를 꿈꾸기 위한 세대다.

 

작가는 이 두 집단의 여정으로 전쟁의 참혹함과 치유 그 후 희망에 대해 말한다. 책을 다 읽고 요즘 세계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우리도 알다시피 1차 2차 세계전쟁은 끝났다. 카라바지오와 알마시의 세대는 이제 세상에 없다. 헤나와 싱의 시대다.

 

 

지금은 어떤가.

 

서평을 탈고하는 지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한참 시간이 지났으며, 여러 나라에서 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그러하는지 혹은 구세대가 그러하는지 모르겠지만 전쟁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세상에는 많은 문학상들이 있다. 그 문학상들이 그 시대 나온 문학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다. 문학상을 받은 책을 꼭 읽을 필요도 없고, 전부 다 읽어야 해라는 것도 없지만 왜 받았지?라는 의문으로 읽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나 또한 황금 맨 부커상을 수상하였다고 하여 이 책을 집어 들었고 그 결과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전쟁의 세대는 없어지고 새로운 세대가 왔다. 지금은 어떤 세대일까..
마이클 온다치 - 잉글리시 페이션트  ★★★★


나누고 싶은 것들.

1. 알마시의 역설, 싱의 역설.
2. 책 속의 책(역사, 안나 카레니나 등)
3. 전후 문학에 대해.
4.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믿는 편인가? 아니면 사랑하려고 그렇다고 믿는 편인가?
5. 책 속의 배경이 내가 가본 장소일 때 느껴지는 감정
6. 헤나와 싱, 킵 혹은 공병이라 불리는 사람에 대해.
7. 카라비오와 알마시
8. 자살한 매덕스
9. 책에 나오는 아름다운 묘사

10. 소개하지 못한 많은 구절들.

11.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전쟁들. (러시아, 우크라이나)

 

 

2018 - 작성

2022.08.14 - 1차 탈고

2024.03.25 - 2차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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